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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음 Nov 16. 2022

다다의 회복_고양이 중성화 수술 이후

고양이 다다가 중성화 수술(다다는 수컷입니다.) 후 3일 이후부터 뭔가 좀 이상했는데, 알아차리지 못했다. 급기야 7일부터는 기어 다니기 시작했다.

뒷다리를 흐물흐물 끌고 다니는 모습에 기겁을 하고 동네 가까운 병원에 달려갔다.


올챙이가 뒷다리는 나왔는데 아직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라고나 할까? 이륜차처럼 앞발과 몸 상부가 이끄는 대로 뒷다리가 끌려갔다.


그나마 2미터 정도 걷다가 주저앉아 쉬기를 반복했다.

힘들까 봐 화장실을 옆으로 옮겼는데, 사용을 안 한다.


막내 조이가 와서 보는 게 싫은 것 같은 눈치다.

자존심을 지켜줘야지 싶어 다시 제자리에 갖다 놓았다.


중성화와는 상관없고, 독극물, 장시간 끼임 사고, 선천성 질환 의심, 이 세 가지 중의 하나가 원인이라는

의사의 충격적인 진단을 듣고, 토요일은 정신이 나가 있다가 일요일엔 무기력과 우울함에 빠져 핸드폰으로 자동 재생 동영상을 보다가 슬픈 영상을 보고선 울음이 터졌다.

그것마저도 잠시, 고양이들이 옆에 있으니 끝까지 울지도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의사의 말에 동의가 안 되는 거다. 집안일을 할 때도 위 세 가지 사유를 곱씹고 곱씹으며 집안 구석구석 살피며  돌아다녔다.


아무래도 원인을 알 수가 없고, 선천성 질환? 부모 고양이가 길고양이 출신이라 이력을 알 수 없다는 게 답답하게 생각되었지만, 생에서 살아남은 생명력에 선천성 뇌질환은 좀 안 어울리는 단어 같았다.


생각하면 할수록 15일 정도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는 감동이 밀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큰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X-ray를 찍는데 동의하냐는 의사의 말에 흔쾌히 허락했다.

"~!", ('얼른 찍어주세요.')


그리고선 X-ray로는 이상이 없어서 MRI를 찍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단다. 비용은 70만 원, 문제는 마취를 해야 된단다.

여기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비 증상에 마취가 영향이 큰 것 같은데, 또 마취를 해야 되다니, 이건 좀 아닌 것 같았다. 신중하게 결정해야 될 것 같아 그냥 왔다.



마음이 미어지고 답답하고 간절한 소망이 생기니, 이태원 참사의 뉴스가 다르게 들렸다.

다다가 수술 후 이상증세를 몰랐던 3일까지는 그냥 뉴스였다가 의사의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듣고는 나의 기도 제목이 되었다.


(다다에게/ 우리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내가/우리가) 알아차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잘못한 것은 없는지, 개선해야 될 것은 없는지 생각하고 생각하고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전능자께 매달려 앞으로 다다는 괜찮아지는 건지, 그리고 희생된 영혼들과 남아있는 우리들의 갈 길을 놓고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평범한 일상 속 기쁨과 축제의 날이 죽음으로 다가오니 충격이지 않을 수 없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주변에 집사인 지인들에게 다다의 상황을 자세히 얘기하고 물어보니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이후로 서서히 마비 증상이 풀리고, 17일이 지난  현재는 막내 조이와 뛰어다닌다.


정말이지 너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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