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동의 버튼을 눌렀다
읽지 않았다
읽을 수 없었다
모든 문장은 회색 글씨로
움직이지 않는 배경 위에 있었고
나는 이미 죽어 있었다
‘사후 콘텐츠 제공에 동의하십니까’
라는 항목은
체크되어 있었다
해제할 수 없었다
‘당신의 기억은 공공재로 전환됩니다’
‘감정 데이터는 분석용으로 수집됩니다’
‘당신의 이름은 다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읽지 않았으므로
묻지 않았고
묻지 않았으므로
그들은 설명하지 않았다
오직 하나의 문장만
진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확인하셨다는 전제로
모든 절차는 시작됩니다.”
그 문장을 지나
나는
나를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