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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Feb 05. 2016

Copy, 고민없는 벤치마킹 조직의 그늘

책을 사두는 것 만으로 지식을 습득했다 느끼는 당신에게

만약 당신이 신사업에 도전하고자 하면, 무엇부터 시작할 것인가요?

조직, 사람. 누구를 새로운 사업을 개척할, 회사의 명운을 건 리더의 자리에 앉히느냐. 개척 성향이 강하고 추진력이 있지만, 구성원들을 동기부여 할 수 있는 이상적인 리더와 조직. 당신이 오너라면 한 번쯤 생각해보게 되는 숙제일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서고 있습니다. 지금 갖고 있는 사업의 역량을 확산할 수 있는 곳. 그러기에 지금 사업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둔 리더가 새로운 사업도 잘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나 고객이 달라지면서 오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이 능력있는 리더가 고려해서 추진할 것으로 믿습니다.

그러나 그러했던가요?

리더를 세우고 일정 기간의 시간과 자금, 그리고 각 실무자 중에서 이름있는 인물과 스페셜한 분야에서 회사의 이념을 잘 배우는 경력자까지. 의욕있게 시작한 사업은 표류합니다. 방향을 찾는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 이미 시장에는 경쟁사들이 선점하는 모양새가 벌어지면서 지금까지 성공 공식과 다른 상황에서 적지 않은 당황을 합니다. 이미 투여한 자본과 인재들이 있으므로 쉽게 중도 포기할 수 없고, 포기해도 다른 사업을 찾을 힘은 현재 없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봅시다. 이게 흔치 않은 일이었던가요?

A라는 브랜드는 가만히 두어도 잘 나가는, 연매출 500억원이 넘는 기업이었습니다. 비록 많은 사람들이 그 이름을 알진 못하지만, 니치마켓에서는 고정적인 수요층이 있는, 판매율이 절반이 넘는, 잘 변하지 않는, 놔두어도 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 그런데, 몇 년 사이 시장이 바뀌고 있습니다. 외부의 강력한 경쟁자. 경쟁자는 크고 넓은 매장과 다양한 컨텐츠, 싼 가격과 이를 중심으로 하는 마케팅으로 이미 글로벌에서 정평이 나 있는 브랜드의 한국 지사입니다. 고객은 지금은 아니지만, 얼리 어답터를 중심으로 서서히 빠져나가겠죠.

보통 이런 경우, 그나마 나은 오너는 경쟁자와 바뀐 게임의 논리에 맞서기 위해 '대응'이란 것을 합니다.그 대응의 모습은, 우리 브랜드가 더 지금 하는 것을 뾰족하게 잘 하는 것일 수도 있고, 아예 그들이 하는 방식 그대로 맞불을 놓아, 선점하고 있는 고객을 중심으로 변화를 모색하는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어설픈 변화에 있습니다.

지금 한국 기업들이 겪고 있는 많은 어려움은 어설픈 변화에서 출발합니다. 근면 성실하고, 비교적 글로벌 틈바구니에서 살아남는 경험을 했기에 기업가 정신이 아직 남아 있는 오너라면 변화를 하려고 했습니다. 패션기업은 유통을 하고 건설을 하고, 제조업은 IT 기업으로 변화를 모색하기도 하고, 연관된 서비스를 중심으로 지금까지의 명성을 이용해 더 많은 기반을 쌓으려 합니다.

기업 내부에서는 고민이 많습니다. 일단 하자, 기존에 잘하던 사람을 앉히자. 그러고는 전략기획실에서 벤치마킹을 합니다. 지금 경쟁자들의 비지니스 구조, 조직, 강점, 생산망, 마케팅 전략, 역사적인 강점과 약점, 그들의 직원 처우, 유통망, 내부의 에이스까지.
몇 달에 걸쳐 열심히 조사를 하고 나면, 임원 회의가 소집됩니다. 그동안 몇 년간 회사의 발전에 공헌한 임원. 똘똘한 실무자 허리급 인사들이 모여 처음 하는 말은, 조직과 사람입니다. 시작하기로 했으니, 그들이 하는 것을 그대로 해보자는거죠.

