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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ep 25. 2017

“일에 절박함이 필요합니다” - 마감은 늘 ASAP

#절대시간 #스피드경영 #리더의품격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

- 윤오영, 『방망이 깎던 노인』에서





(...)


경영계획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길게 이어졌다.


“계획도 기간이 문제인데, 실행은 기간이 더 문제예요.”


“실행도 뭔가가 있나요?”


“피터 씨는 동문이니까 배울 것도 있을 것 같아서 말하는 건데….”


“네….”


“꼭 정해진 기간보다 더 빨리 하라고 지시하든지, 그런 눈치를 주는 일이 벌어져요.”


“네?”


“그러니까… 처음에는 5개월 정도 걸리는 일을 계획을 수정하면서 갑자기 3개월 안으로 해내라고 하는 거죠. 처음부터 놀려고 기간 많이 잡은 것도 아닌데 더 빨리 할 수 있겠네 하면서 의지를 갖고 당기라고 한다니까요. 가뜩이나 사람도 없는데 중간에 한 명이라도 쉬거나 출산휴가를 가버리면 정말 답이 없는 거죠.”


“아니, 왜 마감 기간을 당겨요?”


“이유는 그때그때 다른 것 같아요. 뭐 위에서 빨리 하라고 하는 경우가 많지만요. 스피드가 중요하다고 하질 않나, 각오가 되면 금세 할 수 있다고 하질 않나. 아마 다른 팀장들은 자기 선에서 미리 기간을 타이트하게 잡을 거예요. 어차피 길면 안 된다는 거 아니까. 지침이라도 있는 것처럼 뭐든 3개월 내에 중요한 것 다 하겠다는식으로 계획 세우는 거죠 뭐.”


“그거 실제로 하려면 엄청 힘들 것 같은데요.”


“힘들어요. 나도 잠깐 점포 입점 관련 일을 해본 적이 있어요. 일을 하려면 건물 주인이나 유통업체와 협상을 해야 하는데 무조건 몇 개월 안에 몇 개 점포 오픈한다고 계획을 세워놓으니까, 기한 맞추려 하다보면 협상에 불리해지고…. 결국 별로 좋지 않은 조건으로 입점 가능한 데 일단 입점하는 거죠. 내 돈으로 그 조건에 거기 입점하라고 하면 안 했을 거예요. 급하게 성과를 내야 하니까 그렇게 한 거죠.”


“아니, 그런 부작용이 있는데도 계속 그렇게 해요?”


“보여주는 게 중요하니까요. 막상 경영진은 이런 디테일한 고민을 몰라요. 듣질 않으니까. ‘현실적’이라는 말을 하면 일단 거부반응부터 보이는 임원도 있어요. 혁신은 현실과 다르다고 생각하니까, 아예 시작이 다른 거죠.”


“혁신은 현실이 아니다아….”


“사실 혁신이 지금과 다른 생각과 업무 프로세스를 만드는 거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현재 갖고 있는 자원과 주변 상황, 현재 있는 사업모델에서 출발하는 거잖아요. 그걸 무시하고 덮으면서 급하게 뭔가 추진하는 거부터 사실 비현실적인 거죠. 현실을 넘어서는 것과 현실을 무시하는 건 완전히 다르니까요.”


세부사업별 마감기한에 대해서는 아직 팀 안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된 적이 없었다. 일부 팀에서는 이런 조정 작업을 미리 해서 계획을 올려 보낸 건가.


“아무튼 이번에는 그러지 않길 바라죠. 피터 씨도 이제 점점 알게 되겠지만 무조건 과거 방식을 따르면 안 돼요. 그러면 서로 계속 좋은 관계로 만나기 힘들어요. 허허허.”


“네, 현장 상황을 잘 알고 반응하겠습니다.”


“암튼 잘해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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