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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narSun Sep 02. 2020

흉터를 대하는 자세

기다림의 연습 + 일깨워주는 알람

Hi~ Hi~ 안녕하세요~

하양 약사 루나썬입니다.

오늘내일은 비가 오려나 봐요. 햇볕이 좋았던 어제까지 아침저녁 산책을 즐겼는데요.

저는 딱 이 시기가 좋더라고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접점. 햇살이 점점 익어서 그 빛을 받는 나뭇잎들도 함께 익어가는 느낌이에요. 오묘하고 깊은 빛을 발하는 햇볕은 여름의 빛과는 또 다르더라고요.


이런! 가을도 아닌데 낙엽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산책 중 벤치에서 쉬어가는 타임

때 이른 낙엽이 조급함을 드러내고 바닥에 흩뿌려져 있네요. 영양이 부실해서 떨어진 건지, 조급한 성미를 견디지 못해 떨어진 건지. 물끄러니 바라보니 사뭇 저의 마음 조각들 같았어요.

이제까지 하루하루를 얼마나 조급한 마음으로 살았던가 하며, 제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이번에는 흉터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해요.

수술을 통한 호된 훈련 중 하나가 바로 기다리는 연습이었습니다.

수술날을 기다리는 건 물론, 수술 후 2주간 샤워를 못합니다. 8월 한여름에 2주간 샤워를 못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정말 몸이 가려워요. ㅎㅎ 머리라도 감으려고 미용실에 갔어요. 5일간 샴푸를 못했다고 하니까 두 번을 박박 문질러 주더라고요. 그럼에도 머리 말릴 때 정수리 냄새가 납니다.


예를 들면, 수술 부위는 스테리 스트립을 2주간 붙이면 미용적으로 유리하다고 합니다. 마음 속에 2주라고 한계를 그어 놓죠.

병원에서는 스테리 스트립이 자연스럽게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지만, 2주간의 때가 묻은 스테리 스트립이 보기 거슬립니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떼어버리죠. 재생크림을 바르는 게 더 효과적일 거라고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요.

그러나 단단한 스테리 스트립을 떼내면서, '어~ 어~ 이건 아닌데'하면서도 떼던 걸 계속 떼내죠. 병원에서 준 재생크림을 바르면서도 찜찜합니다. 다른 사람의 후기에 따르면 한 달 동안 스테리 스트립을 붙이고도 있답니다. 

선행동후조치는 성급함을 드러낼 뿐이죠. 밤 사이 상처가 벌어지지는 않을지 걱정, 약국에서 스테리 스트립이 있을까 걱정, 병원이나 약국 오픈 시간을 보며 시간별 동선까지 그리며 걱정을 더하죠. 결국 쓰레기통에 버린 스테리 스트립을 다시 찾아 붙여 놓고 밤사이 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며 스스로 달랩니다.

다음날 아침, 문득 근처 약국에 전화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두 번째 전화한 약국에 스트립이 있습니다. 또다시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죠.

수술보다 흉터에 더 예민하게 군 것 같아 겸연쩍어집니다. 

우리는 왜 이토록 흉터에 예민할까요.


Source: Pixabay, Ulrike Leone님의 이미지


무엇보다 수술이란 흔적이 있는 게 싫겠죠.

예전에 핫팩을 사용하다 저온화상을 입은 적이 있어요. 화상 자국이 착색되어 보기 좋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어차피 죽으면 썩어질 몸이라며 이깟 흉터가 대수냐고 쿨하게 말했는데 말이죠.

막상 흔하지 않은 흉터가 생기면 어떨까요? 

무척이나 속상하겠죠. 진짜 아픈 사람처럼 보이는 게 싫기도 하고요.

한편으로, 수술한 사실조차 잊고 싶은 욕망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우리 삶은 차근차근 걸어갈 줄도 알아야 하는데, 요이땅 하고 뛰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흉터를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관심 가지라는 알람이라고 생각하며 흉터를 애정하게 바라볼 수 있길 바랍니다.


