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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움직이는 선선 Mar 09. 2024

웩슬러 유아지능검사 후기 2 - 제이든의 반응

유아지능검사 후기 1은 전 글 참조…

당일 들었던 검사 결과 및 해석, 그리고 아이의 검사 과정에서의 특징 등을 기록하기 위한 후기 2를 작성해 본다.

유아 지능검사의 하위 지표는 언어이해, 시공간, 유동추론, 작업기억, 처리속도로 구성되어 있다. 검사시간은 약 1시간 소요되었다. 아래 내용은 안내지에 거의 다 있는 내용이지만 내가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정리해 봄. 각 지표 아래 * 항목들은 해당 지표 측정을 위해 시행된 소검사를 말함.​

1. 언어이해
상식 : 결정성 지능(crystallized), 학습과 경험에서 얻은 정보를 유지하는 능력, 장기기억.
공통성 : 언어적 추론, 논리적 사고에 의한 언어의 상위 개념 형성.
  -> 특히 어린아이들이 언어이해가 높은 것은 기억력과도 연관이 많다고 한다.
-> 추가로 찾아보니 결정성 지능은 개인의 문화적, 교육적 경험에 따라 영향을 받고, 교육, 훈련, 문화적 자극을 통해 개발할 수 있고 40세 이후까지도 지혜(통찰력, 대처능력 등의 의미로)가 더해지면서 계속 발전 가능하다고 한다.

2. 시공간
토막 짜기 : 3차원의 추상적 공간 자극을 분석하고 통합하는 능력
모양 맞추기 : 사물의 표상화 능력, 부분에서 전체 예상하고 조직하기.

3. 유동추론
행렬추리 : 유동성(fluid) 지능, 비언어적 추론, 유추적 추론, 공간적 시각화
공통그림 찾기 : 추상화와 범주적 추론 능력.
-> 유동성 지능은 찾아보니 선천적 지능이고, 익숙하지 않은 자극에 직면할 때 즉각적인 적응력과 융통성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며, 성인이 되면 감소한다고 한다. 새로운 상황에서 문제해결능력이라니 모든 부모가 바라는 능력인 듯 ㅋㅋㅋㅋ

4. 작업기억
그림기억 : 시각적 작업기억, 순행간섭의 억제
위치 찾기 : 시공간 작업기억, 순행간섭의 억제
-> 순행간섭이란 이전에 학습했던 정보가 새롭게 학습한 정보를 간섭하여 기억하기 어려워지는 현상을 말한다(고 한다 ㅋㅋ). 즉 순행간섭의 억제란 한마디로 메모리카드 게임 같은 것이다. 순행간섭을 억제하고 얼마나 잘 기억하는가.

5. 처리속도
동형 찾기 : 시각적 변별, 시각-운동 처리속도, 시각적 단기기억
선택하기 : 시각적 과제에서 선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능력, 과제 처리속도

항목이 참 많고 길구나…


한편 제이든의 검사 과정에 대한 검사자 선생님의 설명도 기록해 본다. 엄마로서 알고 있는 아이의 성격이지만 여러 가지로 인사이트를 주는 점이 많은 것…


검사 중간쯤 가서 본인이 하고 싶지 않아 지자, 책상 밑으로 들어가서 한참 나오지 않았어요.
가령 그림 찾기라든가 하는 유형의 문제가 있다면, 20문제가 세트인데, 같은 유형의 문제가 계속 반복됩니다. 그러면 4,5문제까지는 풀다가 그 뒤로는 급격히 지루해하면서 집중하지 않고 딴청을 피우거나, “근데요~”하면서 대화를 하거나 하면서 풀지 않으려고 합니다.
모양 맞추기에서 모양을 그대로 만드는 과제가 있는데, 어려운 문제가 나오자 못 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지 아예 완전히 다른 모양을 만들었어요.
본인이 틀릴 것 같다고 느껴지면 아예 시도하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언어 부분은 본인이 잘하고 다 맞출 것 같으니 잘 따라갔는데, 그 뒤로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나오거나, 비슷한 작업을 계속 시키거나 하니 너무너무 하기 싫어진 아들이 회피 전략을 썼다는 것…

특히 처리속도 같은 지표는 속도가 핵심인데 이걸 제대로 집중해서 안 하면 이게 되겠냐… ㅠㅠ 실제로 처리속도 중 ‘선택하기’ 지표는 거의 발로 한 수준…

엄마로서 내가 느끼는 아이의 성향을 봤을 때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이해가 갔다.

지는 걸 너무 힘들어하고 못 견딤.
본인은 늘 1등이고, 이겼고, 본인 말이 다 맞음.
맞다, 틀리다 라는 관점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렇게 판단하려고 함.
본인의 취향과 호불호가 매우 분명함.
낯선 상황에 대한 경계가 큼.

