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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음 Jan 28. 2022

인생의 족보

존재의 이유

아버지가 족보를 다시 만드신다고 친족 모임에서 돈을 걷자고 하셨단다.

작은 아버지는 요즘 전자시대라서 서류 떼면 다 알 수 있는데 뭐하러 만드냐고 웃으며 의견을 얘기했다고 하고, 아버지보다 젊은 층은 친족 모임 중에 가장 나이 많으신 분 중에 어른 역할을 하는 분이 말씀하시니 말은 못 하고 있는데 호응하거나 찬성하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한다. 아마 족보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해 불만일 거다.


나도 엄마에게 이 이야기를 듣고 ‘만들고 싶으면 자기 돈 들여서 하면 되지 무슨 돈을 걷냐.’고 했다.


항상 생활비가 모자라 배우자를 살피거나 챙기지 못하시는 분이 왜 족보에 공을 들이시는가? 짜증도 나고 이해가 안 되었다.


‘족보로 조상의 뿌리와 얼을 기리고 현재의 자신의 자취를 이름 석자에 남길 수 있을까? 그러나 이것을 떠들어 보고 기억하는 자가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으랴.’


조상의 뿌리를 기억하고 자신의 인생을 남기려는 그 근본의 마음이 육신의 삶과 세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쉽다.


우리는 누구나 자기 인생의 의미를 찾기 원한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과학은 상대성의 원리로 존재한다 말했지만, 나는 ‘대상’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다.

예를 들면, 태양을 중심으로 각 태양계 행성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각 행성은 그 존재체대로 태양과의 힘을 받고 주며 존재한다. 조금이라도 힘의 균형이 깨지면 유리하는 별이 된다.


에너지의 최고의 형태인 사랑도 사랑하는 대상이 있어야 자기의 사랑을 나타낼 수 있다. 우리는 보이는 육신의 짝을 찾아 최고의 사랑을 얻기를 원하고 그 사랑에 만족하지 못하는 자는 존재감을 위해 명예와 권력을 탐하기도 하지만, 그 짝을 온전히 찾아야 영원히 존재할 수 있다.


보이는 세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의 대상으로 창조되었다. 짝이다.


영원한 존재자의 짝이 되어 살아야 영원히 존재할 수 있다.

‘늙으면 죽어야 돼’ 입버릇처럼 말하는 노인들도 막상 죽음의 문턱에서는 두려움에 떠는 것을 보았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 이리라.

나의 할머니의 경우도 비슷했다.


다급했던 나는 불교 문화권에 살아오신 할머니의 마음을 열기 위해 할머니와의 추억을 꺼내 이것저것 얘기했다. 그래서 감사하다고 덕분이라고. 그리고 영혼에 대해 알려주며 ‘하나님 사랑해요.’를 따라 하라고 했더니, 순순히 따라 하신다.


그리고 이 고백 이후로 하루 만에 기사회생했을 때는 노인 요양병원에 누워있는 신세일지라도 한 5년 더 살고 싶다고 했다. 할머니는 말씀하신 5년을 더 사시고 육신의 수한을 다하고 돌아가셨다.



족보를 생각하니, 창세기가 생각났다.


누가 누구를 낳았고 누가 누구를 낳았으며...

창세기의 족보가 그 뿌리를 기억하기 위함이라면 무엇을 기리기 위해 남겼는가에 생각이 꽂혔다.

하나님의 뜻과 하나님이 역사하시는 가문이자 핏줄임을 길이길이 후대에 전하고자 기록하였음임이 생각이 났다.


사실 나의 아버지는 무교이다.


인생의 남은 날이 얼마 남지 않아 정리하시려고 하신다는데, 돋보기를 쓰고 작업하시는 그 정성과 열정이 대단하시다는 생각은 든다.

엄마는 집에 문서며 책이며 늘어놓는다고, 너무 싫다고 나에게 호소하신다.


두 분이 돌아가시기  전에 하나님을 믿으면 좋으련만...

이것이 인생에 가장 최고의 할 일임을 아직 모르시니 슬프다.


가문의 영향으로 내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뒤돌아 본다.

현대사회에 올 수록 그 영향력은 더욱 약해지고 있지만, 내가 자란 환경과 부모님이 내 인생에 있어서 어떤 영향을 미치기는 했을 것이다.


족보, 조상의 내력을 알아야 한다면, 나의 핏줄을 알고, 나를 알고 사탄이 주는 혹은 세상이 주는 시험에서 이기기 위한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인생의 시험 족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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