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 그럼에도 나는 나로 남기로 했다
처음엔
모든 게 무너지는 줄 알았어.
네가 떠난 순간,
내 하루가
전부 멈춰버린 것 같았거든.
평소엔 생각하지도 않았던
너와의 장면들이
아무 경고 없이
불쑥불쑥 떠올라
숨이 막혔지.
슬픔을 참느라
웃는 표정을 따라 하느라
나는
내가 나인 줄도 모르고
살았던 것 같아.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고
그 공백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곳엔
네가 아니라
내가 있었어.
늘 너에게 내어주던 시간,
너를 위해 참고
맞추고
줄이던 나의 공간 안에
비로소
나라는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어.
생각보다
텅 빈 건 아니더라.
오히려
무언가로 가득 찼던 그때보다
훨씬 숨 쉴 수 있었어.
이별은
끝이 아니었어.
그건
내가 나를 다시 초대하는 초대장이었고
내 안의 작은 방 하나를
다시 열어보는 시간이었지.
너 없이도 괜찮아지는 게 아니라
너 없이도 나와 함께하는 방법을
다시 배우는 중이야.
네가 떠나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계속 너의 그림자 속에서
살았을지도 몰라.
그러니 어쩌면
이 이별은
상실이 아니라
회복의 시작이었는지도 몰라.
지금 나는
내 마음에 다시 앉아
천천히 정리하고
다시 채우고
다시 나를 돌보는 중이야.
사랑이 끝났다고
모든 게 끝나는 건 아니더라.
이별은 끝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로 돌아가는
초대장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