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끝나기 전의 서랍

《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말》 사라진 몸, 남겨진 하루

by 엘리킴


말을 너무 많이 한 날엔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된다.
입은 벌어져 있는데
목소리는 나가지 않는다.
그럴 때는
단어가 아니라 숨이 새어나간다.


어떤 말은
내가 한 것도, 들은 것도 아닌데
자꾸 기억난다.
화를 낸 목소리,
울음을 참는 숨소리,
끊긴 말 끝의 적막.
그런 것들이
하루의 마지막에 쌓인다.


서랍을 하나 상상한다.
그 안에
오늘 받은 말들을 접어 넣는다.
소리 지른 말은 구겨서,
미안하단 말은 천천히,
감정이 없던 말은
그대로 펴서 겹겹이.


다 닫히지 않는 날이 있다.
말이 너무 많았던 날은
서랍이 자꾸 튀어나온다.
나는 발끝으로
그걸 조심스럽게 밀어 넣는다.
다음 날 아침까지
닫혀 있어야 하니까.


듣고도 기억하면 안 되는 말,
말하고도 남아 있으면 안 되는 말,
그 사이에서
나는 나를 접는다.
다시 말하지 않기 위해
오늘의 문장을
조용히 서랍에 넣는다.


모든 말이 지나간 후에도
내 안에 남은 울림이 있다.
그건 누구의 말이었을까.
아니면 내 말이었을까.
모르겠다.
이제는 그냥
닫히지 않는 서랍만 있다.










from. 콜센터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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