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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Mar 11. 2016

커리어에 좋은 커리어패스

작은 것이라도 전체를 맡아본 경험부터

신입 사원이 되면서 자신의 커리어패스를 관리하고 싶은 '생존 본능'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많은 기업들이 기업 내 CDP를 만들고 중요한 인재에 대해서는 MBA부터 1:1 멘토링까지 진행하면서 전문성 있는 인재를 만드는 것 같이 말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게 체계적으로 인재를 관리하지는 못합니다. 얼마 전에 국내 유수 기업의 CDP 설계를 맡은 경험이 있는 임원을 만나서 '그런 것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다소 맥빠지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단, '살아남으란 거죠'. 아주 당연한 말이지만, 살아남은 직원은 살아남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그냥 유형별로 정리한 것을 CDP라고 부른다니 어찌보면 냉엄한 자본주의 속 치열한 생존이 마냥 도덕적이고 당위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엄연한 현실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커리어패스는 분명 있습니다. 그 정의가 통속적인 '출세'와 다를 뿐이죠. 시대가 바뀌면서 산업의 대부분은 성숙기 이상의 상황으로 들어갔고, 일부 기술적 발전, 서비스의 재정의 분야에서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성장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대부분의 커리어가 정체될 수 밖에 없는 구조죠. 그러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커리어가 아닌 살아남기 위해 여기저기 일하다가 마흔이 넘어서 벽에 부딪히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작은 일이라도 일의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보는 게 중요합니다


하나의 서비스, 제품을 만드는 데 처음부터 끝까지 다 아는 게 중요합니다. 대강 아는 게 아닙니다. 프로세스를 다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이 프로세스에서 핵심은 무엇이고 이렇게 만들 수 밖에 없었던 당시의 시장 상황에 대해 이해할 수 있고, 바뀐 시장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프로세스가 바뀌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이 하찮은 일이라도 됩니다. 서비스와 제품의 연구, 공급, 판매의 원리는 큰 관점에서는 많이 다르지 않습니다. 하나의 작은 일을 맡는 것, 차라리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일이지만 하나의 일을 주도권을 가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 볼 수 있는 일이 나중을 위해서라도 도움이 됩니다. 나중에 관리자가 되었을 때 무엇을 해야하는지, 무엇을 건드려야 핵심적인 성과가 나오는지 알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무엇의 전문가'인 직무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한 분야에 대해 처음부터 끝을 알게 되면 더 큰 것인데 비슷한 구조의 일을 맡았을 때 큰 방향에서 이 일을 어떻게 잘할 수 있는가가 정리되면서 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 오케스트라에서 내가 연주하는 악기가 어떤 소리를 위해 필요한지 모른채 혼자만 연주할 수는 없으니까요.



목표는 특정한 자리가 아니라 '나는 누구다'인 정체성이 설명되는 것입니다


야심에 찬 신입 직원의 꿈 중에서 많이 나오는 것은 'CEO', 'CFO' 등 특정 직무의 책임자가 되는 것입니다. 물론 훌륭한 꿈입니다. 신입이 '40살 갈비집 사장님'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현재 일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고민할 수 있는 점에서 나쁜 목표라고만 할 수 없죠. 하지만, 좀 더 구체적이고 분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지향점이 단순한 자리가 된다면 본인이 무의식 중에서라도 그 길로 아는 테크트리를 통해 갈 수도 있겠지만, 직장을 벗어나 산업군 내에서는 '나는 어떤 경력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만약 '나는 새로운 유통망을 발굴하는 사람', '비지니스 구조를 바꾸는 설계자', '컨텐츠를 다양하게 확장하는 경력자' 등 분명한 캐릭터가 있는 것으로 정의한다면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일관성 있는 커리어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물론 말을 잘하는 것도 있겠지만, 어떤 IT 기업 CEO는 어떻게 보면 '갈지자' 행보의 경력을 'IT 산업군 도입기에 솔루션을 제공한 인물'로 정리를 하니 누구나 수긍하는 커리어가 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그 속에 실력(사업의 핵심을 알고 필요한 자원이 무엇인지 아는 능력 등)이 없으면 경력직 2년을 넘기기 힘들겠지만요. 지금처럼 한 회사의 영속을 담보할 수 없고 다양한 아웃소싱, 네트워킹이 이뤄지는 시대에는 커리어에 캐릭터를 부여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이왕이면 자원해서 변화의 처음을 주도하십시오

젊을 때 고생은 자신에게 남는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자신의 것으로 정리하는 사람에게는요. 기업이 시작하는 새로운 변화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나아갈 방향이 될 확률이 큽니다. 작은 성공 모델을 만들고 확산하는 컨셉이 있는 기업이라면 자원해서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어떤 부분이 되어도 됩니다. 특정 파트의 작은 부분이라도 자신이 무언가를 제안할 수 있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의 오더를 받는다고 해도 그것에 관여한 경험은 스타트업 아닌 스타트업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줄 수 있습니다. 자신이 잘 하는 것을 토대로 변화의 처음을 이끄는 팀에 자원하십시오. 특히 마땅한 수가 없는 직장 생활이라면 누구나 망설이는 일을 과감히 맡는 것이 배수의 진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이 사내 정치로 묻혀서 팀 전체가 날아가는 일이 종종 있지만, 자신에게는 남는 것이 분명히 있습니다. 반면교사라도요. 그것은 어디서 비슷한 일을 해도 커리어를 망친 경험만은 아닐 것입니다. 모두 비슷한 일을 하려고 하는 그런 일이라면 더더욱요.



난세에 영웅이 납니다. 난세라면 승부를 걸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히려 탄탄한 회사, 안정적인 회사일수록 기회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젊은 때라면 고생을 즐겨봐야 합니다. 물론 제게도 무척이나 힘든 일이긴 합니다. 힘들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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