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ans-ends analysis
문제해결에 사용되는 기법 중 휴리스틱(heuristics)이 있다.
문제해결을 논리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면 배경-문제-문제점-해결방안-기대효과-시사점 등의 프레임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런 견고한 분석이 필요한 문제 외에도, 우리는 시시각각 문제에 접한다. 이를 테면, 출장 간 곳에서의 식사는 어떻게 때울지, 타이어는 어디서 교체할지, 차량은 어떤 모델로 구매할지 등 일상생활은 선택의 연속이다. 일상의 선택을 보고서 쓰듯 분석하고 의사결정한다면 우리의 뇌는 하얀 재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Benefit-Risk가 작은 문제에 대해 순식간에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우리 뇌는 자연스럽게 휴리스틱이란 전략을 사용한다.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출장 간 낯선 곳에서 식사할 장소를 찾을 때 사람마다 선택하는 식당이 다를 것이다. 온라인 검색하여 별점이 높은 식당, 인지도가 높은 프랜차이즈 버거집으로 직행,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가장 가까운 식당, 줄 대기가 짧아 식사를 빨리 할 수 있는 식당 등 순간순간 상황에 따라 자신에게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빠른 판단 후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그래서 휴리스틱을 'Mental shortcuts'이라고도 말한다. 정신적 에너지 소모를 절약하는 격이다.
필자는 초등학생 때 수학을 잘했다.
수학을 잘하기까지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다. 문제 하나를 푸는 데 2 시간을 소요한 적이 있다. 절대 답안지를 보지 않았다. 꼭 풀어내고 말겠다는 오기가 고통을 끝내고 싶은 유혹보다 컸던 건 다행이었다. 그 이후로는 수학을 갖고 노는 기분이었다.
너 이기려고 하다 노이로제 걸렸다더라.
어느 날 엄마가 들어와서 하신 말씀이었다. 친구가 특히 수학에서 필자를 이기고 싶어 애쓰다가 노이로제에 걸렸다는 것이다. 그 친구는 여성 출신 반장이 없던 80 시절, 필자를 교내 최초로 여성 반장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앞장섰던 친구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진취적이고 의식이 깨어 있는 리더십을 가진 친구였다. 그런 친구의 소식을 듣고 무얼 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한편 의아하기도 했다. 왜 목표가 나였을까. 왜 나란 사람에게 매몰되었을까.
중학교에 들어가서 질문을 받았다.
학원 다니니? 과외받아? 문제집을 뭘 봐? 공부를 잘하는 비결이 뭐야? 학원 안 다녀. 과외도 안 받아. 문제집은 서점에서 파는, 너도 아는 것. 공부 잘하고 싶은데 결과가 좋네. 비결이 뭘까. 아이큐가 좋은 편이지만 노력을 그만큼 했다. 한 학우는 내 공부방을 보여달라고 했다. 보여줄 만한 공부방은 없다고 했다. 단칸방이었으니까. 그래도 좋으니 한 번만 보여달라고 사정해서 방을 보여주긴 했다. 보통 있을 법한 전집 한 권 없이 교과서로 가득 찬 심심한 책상을 보고 그 학우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돌아갔다. 엄마가 선생인 그녀는 뭔가 다른 점을 찾아오라는 지령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때도 필자는 의아했다. 왜 목표가 나지?
'만점 받으면 될텐데.'
필자는 당시 그들이 의아했다. 왜 필자에게 관심을 갖는 것일까. 1등은 했다만, 필자만 하는 1등이 아니다. 1등의 자리는 부동일지언정 1등의 점수는 가변적이다. 만점 받으면 1등은 인과적인 결과다. 누군 만점 받기 싫어 그럴까, 어려우니까 그렇지. 맞는 말이다. 그러나 가변적인 점수를 받는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 자체가 소모적이다. 그 에너지는 오로지 그대가 행복하고 멋지기 위해 쓰여야 할 에너지다.
무엇이 차이점이었을까.
문제해결형 휴리스틱 중 Means-ends analysis가 있다.
시행착오를 통한 문제해결 전략으로, 최종 목표를 확인한 다음 그 과정에서 직면하는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한 하위 목표와 실행 계획을 생성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이다. 모든 하위 목표가 달성되거나 장애물이 제거됨으로써 최종 목표가 달성된다 [1]. 필자는 무의식 중에 Means-ends analysis를 활용하고 있었다.
문제집이든 시험이든 틀린 문제를 오려 붙여 오답노트를 만들었다.
틀린 이유가 무엇일까, 원인도 적어 넣었다: 1) 질문을 이해 못 함 2) 질문을 잘못 읽음 3) 풀이과정 중 계산 실수 4) 문제 의도를 모름 5) 원리를 이해 못 함 등등. 그 오답노트를 다시 본다. 이유는 다음에 맞출 수 있는지 체크하기 위해서다. 다시 유사한 문제집을 푼다. 오답노트에 틀린 문제를 기재한다. 앞서 틀린 오답과 비교하여 동일한 원인으로 틀리면 또다시 분석한다: 1)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이해 못 함 2) 반복 실수 등등 3) 아직도 원리가 어려움 등. 100점이라는 최종 목표를 설정하고 자주 걸려드는 장애물(자주 틀리는 오답 유형)을 극복하기 위한 하위 목표(오답의 원인분석과 극복방안)와 실행 계획(오답 노트 작성)을 생성함으로써 만점이란 목표에 가까워지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필자는 경쟁자가 없었다.
정확하게는 경쟁자가 있어도 경쟁자로 인식한 적이 없다. 필자에게는 오직 만점이 목표였으니까. 필자가 1등을 못할 때면 누가 1등 했는지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 아이러니하게 그런 목표 설정 덕분에 학창 시절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다. 선생님과 친구들과의 관계가 좋았다. 경쟁이라는 긴장감이 없으니 경쟁자 위치에 있는 학우들에게도 친절할 수 있었다. 친구들에게 응원과 지지를 받았다. 든든해, 잘됐으면 좋겠어, 잘될 거라 믿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치열하게 공부했지만 따뜻한 감성을 지닐 수 있었다.
누군가의 장점을 배우는 건 바람직하다.
그러나 손가락 끝이 아닌, 달을 보았으면. 목표 설정에 있어 누군가를 이기고 1등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고 즐기는 본질에 더 근접하길 바란다. 비교의식은 자신의 감정과 자존감을 갉아먹을 뿐이다. 본질을 즐길수록 고유한 강점은 더 강화되고 인생이 행복해질 것이다. 하지만 이 휴리스틱에도 주의해야할 점이 있으니, 그건 다음 글을 기약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