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 없는 메신저

1부 - 부정: 아무 일도 없었다는 날의 바람

by 엘리킴

배터리 없어서 내일 얘기하자

말을 걸었다.
읽지 않았다.
그래서 한 번 더 보냈다.
그것도 읽지 않았다.


읽지 않았다는 말은,
아직 살아 있다는 뜻 같았다.
폰을 꺼놨을 수도 있고,
잠깐, 자고 있을 수도 있었다.


‘마지막 접속: 3일 전’
그 숫자가 멈춘 채
내가 보낸 말풍선만 늘어갔다.


“잘 도착했어?”
“어제 이야기, 그냥 미안했어.”
“다음 주에도 우리, 같은 시간에 만나는 거지?”


답은 오지 않았지만
나는 계속 말을 걸었다.
말은 기억을 닮고,
기억은 때때로 망상과 닮았고
망상은, 믿고 싶은 진실과 닮아 있었다.


그 사람의 말투로
상상 속에서 답장이 왔다.
“나 지금 바빠, 이따 얘기하자.”
나는 그 문장을 마음속으로 세 번쯤 되뇌며
잠들기도 했다.


그 사람의 프로필 사진은
아직 그대로였고
상태 메시지는 “혼자 있고 싶어.”
나는 그 문장이
나에게 남긴 유언인지 몰랐다.


그가 떠났다는 사실은
그 어떤 메시지도 남기지 않았기에
나는 애써,
죽음보다 더 두려운 건
읽지 않음이라는 현실이라고
자꾸,
변명했다.


장례식장에서도 나는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조문객들의 얼굴이 흐릿해졌고
내 시선은 계속
‘온라인’이라는 초록 불이 켜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문득,
그의 마지막 말이 떠올랐다.
“배터리 없어서 내일 얘기하자.”
그 말이,
무심한 듯 메신저 속에 박혀 있었다.
나는 그 말을 삭제하지 못했다.


어느 날,
그 사람의 프로필이 사라졌다.
영영 로그아웃된 자리 위에
새로운 공백만이 떠 있었다.
나는 그때서야 처음
이름을 부르지 못한 채
말풍선을 지웠다.


그 후로는,

누구에게도
긴 문장을 보내지 못하게 됐다.






고백: “나는 아직도 ‘읽지 않음’이라는 단어 속에,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담는다.”




ChatGPT Image 2025년 7월 24일 오전 01_39_40.png
이전 02화정전(停電)된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