제3부. 계획
칼은 닦았다
세 번 접은 천으로
결을 따라
피부에 닿았던 방향으로
장갑은 태웠다
불은 작았고
연기는 무색이었다
냄새는 나지 않았다
그 또한 계산 안에 있었다
신발은 버렸다
바닥을 밟은 증거
땅을 밟았던 모양
무게와 방향, 모두 지워야 했다
옷은 갈아입었다
소매 끝의 섬유질
주머니 속 작은 실밥
그마저도 불안했다
스케치북은 찢었다
그의 동선을 그렸던 지도
이름도 없고
주소도 없고
지워도 끝나지 않을 줄기 같은 것
도구는 남기지 않는다
손이든, 생각이든
그가 나였다는 단서 하나라도
남아선 안 된다
무엇도 말하지 않도록
무엇도 묻지 않도록
나는 나조차 지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