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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음 Nov 08. 2022

중성화 수술 이후, 다다가 못 걸어요

병원 의사는 수술 3일 이후에 정상이다가 나타난 증상이기 때문에, 중성화 수술과는 전혀 무관하고 장시간 어딘가에 끼여서 뇌에 산소공급이 안되었거나, 바퀴벌레 같은 독극물을 먹었거나, 선천성 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단다.

원인을 정확하게 알려면, MRI를 찍어봐야 하는데, 비용이 200만 원 정도 들 거란다. 그런데 결과가 나와도 할 수 있는 건 없을 거란다. !


중성화 수술 이후 환부가 아파서 못 걷는 거라 생각하고 소염제 처방 정도 받겠지 생각하고 갔는데, 너무나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고 도무지 이게 무슨 소리인지, 어안이 벙벙했다. 게다가 빌어먹을 직업병 때문에 생글생글 웃고만 왔다.

병원을 나와서 U턴을 하는데 보도블록에 앞바퀴  긁었다. 내 정신이 제정신이 아니다.


의사가 지어준 약을 들고 집에 왔는데, 가루약이다.

그렇게 좋아하는 츄르도 우엑우엑 침까지 뱉어낸다. 젠장~동물약을 가루로 주다니... 나라도 안 먹겠구먼...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다다가 평생 불구로 살아야 될지도 모른다니.... 점프력이 가장 좋은 고양이인데 말이다.


집안을 돌며 아무리 생각해도 집 안에 끼일만한 곳은 없고, 먹어서 해가 될만한 것도 없다. 본의 아니게 먹었을 거라고 추정되는 건 모래 안에 있는 파란색 알갱이와 내가 샤워 후에 남은 세정제가 희석되었을 욕실 바닥의 물이다.


선천성 질환이 다면 7개월째 나타날 수 있는 시기라고 하는데, 도무지 그렇게는 생각이 안된다. 상반신은 잘 가누고 하반신을 못쓰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의자 높이 정도는 앞발로 끌고 올라간다.


의사를 못 믿겠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의욕을 꺾는 말에 속아 다음날은 정말 전의를 잃고 누워 있었다. 모든 게 내 탓인 것 같았다.


그러다 다시 생각해 보니, 의사 말만 들을 건 아닌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마비 증상이 서서히 풀릴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삼일  되는 날 목에 걸어놓았던 넥 라를 떼어내고 유독 다다가 상처부위를 심하게 핥았다. 그리고 그 뒷날 환부에 구멍이 난 듯 조그맣게 생살이 보였는데, 실밥이 터졌나? 하는 생각이 순간 스쳤지만, 지름 1.4밀리미터 정도 되는 아주 작은 상처라서 자연적으로 낫겠지 했다.

아무래도 이때 염증이 생긴 게 아닐까?????


다음날 금요일 저녁 다다의 눈이 풀인 듯 이상했다. 이내 잠이 들어서 졸려서 그랬나 싶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미열에 시달렸던 게 아닐까 생각된다.


고양이 약을 먹이는 게 쉽지가 않다.

아침에도 줘야 되는데, 일찍 서둘러 나와야 되는 스케줄이라 못 주고 그냥 나왔다. ㅜㅜ 


마비 증상이 서서히 풀리기를 바라본다.

고양이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한다면 정말 슬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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