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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음 Oct 14. 2021

고양이로 말합니다.

[사진 설명]
막내 랭이와 어미 치타_어미를 똑닮은 랭이만 남고, 나머지 새끼들은 사라진 후.

예쁜 새끼 고양이들

계속 같이 지냈으면 어땠을까?

입양 보내려고, 안 하던 인스타도 시작했는데,

갑자기 실종되는 바람에 시들해졌다.

동시에 의욕도 떨어진 것 같다.

어미인 치타는 더하지 않을까?

그래서 나에게 더 사랑받고 위로받기를 원하는 것 같다.


내가 산책 갈 때 치타가 따라나서니, 새끼 혼자 남겨지는 게 걱정되어 한동안 안 갔다.

늘 먹이를 먹고 길 건너 산책길에 오르던 게 습관이 되었는데, 새끼를 낳은 이후로는 치타가 먹이를 먹고 자동반사적으로 건너편에서 기다리는 걸 무시했다.


영역을 지키는데 하루 종일 온 힘을 쏟지만 나와 같이 산책 가는 걸 좋아한다.

영역 동물인 고양이에게도 산책하는 시간이 육아에서 벗어나 환기가 되나 보다.


오랜만에 캔을 주고 나서 새끼까지 데리고, 젖소랑 치타랑 산책을 갔다.

물론 중간에 새끼는 자기 영역 한계만큼만 따라오다가 혼자 돌아갔다. 치타가 따라갈 줄 알았는데, 제대로 돌아가는지 확인한 후에 나를 따라왔다.


어미와 똑닮은 랭이

공터에 도착하니 치타가 기분이 아주 좋았는지 오랜만에 나에게 와서 몸을 비빈다.

그동안은 놀아 주지 않아서 서운했는지 못 만지게 하고 불러도 오지 않고 도망 다녔다.
치타를 위해 새끼들과 놀아 준 것인데, 역시 각각 챙겼어야 됐나보다.


새끼 랭이가 독립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어미 치타와 같이 지내고 있다.


6마리가 벅적거리다가 5마리가 다 사라지니 쓸쓸하고 허무하다.

어미가 버젓이 있고 상가분들이 허락하고 캣맘이 2명이나 있는데, 몰래 냥줍 한 이가 원망스럽기도 하다.


혼자 남은 막내 이는 어미 치타를 성격도 외모도 가장 많이 닮았다.

나머지 새끼들은 두려움과 공격성을 지닌 레오를 제외하고, 아마도 아빠 고양이 젖소를 닮아서 사람에게 친화적이고 의사 표현을 잘할 것 같다.


소리를 잘 내지 못하는 치타가 발표력 제로인 나의 성격과 비슷한 것 같아 마음이 쓰인다.

어쩌다가 나는 치타를 만났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족도 어떤 조직 구성원도 내가 고를 수 없다.

나 자신의 가장 싫어하는 성격이나 기질의 어느 부분은 부모님을 닮기도 하고, 이유를 알 수 없는 후천적인 것들도 있는 것 같다.


그 안에서 부딪히며 사랑스러운 존재로 거듭나기 위해 나를 만들어가는 것.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더 나은 존재자가 되는 것.

신은 그것을 위해 주변인을 만나게 했을까?

부딪혀 봐야 자기를 알게 되니까.......


만나는 사람과 동물과 일. 일어나는 사건과 상황을 통해 나를 깨닫게 하고 만들어 가게 하셨다보다.


신의 생각으로 오르는 것은 나의 선택과 의지.

그리고 간구.


오늘도 신이 고양이로 말하는 것을 들으려 한다.

치타와 랭이 그리고 젖소에게 귀를 기울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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