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부. 결행
그는 몰랐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걸
우산을 챙기지 않았고
신발 끈도 느슨했다
출근길에 커피를 샀다
영수증은 주머니에
마시던 컵은 그대로 책상 위에
전화는 한 번 울렸고
그는 받지 않았다
그는 몰랐다
누군가 그를 따라다녔다는 걸
창문에 비친 그림자를 무시했고
횡단보도에서 스치는 시선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웃었다
평소처럼, 가볍게
농담에 웃었고
낯선 인사에도 웃었다
그는 몰랐다
문이 열려 있었던 이유를
내가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지
왜 눈을 마주치지 않았는지
왜 손이 그렇게 떨렸는지
그는 끝까지 몰랐다
누가 그를 지켜봤는지
왜였는지
언제부터였는지
그리고,
죽는 순간까지도
내 이름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