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평가 잔혹사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이율배반.
우리 조직문화에서 리더십이 서지 못하는 주요 이유 중에 하나.
아침에 시킨 오더가 저녁에 바뀌고, 월요일에 좋다고 한 기획안이 수요일에 이게 뭐냐고 할 때,,,
이건, 이 정도는 애교이고.
정말 이율배반을 느끼는 것은 '내 자리'에 관련된 내용일 것이다.
내가 입사하고 도전하고 싶었던 기업문화, 인재상, 핵심가치가
실제로 그렇게 되지 않을 때.
비단 나에 대한 문제만이 아니라, 내가 함게 일하는 사람들이 겪게 되는,
처음에는 쉽게 이해하기 힘든 조직과 인사에 대한 결정들.
이런 것이 조직에 대한 로열티를 잃어가게 만든다.
특히 성과급 제도가 이제는 보편화된 우리 기업의 보편적이지 않은 성과주의 문화.
물론, 성과주의가 마냥 좋다는 것은 아니다.
판단의 단위가 너무 작으면 지나치면 팀웍을 깨고 경영 효율을 잃게 되고,
협력하고 외부와 네크워킹하는 장기적 사업 전략의 미덕이 흐려질 수 있다.
그러나 한 번 약속한 단어가 실제 그렇게 실행되는지는 중요하다.
그래서 성과주의 문화가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보는 것은 중요하다.
먼저, 성과주의의 꽃인 성과를 어떻게 측정하느냐의 문제에 직면한다.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
그러나, 모든 것을 측정할 수는 없다. '지식근로자'의 성과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나?
소위 지식경영을 한다는 기업에서 이런 아이러니한 문제들이 많이 벌어진다.
또, MDP가 긴 산업에서 제대로된 프로젝트 매니징의 체계가 없으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
상식적으로 5~10년 프로젝트로 수행하는 방위 산업 연구소에서 프로젝트 히스토리 관리가 잘 되지만,
오히려 3~8개월 정도의 기획-생산-입고 기간을 가진 소비재 기업의 프로젝트 관리가 더 잘 안되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언제, 누구에게, 무엇을 측정해야 하는지 헤드에서 인사와 함께 누적 관리하고 있지 않다.
이런 조직은 전략파트와 인사파트가 서로 분절되어 서로가 무엇을 하든지, 무엇을 안하든지 아무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KPI 공백이 일어나는 기업일 것이다.
A 브랜드의 상품기획을 기획 단계에서 만든 사람과 실제 판매하고 있을 때 맡고 있는 사람이 같을 확률은,
빈번하게 이직과 성패가 갈리는 소비재 기업에서는 매우 낮다. (이것이 안정적인 것도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성과 평가해야 할 것인가.
당연히, 팔리는 실적이다.
만들고 있는 과정에서 무슨 혁신을 하고 달라진 점을 만들어도 그것은 내부적으로 우리가 보기에 좋은 것이지,
유의미한 성과를 내었다 말할 수 없다. 어디까지나 '역량'에 해당하는 영역이다.
그렇다. 이것이 '역량'이다.
그러나 회사 역량평가와 성과평가를 할 때는
이런 기준들은 어디 사라지고 숨어있고 생각하지 않고 할 때가 많지 않은가.
만들어 둔 상품의 실적을 끝까지 추적하지도 않는다.
상품 코드에 만든 사람의 정보가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는다. 온정주의. 보신주의.
같은 기계에서 나온 상품이라도 무엇을 넣었느냐는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낸다. 그것을 하지 않는 곳이 많다.
그 브랜드에 오래 남아 있는 것만이 내 성과를 챙기는 방법이 된다.
정 반대도 성립한다. 이번에 만든 것에 책임지기 싫으면 이동한다.
그러면 브랜드의 성장과 영속성은 어느 평가에서도 남지 않게 된다.
그럼 어디까지 개인 단위이고, 어디까지 팀 단위로 나뉠 수 있을까?
나눌 수 없는 영역은 팀 단위까지 정하는 게 오히려 낫다.
이상주의자들은 모든 것을 개인 단위로 나누려고 하지만, 그러면 왜곡을 낳을 수 밖에 없다.
팀 내의 성과를 나누는 방법은 자의적이고, 팀웍을 깨고 자원 사용의 왜곡을 낳게 된다.
디자이너와 기획자가 함께 상품을 만들고 영업부가 만든 매장에 풀려서 매출이 일어 났다.
이것을 누구에게 얼마나 성과가 있다고 나눌 것인가.
핵심 상품의 판매율만 따로 계산해서 기획자를 측정하고,
재고소진율을 가지고 영업부를 평가하고,
새로 시도한 상품의 비중과 적중도를 가지고 디자이너를 바라본다면,
관리하는 사람은 이상적인 제도가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으나
실무는 전쟁터가 된다.
팀은 외부의 가치에 쓰는 시간의 일부를 내부적인 교통정리에 쓰게 되고
고객에 쏟을 정신을 내부적 조정에 시간을 쓰게 된다.
모든 것은 믿고 맡길 수 있는 힘있는 리더에게 권한과 책임을 주어야 한다.
이중적인 장치로 리더에게 중간 권한과 전적인 책임, 또한 위에서 만든 평가 시스템을 모두 줄 수는 없다.
리더가 미래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인재를 모으고 양성하기에도 바쁜 시간에
세세하게 나눈 KPI 잣대는 필요 이상의 업무를 만들게 된다.
거기에 고위 스탭조직은 고유의 전문성을 지킨다는 명목하에 기준을 더 생산해 낸다.
새로운 평가 방법, 정성적인 컨설팅 내용의 평가.
이런 것을 준비하고, 이런 결정이 고객과 맞다/맞지 않다는 것을 아는 시간차가 발생하면
팔리지 않는 상품을 위해 많은 준비시간을 쓰는 일까지 벌어진다.
평가는 실무자들에게 고객이 선택하는 지표로만 KPI 기준을 주어야 하고,
모호하고 정성적인 것은 역량에만 반영해야 한다.
역량평가가 로열티, 기본 성과 습관 정도에 그치면 안되고
보다 실무 프로젝트에서 썼던 내용이 반영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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