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프레임은 경제학에 있다
경제학의 기초 이론 중에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입니다. 근대 경제학으로 발전하는데 도움을 준 한계효용은 같은 재화를 계속 소비할수록 단위당 소비자에게 주는 효용은 점점 감소한다는 이론입니다.
경제학 수업 시간에 흔히 다뤄지는 갈증 날 때 음료수가 주는 효용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처음 목이 마를 때는 한 캔을 마시고 캔 하나를 사는 비용보다 더 높은 효용(갈증해소)을 얻었지만 그 상태에서 같은 비용으로 한 캔을 더 마시면 첫 캔만큼의 효용을 얻을 수 없고 캔이 늘어날수록 음료수가 마시기 싫어지는 '비재화'의 시기까지 오게 되므로 결국 최적은 캔을 마셔서 얻는 한계효용이 캔 하나를 더 사는 한계비용과 동일한 시점까지 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계효용 법칙의 예외 사례가 재화의 성격에 따라 있지만 보통은 최적의 상태를 구하는데 많이 사용되는 이론입니다. 경제학 개론에서 많이 알려진 'Marginal Revenue (한계효용) = Marginal Cost (한계비용)', 생산자가 산출량 한 단위를 늘릴 때 추가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산출량 한 단위를 더 늘리기 위해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까지 산출물을 생산한다는 이윤 극대화도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기업에서도 한계효용의 개념에 대해 알게 모르게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사례로는 제품의 크기를 정할 때입니다. 1인 가구의 증가로 생필품의 묶음 크기가 줄었다든지, 4인 이상 가족이 많이 이용하는 대형마트에는 대용량 포장의 과자나 육류 등을 파는 것이 그런 사례죠. 타깃 고객이 어떤 필요까지 소비하기를 원하는지 변화에 따라 용량과 개수는 늘 조정 대상입니다. 오래된 경영학 케이스 스터디에는 소비재 시장에서 포장 용량의 변화로 다시 고객이 찾아온 예시가 있을 정도였습니다.
[용량 변화에 민감한 기업들의 변화]
http://www.ttimes.co.kr/view.html?no=2016042009027724546&ref=kstory
한계 비용의 일차적인 개념인 금액으로 고객 만족을 실현할 수도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이나 대량 생산을 통해 한계 비용 자체를 확 낮추는 것이 그것입니다. 이케아(IKEA)의 낮은 가격에는 최대한 납작하고 작게 포장해서 포장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노력까지 포함되어 있는 것처럼 말이죠. 이런 시도는 고객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과거에 '고객이 생각하는 비용'의 개념이 약했던 시대부터 '이해가 필요 없을 정도의 큰 고객군'을 타깃으로 하는 기업에서 지금까지도 유효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고객마다 생각하는 비용이 저마다 다른데 그것을 정량화하여 비즈니스에 활용하기에 그나마 수월한 게 돈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기업의 고객 분석에는 고객당 당기 지불금액의 변화나 고객의 지불을 몇 개의 군으로 나누어 각 군별로 어떤 상품을 구매하고 있는지 변화 추세를 보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다만 한계 효용에 대해서는 모든 고객이 차별적이지 않고 동일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겠죠. 고객마다 좋아하는 취향이 어떤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대부분일 것이니까요.
