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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Aug 14. 2017

"누가 할 거죠?"- 누가 할 건지 몰라서 묻지 않는다

#인재 #금수저흙수저 #라인만들기





“피터 씨, 각 브랜드별 주요 사업 담당자 적합한지 체크해 보세요”


입사한 지 얼마 안 되는 내가 각 부서의 적임자를 어떻게 판단하지? 팀장이 나간 후 제인이 귀띔한다. 


“채용할 때 출신 성분에 따라 분류해서 따로 관리하는 직원들이 있대요. 우리가 각 부서의 실무자들 능력을 알 수 없으니 팀장님 뜻은 회사에서 특별 관리하는 인재들인지 체크하라는 것 아닐까요?”


“출신 성분이요? 그런 게 있어요?”


“뭐, 입사할 때 평가 점수가 좋았다든지, 학벌이 좋다든지 하는 사람들의 이력을 별도 관리하면서 중요한 업무에 발탁한다고 인사팀 동기한테서 들었어요.”


“네…. 그런 게 있다고 해도 저는 그 사람들을 몰라서요.”


이 궁금증에 대한 해답은 하루가 못 되어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팀장이 나를 불렀다.


“회사에서 신임할 만한 사람이 중요한 사업을 맡았느냐를 봐야 해요. 따로 인사팀에서 관리하는 명단을 줄 테니까 보고.”


잠시 후 메일로 엑셀 파일이 왔고 거기에는 주요 관리직원 명단이 있었다. 이름과 주소, 배우자 이름, 지난 몇 년간의 평가, 채용 루트, 성격 분석과 학력은 물론 입사할 때 면접관들이 평가한 내용이나 어떤 등급의 인재로 분류하고 있는지 등 본인도 모를 것 같은 정보도 있었다.


“그런데… 따로 관리하는 직원이 실제로 일을 잘합니까? 아무래도 현장 경험이 중요한 일들이 있는데….”


“피터 씨, 생각해 봐. 지금까지 회사에서 성공한 사람들 성격이나 학력이나 전공 이런 거 분석해서 표준을 만들었다고 해봐. 그럼 맞는거지. 검증이 될 때까지는 계속 가는 거예요. 이런 상황에서 실무 경험 따지자고? 이미 혁신적인 것처럼 보이는 정보가 대표님한테 가고 있는데? 이런 거는 인사팀보다 먼저 치고 나가야 하는 거예요.”





[피터의 생각 : 새로운 인물 vs 안심되는 라인]



GE는 제조업 인사 시스템에 많은 영향을 미쳐왔고 그 중 하나가 ‘인재 파이프라인’이다. 기업에 필요한 여러 직무의 인재를 미리 키워 현재 그 일을 하는 사람이 다른 일을 해도 공백이 생기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경영자 후보를 미리 선발하고 집중 교육시켜 추진력 있는 사업 환경을 만들어왔다. 


그런데 최근 변화가 생기고 있다. 상대평가를 과감히 없애고 미리 누군가를 염두에 두고 키우지 않는 비중이 늘고 있다. 성공한 IT 기업에서 이런 제도가 먼저 시작되었고, GE를 비롯한 기존 글로벌 기업도 인사제도를 개혁하기 시작했다. 우수한 인재를 선별하려고 하기보다는 직원들이 자발적이고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많은 기회를 부여한다. 글로벌 기업의 이러한 추세와는 달리 국내에서는 해외의 오래된 이론을 새로운 경영기법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국내 한 중견기업인 A기업은 5년쯤 전부터 우수 인력을 따로 채용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주주를 설득하기 위한 경영진의 포장이었다. 매출이 정체되면서 돌파구가 필요했던 경영진은 그동안 해놓은 사업들이 지지부진한 원인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는 대신, 국내외의 새로운 경영 콘셉트를 도입하는 것으로 경영 능력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 중 하나가 우수 인력을 별도로 채용하고 양성해서 회사의 핵심 자원으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입사동기보다 훨씬 빠른 승진’, ‘CEO 양성 코스’ 등의 미끼로 취업준비생들을 현혹시켜 고 스펙의 인재들을 채용했다.


그러자 별다른 대가 없이도 이제껏 스스로 알아서 회사를 여기까지 키워온 인재들이 떠나기 시작했다. 현장에서 매출을 만들어내던 핵심 실무자들이 상대적 박탈감과 막막한 향후 입지 때문에 경쟁사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스펙이 빵빵한 직원들은 넘쳐나지만 전반적으로 모든 사업 분야에서 무엇 하나 두드러지는 실적을 내는 것은 없는 상태가 지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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