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말》 아무도 부르지 않은 이름들
나는 오늘도 수백 개의 문을 지나쳤다.
대부분은 열리지 않았고
대부분은 기억되지 않았다.
나는 손보다 발이 더 바쁘다.
팔은 방향을 잡지만
길을 걷는 건 항상 발이니까.
어떤 문 앞은 비탈이고,
어떤 문 앞은 침묵이었다.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누군가의 하루에
가장 먼저 도착해야 하는 사람처럼 움직인다.
목소리보다 숨이 더 많이 나오는 날이 있다.
몇 층을 오르고 나면
나는 심장이 아니라
발목으로 시간을 느낀다.
가끔은
문이 없는 집 앞에 서기도 한다.
이름표가 떨어진 초인종 아래,
누군가를 부르지 못한 채
그냥 조용히 놓고 돌아선다.
그 자리에 바람이 불고 있으면
내가 지나간 증거는 사라진다.
계단은 숫자처럼 반복되고
몸은 오차처럼 흔들린다.
나는 비어 있는 주머니 속에
하루의 끝을 몇 초씩 접어 넣는다.
어디에도 앉을 수 없는 직업이다.
허리보다 무거운 무게를
팔로 안고, 허리로 받치고,
결국엔 발바닥으로 버틴다.
사람들이 내 얼굴을 기억하지 못해도
나는 괜찮다.
이 길의 구불거림을
나는 모두 알고 있으니까.
어느 집 앞이 햇살이 먼저 지는지,
어느 쪽 계단이 미끄러운지,
어디쯤에서 숨을 고를 수 있는지.
나는 오늘도 걷는다.
시간보다 빨라야 하는 사람은
항상 무릎이 먼저 낡아진다.
하지만 멈추는 건
시간이 아니라 일이다.
나는 오늘 하루를
발바닥으로 살아냈다.
발은 내 직업의 언어고,
침묵은 내가 남긴 인사다.
from. 택배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