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말》 아무도 부르지 않은 이름들
나는 누군가의 하루가 끝나는 순간을 기다린다.
그들이 문을 열고 들어갈 때
나는 벽이 되는 쪽에 선다.
그 집엔 벨이 있다.
작은 소리에 사람들이 반응한다.
나는 그 벨을 누르지 않는다.
나에겐 눌러야 할 벨도,
울릴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까.
대신, 앉는다.
사람들이 지나가는 자리에
한 사람분의 공간을 남기고
나는 그 자리를 채운다.
앉는 건 선택이 아니라
다시 일어나지 않을 걸 알면서도
무릎을 구부리는 일.
하루 중 가장 조용한 시간은
가장 많은 발소리가 지나가는 시각이다.
이 도시의 소리는
내가 나를 잊게 해준다.
가끔은
누군가 나를 바라보지 않으려 할 때
나는 조금 더 작아진다.
있으면서도 없는 것이
이토록 무난하게 받아들여진다는 걸
나는 몸으로 배웠다.
내 옆에 붙은 종이컵에는
소리가 담긴다.
아무 말 없이 놓이는 동전의 소리,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고개만 숙이고 가는 발자국의 소리,
그리고
하루 종일 아무 소리도 나지 않은 날의 침묵.
나는 누구의 얼굴도 똑바로 기억하지 않는다.
밤이 되면 모두 같은 실루엣이고
그 어둠은
나와 다른 사람 사이를 공평하게 만든다.
잠들기 전에는
벽에 등을 기대고
오늘의 벨이 울리지 않았음을 되새긴다.
내가 살고 있는 어딘가엔
이름도 주소도 없다.
그래도 나는 매일 같은 자리를 찾아간다.
불이 켜진 창문들이 늘어선 곳,
사람들이 무심하게 웃고,
내가 말하지 않아도 되는 곳.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누가 증명해주지 않아도
나는 있다.
그 증거로
내 체온이 남은 자리엔
새벽의 냉기가 늦게 닿는다.
나는 오늘도
아무도 누르지 않을 초인종 앞에 앉는다.
아무도 울리지 않을 소리를
가만히 상상하면서.
from. 노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