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은 넓게, 이월 상품은 좁게
신상품이 나오면 브랜드는 많은 기대감을 가지고 시장의 반응을 기다립니다. 지난 번에 내놓은 상품에 비해 새로운 상품이 달라진 고객 취향을 잘 반영했는지 시험대에 오르는 순간입니다. 만약 새로 나온 상품이 시장에서 고객의 인기를 얻는 데 성공하면 기업은 또 다른 '수명 연장의 곡선'에 오르게 되어 기쁠 것이지만 마냥 축배만 들 수는 없습니다. 신상품이 잘 되면서 기존 상품을 어떻게 공존 혹은 점진적 폐기를 시킬 것인가가 또다른 실무적인 숙제로 떠오릅니다. 더군다나 독점적 차별화 시장을 거머쥔 기업이라면 신상품으로 인해 스스로 기존 상품을 무너뜨리는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http://www.zdnet.co.kr/news/news_view.asp?artice_id=20130624085329
- 애플은 새로운 아이폰이 출시되기 전후로 거의 기존 모델에 대한 할인 행사로 재고를 줄이고 현금화를 해 왔습니다
아이폰 정도로 기존 버전과 새로운 버전의 상품이 내는 차이가 크다면(요즘은 그런지도 잘 모르겠지만) 문제는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기존 버전과 신규 버전의 상품이나 서비스가 차이가 기능과 디자인에서 크지 않다면 신상품과 기존 상품이 내는 불협화음은 더 커집니다. 기존 상품이 검증된 수익원이지만 신규 상품으로 판매할 수 있는 시기의 종료시점이 암묵적으로 도래하는 상황에서 기업은 기존 상품을 할인하고 자칫 신규 상품과 기존 상품의 차이가 크지 않을 경우에는 이것은 신상품 수요를 나눠갖는 효과를 가지게 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정상적인 가격을 받아서 매출을 올릴 기회를 할인 가격으로 현금화를 시키게 되는 것이죠. 이것은 기업이 세운 이익에 대한 시나리오를 갉아먹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4062785661
- 의류나 화장품 등 기술 가치가 비교적 덜한 소비재는 이월상품이 신상품을 위협하는 존재가 됩니다
이월 상품 혹은 기존 상품은 신상품에 대한 고객 각인을 저해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유통채널을 방문하는 고객에게 단위 매장을 통틀어 신상품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은 광고물 외에는 딱히 없습니다. 특히 기존 상품이 많고 대형 유통점이 엄격한 기준으로 광고물 사용을 제한하는 채널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브랜드는 신상품을 이마저도 효과적으로 고객에게 전달하지 못합니다. 유통망은 기존 상품과 신상품의 많은 선택 거리, 정보 홍수 안에서 고객에게 혼란과 판단을 어렵게 하는 작용을 합니다.
어렵게 연구해서 만든 새로운 상품을 어떻게 기존 상품과 함께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까요?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신상품과 기존 상품의 유통 전략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신상품은 빠르게 고객에게 침투하여 신속히 자신만의 포지셔닝을 준비된 메세지로 알려하는 반면, 기존 상품은 이미 희석된 메세지가 아닌 꾸준히 찾는 특정한 고객층을 대상으로 물류의 효율을 생각해 신규 상품과 메세지가 섞이지 않게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신상품을 고객에게 알리는 것은 그 다음 신규 상품이 진입할 때까지 고객에게 충분히 침투되느냐의 싸움입니다. 새로운 고객 취향에 맞는 새로운 상품이 제 메세지를 낸다는 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곳은 영화나 뮤지컬을 홍보하는 사례입니다. 출시되기 전에 최대한 많은 고객에게 다양한 수단을 통해 빠르게 침투하는 고민은 이 사업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http://www.yeongnam.com/mnews/newsview.do?mode=newsView&newskey=20130722.010220738120001
- 쉽게 소비되는 영화는 신선함을 고객에게 빠르게 전달할 수 없다면 시간에 따라 소멸되는 비지니스입니다
- 영화 마케팅의 진화도 사전에 고객의 호기심을 늘리고 후광 효과를 바탕으로 첫 고객 숫자를 확대하는 데 있습니다
이것은 테스트 상품을 일부 채널에서 해 보는 것이나 브랜딩에 맞지 않는 채널에 양적인 사고로 억지로 밀어넣는 것과는 다른 것입니다. 기회가 있는 영역을 놓치지 않고 빠르게 들어가되 사전에 충분한 호기심을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던지는 것입니다. 신규 상품을 기존 유통망에 내놓고 잘되기를 기다리는 것은 일견 바른 말처럼 보이지만 물건이 좋은 것은 기본인 요즘 시장에서 동일한 선상에서 시작하지 못하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보여주고 알려주려면 어설프지 않게 하려면 최대한 넓고 빠른 수단으로 공유가 즉시 가능하게 해야 합니다. 물론 모든 메세지는 그 시간만큼은 브랜드가 그 상품인 것입니다.
애플의 팀 쿡이 잘하는 것은 '재고 관리'에서 '생산의 효율성'으로 이어지는 관리 능력이었습니다. 최대한의 효율을 만드는 데 특화된 경영진이었습니다. 이월상품이 된 기존 상품은 시간과 가치가 점증적으로 비례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그러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이월 상품을 원하는 고객층은 특정 대상으로 한정될 수 밖에 없습니다. 모든 기능과 디자인을 포기하면서 가격에만 반응하는 고객층이 주 대상입니다. 그러기에 이월 상품은 중앙의 강력한 컨트롤을 통해 재고가 관리되고 물류의 엄격함이 필요합니다.
http://www.multiwriter.co.kr/920
- '애플의 미래, 팀 쿡'이라는 책 외에 팀 쿡에 대한 책이 많지는 않네요
- 악성재고를 줄이는 것에서 생산라인의 부품업체 효율성을 개선하는 것까지 SCM전반에 탁월성이 있었습니다
재고가 여기저기 팔리지 않을 수량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고객이 충분한 물량이 있기에 지갑을 여는 재고 관리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에 팔고 있던 채널에서 기존 상품을 들어내는 게 필요합니다. 이것은 기존 상품의 판매 효율을 극대화 시키는 것도 있지만, 신상품의 메세지를 고객과의 접점에서 희석시키지 않는 선순환의 효과도 있습니다.
이월상품은 중앙 주도로 이런 것을 특별히 더 원하는 지역에서 조금씩 파는 것이 아닌 특정 고객이 다 알만큼 알리면서 빠르게 현금화를 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브랜딩 자체를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 '창고대개방', '눈물의 고별전', '100원 대전' 같은 행사가 아니라 특정 판매 채널, 축제와 같은 형태로 고객과 만나야 합니다. 싼 걸 싼 모습으로 팔아서는 안됩니다.
많은 국내 유통망은 최대의 고객에게 무차별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스스로 신상품과 이월상품을 동시에 내놓고 진부화를 촉발시키는 실수를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원인은 컨텐츠 기업이 유통망의 눈치를 보는데서 나옵니다. 물건이 더 필요한 것이죠. 하지만 이런 혼잡한 유통 형태는 고객에게 '늘 그런 브랜드'로 식상한 브랜드라는 인식을 줍니다. 마이크로한 재고 관리에만 혈안이 된 상태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고객이 이것을 어디서 어떤 메세지로 만날 것이냐는 '브랜딩'된 유통 전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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