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 그럼에도 나는 나로 남기로 했다
요즘
마음이 자꾸 지각해.
몸은 일찍 나왔는데
마음은 자꾸
뒤처지는 느낌이야.
누군가가 웃어도
웃는 타이밍을 놓치고,
좋은 일이 생겨도
기분이 따라오지 않아.
마음이 지친 걸까
감정이 늦어진 걸까
나도 모르겠는데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어.
그런데 이상하지.
다리는 멈춰있는데
머리는 계속
“빨리빨리”
를 외치고 있어.
쉴 줄 몰랐던 거야.
잠깐 쉬는 것도
게으름처럼 느껴졌거든.
그러다 문득
생각했어.
왜 마음에는
방학이 없는 걸까.
학교도,
회사도,
뉴스도,
휴일은 주면서
왜 마음은
항상 24시간 영업이어야 하지?
그래서
조용히 멈춰보기로 했어.
할 일 목록을 닫고
답장도 미뤄두고
눈 감고
햇빛만 느끼기로.
무언가를 하지 않는 시간이
이렇게도 따뜻할 줄 몰랐어.
눈물도 좀 흘리고,
아무 이유 없이 커피 마시고,
의미 없이 걸으면서
그제야 마음이 따라왔어.
느리게,
조심스럽게,
다시 나에게 돌아왔어.
그래,
마음에게도
방학이 필요했구나.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조금 덜 웃어도
생각 없이 멍하니 있어도
괜찮은 날이 있어야 했던 거야.
오늘은
그렇게 내 마음에게 주는
조용한 방학 첫날이야.
다음 주,
다음 계절쯤엔
좀 더 나아져 있을지도 몰라.
아무것도 안 한 덕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