특히 검사 전날부터 “내일 엄마랑 어딜 가서 퀴즈를 풀거야, 다 맞춰야 하는 것 아니고, 끝까지 열심히 풀고 나오면 되는거야, 알겠지?” 이렇게 여러번 설명을 해 주었는데, 제이든은 도리어 내게 아주 여러번 이렇게 되물었다.

그런데 내가 100점 맞으면요??

아이는 이미 본인이 100점 맞는 게 좋은 것이고 그러면 엄마가 기뻐할 것인 걸 알고 있었다.

아니 그동안 한번도 뭐 점수 나오는 시험이라곤 본적도 없는데, 쪽지시험 한번 본적이 없는데 저런다. 기본적으로 본인이 잘하고 싶음, 완벽하게 하고 싶음, 1등하고 싶음 이런 욕구 자체는 엄청 큰 아이다.


한편 시각형 검사임에도 제이든이 집중할 때는 스스로 청각을 이용해서(입으로 말하면서) 문제를 풀었다고 한다. 청각을 편하게 사용하는 아이일 것 같고,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이용해서 문제 해결을 더 잘할 수 있는 아이라고 한다.


[엄마표 교육을 계속해 온 엄마로서 소회]

제이든이 언어이해 지표가 0.5%가 나온 것, 그리고 실제 생활에서도 한글, 영어에서 모두 큰 성취도를 보이고 있고, 논리적으로 말하는 것은 아이의 원래 재능과 나의 엄마표 교육이 더해져서 좋은 시너지가 난 결과라고 이해된다. 그래서 매우 보람 있는 점. 이 부분은 지금처럼 계속해서 독서와 대화를 통해서 성장해 갈 것으로 기대된다.

나머지 지표들은 평범한데, 이게 아무리 지능검사라 하더라도 특히 유아의 경우 성향이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끝까지 집중하지 않고 딴청 피우는 것은 성장해 가면서 자연스럽게 좋아지는 점이 있을 것이다(하기 싫어도 앉아서 일단 테스트는 집중해서 끝내기). 그런 점에서 이제 앉아서 하루에 뭐라도 하나씩 하기 - 워크북? 문제집? 아무튼 교재를 찾아서 매일 하루에 몇 장씩 하는 연습을 좀 해야 할까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사실 지금도 아이의 하루 자체는 늘 동일한 루틴으로 규칙적으로 돌아가고 있어서 뭘 더 시켜야겠다는 생각은 안 하고 있었다. 아침 영어책 읽기, 주 5회 태권도, 주 1회 미술(아이의 요청에 따라 추가), 저녁 영어영상 보기, 자기 전 책 읽기 이렇게 굴러가고 있고, 엄마랑 하는 건 영어책, 영상, 잠자리 독서 3가지만 꾸준히 시키고 있었는데, 이제 앉아서 뭘 조금씩 푸는 것도 해봐야 하나 싶다.

그리고 아무리 훈련으로 높아지지 않는 지능검사라지만 제이든에게 언어란 늘 익숙하고 친숙한 것이고, 도형, 메모리카드, 그림 찾기 등은 거의 본 적이 없는 것들이다. 내가 독서와 언어 교육에만 너무 집중하다 보니 다들 하는 가베니 교구니 이런 것들은 별로 해주지 않아서, 좀 더 하기 싫고 재미없다고 느껴졌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검사자 선생님은 숨은 그림 찾기, 보드게임, 메모리카드, 도형놀이 등을 추천했다.

하루에 숨은 그림 찾기를 몇 개씩 풀어봐야 되나 싶기도 하다. ㅎㅎ

검사 결과에서 높은 백분위를 받으면 당연히 좋지만 그걸 어디다 써먹을 것도 아니고, 결국 지능을 이루는 여러 요소가 있고 그 요소들을 골고루 자극해 주는 것이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언어 외 다른 요소에 대해서도 아이가 익숙해지고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내 역할일 것이다.

아이의 ‘지능’은 내가 만들 수 없다, 누구도 만들 수 없는 것이고, 지능과 학습능력 나아가 세상을 살아가는 힘, 지혜가 직결되지도 않는다. 아이큐 순서가 성적순도 아니고, 성적순이 연봉순도 아니며, 연봉순이 행복순도 아니다. 그래서 인생은 복잡하고, 쉽지 않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살아갈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인생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나의 목표는 아이가 잘 성장하여 건강하게 자립하는 것을 “돕는” 사람.

엄마는 절대 아이 인생을 “설계”해주거나 “만들어”주는 사람이 아닌 것을 이 글을 쓰며 다시 정리해 보고, 아이가 다양한 영역에 재미를 느낄 수 있게 “제시하고” “도와주는” 사람으로만 멈추겠다고 다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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