몸에서든 마음에서든 상처는 나기 마련이고, 상처는 낫기 마련입니다.

행여 채 낫지도 않았는데, 조급하게 딱지를 떼어 버리면 더 큰 흉터를 남길 겁니다.

보기 싫더라고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기다리면 예쁘게 아물 겁니다.

작은 상처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죠. 큰 상처는 흉터를 남길 거예요.

흉터를 보며 그때의 상처를 되새겨보게 될 겁니다.

자신의 흉터를 품지 않으면 온전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흉터를 품어줄 사람이 아니면 온전한 관계일 수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멘탈이 중요합니다.

지금 건강하게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또 교훈으로 받아들인다면, 못생긴 흉터지만 삶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 같습니다.

여기서 끝나면 하양 약사가 아니니, 흉터를 완화하는 연고에 대한 정보를 알려 드릴게요.


Source: Pixabay, Steve Buissinne님의 이미지





흉터를 완화하는 연고에는 실리콘 계열의 의료기가와 헤파린 계열의 일반의약품이 있습니다.


1. 실리콘 계열(의료기기)

1) 해당 제품: 더마틱스울트라겔/켈로코트겔/스카덤울트라(연고타입), 시카케어겔/노스카나시트(시트타입) 등

2) 기능: 피부 표면에 수분막을 형성하고 착색을 (예방적으로) 감소시킨다.

3) 해당 흉터: 솟은 흉터, 수술 흉터

4) 사용법: 연고는 문지르지 말고 흉터 주면에 얇게 펴서  발라준다. 시트는 일정 시간을 늘려가며 붙여주는데, 세척 후 건조한 다음에 붙인다.


2. 헤파린 계열(일반의약품)

1) 해당 제품: 콘투락투벡스겔/벤트락스겔, 노스카나겔 등

2) 기능: 착색을 완화하고 콜라겐 형성을 억제한다.

3) 사용법: 약효가 피부 속으로 충분히 스며들 수 있게 2분 정도 마사지하듯 문지른다.

4) 해당 흉터: 착색 흉터, 붉은 흉터

5) 주의사항: 혈액응고 이상자나 영유아에게는 사용이 제한된다.


흉터를 완화하는 최적의 방법은 일차적으로 헤파린 계열 연고를 충분히 흡수시켜주고, 마른 후에 실리콘 계열 연고를 그 위에 덮어 주는 것입니다. 가격적인 부담이 있기 때문에, 흉터 종류에 따라 치료제를 선택하시면 효율적이겠죠. 치료제는 2~6개월 동안 꾸준히 사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켈로이드성 피부는 병원에서 치료받으실 것을 권합니다.


참고로, 스테리 스트립열상, 즉 찢어진 상처에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열상은 상처가 벌어지는 만큼 흉터가 생기는 것이라, 스테리 스트립이 찢어진 살을 이어 붙여서 터진 틈으로 새 살이 과형성 되지 않도록 합니다. 즉, 흉터를 예방하는 역할이죠. 사용해보니 효과적입니다.

넷플릭스 <프로젝트 파워>에서 임상시험당하는 제이미 폭스 딸의 뒷목에 있는 스테리 스트립을 보고 괜히 반갑더라고요. 곁다리로 이 영화도 재밌으니 함 보세요.


Source: Pixabay, Fifaliana Joy님의 이미지


흉터 관리는 기다림입니다.

인내할수록 좋은 결과를 얻습니다.

흉터는 행동을 다스리는 효과적인 기제가 되기도 합니다.

자신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좋은 기회가 되시길 바랍니다.

저도 아침저녁으로 연고 바르고 스트립 붙이고 시트도 붙이는 번거로움이 얼른 끝났으면 좋겠네요.

흉터가 제대로 치유되고 시원하게 샤워하는 날을 꿈꾸며, 이만 마무리 짓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B.2H. (Be Healthy and Happy!)

From Lunar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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