A라는 브랜드는 그렇게 기존 가맹점 조직구조에 직영점 구조에서 쓰는 각종 새로운 부서들이 더해졌습니다. 바뀐 것이 아니라 더해졌죠. 과업이 정의되기 전에, 조직이 먼저 세팅되고 사람이 투입되고, 대략적인 할일 정도만 정해지고, 너희의 과업을 너희가 정하라는 다소 민주적이고 동기부여스럽지만, 실상은 파킨슨의 법칙을 이기지 못하는 조직의 비대화. 핵심 과업 정의 전에 조직과 인재부터 투입되는 상황. 국내 대기업들 상당 수가 시작부분에 하는 오류입니다.

그 많은 일 중 무엇을 해야 먹고 살 수 있을까요.무슨 일이 핵심이고, 그 핵심을 하는데 누가 얼마만큼의 시간을 쏟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걸까요. 책임과 권한은 무엇으로 주고 성과는 어떻게 언제까지 측정할 것인가요. 생각이 적은 스탭부서는 이것을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모인 사람들은 모인 상태에서 자신의 살아나갈 길을 고민합니다. 물론 똘똘한 친구들이니 고민을 해서 비슷한 것을 따라 합니다. 그러나 겉모습일 경우가 많죠. 겉모습만 따라해서는 조직이 커지고, 준비 기간이 길고, 메뉴얼 같은 것으로 성과를 대체 하려고 합니다. 높은 인건비가 항상 사업의 성과를 앞지르고, 회의에 시간이 더 들어갑니다.

이것은 겉 모습만 취하는 대다수의 조직이 저지르는 문제입니다. 그것이 몇 개월 단위로 오락가락 합니다. 무엇인 문제인가요. 사람이 핵심 에이스가 아니었다, 우리는 무엇이 없다.. 이런 논의 속에 시간은 가고 시장에는 이 자리를 선점하는 작고 빠른 경쟁사가 들어와서 새로운 브랜딩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결국 A 브랜드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직도 그러고 있습니다. 조직을 붙이기도 빼기도 하면서, 사람들의 무덤이 되면서. 에이스도 못 버티는 기이한 구조. 누가 한번도 카피했던 브랜드의 돈 버는 구조, 핵심 역량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거나. 그것은 실무자들만 고민하여 인사권이 있는 고민이 피곤한 분들에게는 전달이 안되었거나. 진짜 에이스는 회사를 나가고 A브랜드는 기존 프랜차이즈 구조에 새로운 직영 구조까지 감당할 임차료와 인건비가 나오지 않으면서 서서히 몰락해가는 현금흐름을 잡아먹는 괴물이 되어 갑니다. 물론 오너의 시름도 더 깊어질 수 밖에요.

방법은 껍데기부터 카피하지 않는 것입니다.


최소한의 인원으로 최대한의 시간동안 인큐베이팅을 하고 그들에게 완전한 권한을 주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책임도 묻지 않아도 됩니다. 그들은 이미 학습하는 능력이 있고, 추진할 동력이 있는 친구들이니까요. 가장 중요한 업무를 그들이 할 것이고, 그들이 하면서 필요한 것을 요청하면 그것만 더 도와주면 됩니다. 처음부터 0개 부서, 0개 자리, 0개 실. 이런 식의 구조는 필요없습니다. 아마 카피한 그 회사도 그렇게 시작하진 않았을테니까요.

그런데도 우리의 대기업들은 인사팀이나 경영자의 성과로 불리기 위해 일단 거대한 조직을 몰아 넣고, 몰아넣으면 뭐가 나오는 줄 알고 시작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그들의 보험? 아니면 그것도 그들의 성과일까요? 그 사이 작은 기업들은 없는 사람으로 본질만 남기고, 필요없는 일은 만들지 않으면서 시장에 빠른 속도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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