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익을 때까지 삶아야 한다
많은 안되는 사업이 그렇듯 대부분의 기업이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기에 바쁩니다. 질릴 정도로 새로운 전략이 나오고 수정되길 반복하죠. 이런 건전한 테스트는 생존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고 철저하게 피드백을 통해 즉시 의사결정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전략이 성공하면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기업 문화'입니다. 단기적인 해법이 통할 지는 모르나 그게 꾸준히 실력이 되어 기업을 한 단계 위로 올리는 것은 문화적 배양이 있을 때 가능합니다. 한 두명이 낸 아이디어가 빛을 발해도 조직이 이것을 이해하지 못해 확산하지 못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낸 조직 외에 나머지 조직은 거부하길 반복한다면 엄밀하게 말해 조직은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은 것입니다. 다들 겪어보셨겠지만 전략이 문화의 차원으로 가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리더가 전략의 다음 단계를 미리 보고 강력한 리더십을 보이지 않는다면 실행되지도 않지만, 리더의 '공감' 능력이 없다면 조직에 체화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다들 떠나가겠죠.
반대로 어느 기업이 성장하는 단계에 있다면 이것이 당분간이라도 지속될 수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사람으로 버티는 기업은 그 사람이 거기 남아있는 것일 거고, 혁신 기업은 성장했던 문화가 조직 내부에 잘 전파되고 있으면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문화'는 '문화행사'와는 다른 거죠. 일하는 방법 - 아이디어 내기, 소통, 수용방법, 공유, 회의문화, 일하는 장소, 공유된 스케쥴, 피드백 방법, 의사결정 속도, 상품화 철학, 팀웍 셋업, 인재 재정의 - 을 '문화'라고 부르는 것이죠. 어떤 국가나 민족이 향유하는 문자나 생활양식, 종교, 가치관을 말하듯이요. 그래서 당장 실적이 성장 중이라고 해도 이런 문화가 무너지고 있다면 지금 찍어내는 결과물과 상관없이 찍어내는 기계가 망가지고 있다고 봐야하겠습니다. 지금의 실적이 아닌, 지금의 문화를 토대로 기업을 평가하고 자금의 투입을 결정하고 조직을 재편성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맞습니다.
그러므로 기업의 문화, 작게 보면 조직의 문화, 브랜드의 문화, 지역조직의 문화를 퇴보시키는 징후를 찾아 대응하거나 성공의 문화 DNA가 전파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기업의 영속성에는 무엇보다 중요한 관리가 됩니다. 앞서 여러가지 업무 행동 양식 항목에서 징후를 찾을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종합적으로 문화의 시작과 끝을 알 수 있는 큰 징후는 인사 문화, 업무 방법, 평가 기준으로 정해질 것 같습니다.
전략이 문화로 연결되는 주요 징후들
예를 들어 '유아 식기 세척기'를 만드는 회사라면 이 회사에서 출산은 축하받아야 할 일일까요, 대체자 찾는 부담에 말 못할 고민으로 남아야 하는 걸까요. '대안 휴양지 전문 여행사'라면 직원의 연차 사용과 휴가비에 대한 책정이 일반 회사와 같이 보수적이고 고압적이어야 할까요. 이런 비근한 사례에도 못 미치는 회사가 수없이 많습니다. 기업이 만드는 가치와 지향점, 고객과 연결된 직원의 삶이 괴리되는 인사 제도와 문화 말이죠. 이런 기업에서 고객을 연구하고 고객 정의를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스스로 가장 보통의 고객이 되어 살지 못하고 깨달을 수 없는 문화라면 전략 상태에서 정한 모든 방향들이 틀릴 확률이 높고 맞다한들 외주를 주거나 시간이 더 들어 더 비용을 지불하게 됩니다. 기업에서 '일과 삶의 연속성'에 대해 주장하는 것은 일을 주말까지 하라는 게 아니라 '가장 보편적인 고객이 되어 살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 주겠다'로 적용되어야 합니다.
좋은 전략은 결국 환경의 변화에 맞게 조직 내부의 업무 프로세스를 바꿀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혁신적인 조직은 기존 조직과 달리 일하는 방법이 다릅니다. 보편적으로 이것은 일을 더 힘들게 오래 하는 게 아닌, 놀고 있다가 중요한 관점 하나를 찾아 그것 중심으로 할 것과 말 것을 정리한 형태로 됩니다. 이런 방법은 보다 조직 외부에 안테나를 세우는 갯수와 시간을 늘리고 내부 공정의 시간을 줄이면서 귀납적인 고객 피드백의 빈도와 디테일, 속도를 강화하는 형태로 전 산업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한 조직의 일하는 시간이나 장소, 양식 등의 형태가 바뀌면 그것이 자발적으로 조직 내부로 퍼지고 있는지 봐야 합니다. '자발적'이어야 한다는 게 전제죠. 자발적이지 않으면 조직의 팀웍은 깨지고 기존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조직을 흔들 수 있습니다. 리더의 공감 능력과 설득력은 '카리스마'의 형태로 직원을 괴롭히는 게 아니라 합리적이고 수용 가능한 형태로 터 놓고 말하는 환경에서 원하는 것을 얻을 것입니다. 일정 시간 이후 조직에서 좋은 업무 철학, 나쁜 업무 철학이 어디까지 퍼지고 있는지 이런 일하는 형태의 관찰을 통해 알 수 있어야 합니다.
조직이 혁신 전략으로 문화가 바뀌었다면 평가 기준과 인재에 대한 정의도 달라졌을 겁니다. 기존에는 단기간의 실적으로 조직과 사람을 평가하는 '숫자놀음'이었다면 이후에는 합리적인 팀웍이나 혁신적으로 일하는 방법의 형태, 조직에 균열이 가지 않는 리더의 정직함 등 혁신을 만들었던 문화를 토대로 조직이 향후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가 되기 전 문제를 알 수 있는 징후들을 혁신을 통해 반면교사로 알 수 있는 것이죠. 물론 리더가 사람에 관심이 없고 단순히 한 조직의 성공을 '따라하라, 지켜보겠다'로 나오면 모두 실상을 왜곡시키는 교조적 형태만 전달되어 잘못을 덧붙일 것입니다. 리더는 반드시 진실된 소통을 최하단 조직, 현장 조직에서 직통으로 받을 수 있는 연결망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이것이 조직의 어느 부분까지 영향을 미쳤다면 당연히 인재 정의와 채용 기준이 달라질 것입니다. 이것까지 연결되지 않는다면 문화가 한 단계 위로 올라왔다 말하기 어렵습니다.
천수답처럼 이런 혁신 전략이 성공할 것을 기대하지 않아야 합니다. 문화를 만드는 작업은 사전에 토대를 닦아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무관심한 직원에 대해서는 과감한 의사결정이 필요합니다. 저항세력이 아닌 무관심 직원과 조직 말이죠. 리더 스스로의 변화가 먼저 있고 조직의 변화가 있습니다. 전략을 짜는 사람이 리더 자신이 아니라 전략기획실, 기획조정실이거나 외부의 트렌드 같은 거라면 전략은 단순히 실험에 그칠 확률이 높습니다. 이걸 왜 하는지 리더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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