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회사는 오늘도 안녕한가요
다음 달이면 첫 책 [회사언어 번역기]가 나온 지 2주년이 됩니다. 기획을 하면서 직장에서 겪을 수 있는 일을 스토리로 풀고 제 생각을 달아놓은 책이죠. 비록 많이 팔리지는 못했지만 읽은 분들이 호응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비록 제목과 내용이 좀 따로 노는 느낌은 있지만 이 책은 그때도 지금도 사실상 유일한 포지션을 맡고 있습니다. 바로 '적나라한 경영 실패의 디테일'이죠.
'하이퍼 리얼리즘'으로 직장 생활을 풀어놓은 작품들이 새삼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좀 전에는 판교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을 단편으로 만들어서 화제가 된 적도 있었습니다. 그저 공감을 얻든 대안을 제시하든 이런 새로운 접근은 소설에 불과한 가상의 세계를 박차고 매일 많은 시간을 살아내야 하는 현장으로 렌즈를 옮겨왔다는 점에서 찬사 받아 마땅합니다. 실제 제 브런치에 접속하는 사이트들을 보면 놀라울 정도로 국내 주요 기업 인트라넷이 많습니다. 국내 최대 기업부터 게임 회사, 프랜차이즈 외식 기업, 문화 콘텐츠 기업 등 다양한 기업의 인트라넷과 메일로 제 브런치 콘텐츠가 조회되고 있는 게 새삼 놀랍습니다. 책이 처음 나온 그 때나 지금, 현실은 그 자리에 미울 만큼 그대로 있습니다.
왜 안 바뀔까요? 말로만 하는 혁신은 피곤할 정도로 많은 에너지를 쏟게 만들지만 다 헛돌게 되어 있습니다. 분절된 조직, 공교한 카르텔, 단기 성과를 위한 준비, 변덕스러운 화두 경영, 경영 이론의 사문화. 아마 한 세대가 바뀐다고 해도 이런 문화가 쉽게 빨리 바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젊은 꼰대는 대기업이나 스타트업이나 기성 꼰대를 청출 어람하고 주주들의 취향은 바뀌지 않습니다. '회사언어 번역기' 같은 책이 읽고 나면 헛헛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긴 솔루션을 쓴 경영서도 읽고 나면 헛헛하긴 마찬가지이긴 하지만요.
그래도 회사의 아이러니를 계속 외치겠습니다. 누군가는 보고 할 수 있는 일을 바꾸기를 기대하며 말이죠. 그저 날씨가 조금 시원해지니 책이 생각나서 몇 줄 적어 보았습니다. 올해도 리뷰가 달려 있네요. 이렇게 가끔 올라오는 리뷰는 다시 좋은 콘텐츠를 써야겠다는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기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