[고객 수익성을 보는 전통적인 지표 중 하나 - RFM 분석]
Recency, Frequency, Monetary ․
고객이 최근에 얼마나 / 얼마나 빈번하게 / 구입한 총금액은 얼마인가 등의 정보를 통해 구입 가능성이 높은 고객을 추려내는 기법 ․
- Recency : 최근 구매일 자료를 근거로 전체 구매 자료를 구매일 순서로 정렬해 고객을 n개 그룹으로 나누어 가장 최근에 거래한 00% 고객은 n점, 다음은 n-1, n-2, n-3,.. 순으로 등급 부여 ․
- Frequency : 고객별 구매빈도 자료를 근거로 고객 전체를 구매빈도 순으로 정렬한 후 구매빈도가 높은 고객부터 00%씩 나누어 n점에서 1점까지 등급 부여 ․
- Monetary : 고객이 일정 단위기간 내 지출한 평균 구매금액을 근거로 이를 평균 구매액 순으로 정렬, 평균 금액이 높은 고객부터 00%씩 나누어 n점에서 1점까지 등급 부여 ․
- 점수 산출방식 : R점수 × F점수 × M점수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을 보다 복잡하게 접근하면 눈에 보이는 최종 목적지인 재화나 서비스뿐 아니라 그것을 얻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도 관찰 대상입니다. 일전에 다른 아티클에서 다룬 정보 획득 비용이 그중 하나입니다. 그것 외에도 거리, 거리의 다른 개념인 시간 등도 고객이 접근하기에 어느 정도까지 가치 있는 것인지에 따라 이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상에서는 오프라인과는 다른 방식으로 같은 개념이 측정됩니다. 고객이 정보를 얻기 위해 느끼는 피로감을 줄이고 몇 번 안에 얻고자 하는 목적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지, 대상 아이템의 결제를 완료할 수 있는가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실제 최근에는 간편 결제 서비스, 상품 추천 시스템 등 고객이 결제에 이르는 단계를 줄이는 방식으로 한계효용이 더 높은 지점까지 고객을 머물게 하려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정보의 접근도 과거에는 카테고리 킬러 매장부터 포털화 된 정보 웹진이나 중개 사이트들, 이후에는 정보 자체의 구조 세분화를 통한 추천 등이 미디어 기업을 포함한 많은 기업에서 포화된 콘텐츠에서 돈 되는 시장으로 인식하고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도는 비용에 대한 이해가 확장되면서 최근에 주목받기 시작한 개념입니다. 역시 효용에 대한 개념도 고객의 구매 데이터 등을 통해 더욱 세분화되어 어떤 고객군은 어디서 더 높은 단위 효용을 얻는지 알 수 있게 되면서 추천은 더욱 정확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O2O 기업이 주목하고 있는, 기업 입장에서의 정보획득 비용이 높은 산업]
http://platum.kr/archives/58804
그러기 때문에 고객을 대상으로 한 상품을 기획할 때는 한계비용과 한계효용에 대한 나름의 명확한 가정이 서 있어야 합니다. 흡사 의류 브랜드에서 옷을 만들면서 작년과 재작년에도 만들었던 디자인을 올 해도 만들 때 올해도 이게 잘 팔릴까에 대한 고민을 디자인의 종류별로 얼마나 이어지는지 과거의 유행 사례를 통해 적절한 기간을 가정하는 것과 유사한 것입니다. 주류회사에서 직장인, 대학생, 가정에서 마시는 타입에 따라 마시는 양이 얼마나 달라지고 있는지에 따라 상품의 도수나 맛뿐 아니라 단위 상품의 크기, 종류별 크기, 생산량에 따른 계획, 거기서부터 이어지는 재무 시나리오를 생각하는 것 같이 말입니다.
하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과거로부터의 복제는 과잉 생산을 야기합니다. 고객의 효용과 비용에 대한 생각을 살펴보는 과정은 마냥 정량적이지 않기에 기업의 윗선은 큰 관심이나 안심할만한 신뢰를 갖지 않습니다. 과거 우수사례를 쫒고 그것의 복제가 당분간 이어집니다. 하지만 기업에서 기획자의 역할은 이런 재무적인 숫자놀음의 반복일 수 없습니다. 시장을 바라보는 외부로의 안테나 역할을 거의 유일하게 하는 직무일 수도 있습니다. 고객이 생각하는 효용과 비용의 변화를 나름 정리하면서 그것의 추적 관리를 해야 합니다. 이왕이면 어떻게 Marginal의 개념을 넣어서 할지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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