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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기 Oct 02. 2015

사랑과 사람이란 단어에 관하여

사람과 사랑. 몸과 맘. 몸 전체를 의미했던 예전의 얼굴과 지금의 얼굴. 이런 의미들의 경계에 중요한 통찰이 숨어있다고 나는 믿는다. 언어와 의미 사이엔 필연적인 관계가 없을지 몰라도, 언어와 언어 사이에는 연관성이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 요즘 비슷한 모습의 단어들을 떠올리고 그 연관성에 대해 나름대로 상상을 하곤 한다. 


얼마 전에 썼던 에세이의 첫 문단이다. 그냥 내 소일거리라고나 할까. 심심할 때 스도쿠나 큐브 맞추기를 하듯 나는 저렇게 단어들을 가지고 의미를 짜 맞추는 놀이를 한다. 무슨 관계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갑자기 그럴듯한 답이 나오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사람과 사랑. 정작 저 에세이를 쓸 땐 그냥 저런 궁금증이 있다는 뜻으로 썼지 그 답을 떠올리지 못했다. 근데 오늘 외출 준비를 하다가 갑자기 그 답이 떠올랐다. 유레카.

이건 좀 실제로 발음을 해 봐야 한다.  'ㅇ'받침과 'ㅁ'받침은 비슷한 듯 다르다. 두 음운을 흔히 '울림소리'라고 한다. 'ㅁ, ㄴ, ㄹ, ㅇ'을 울림소리라고 하며 '마누라야'나 '마늘오리' 이런 식으로 외웠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자, 발음을 해 보자. 단 발음을 하되 끝 발음을 멈추지 말고 계속 발음해 보시라. "사랑~", "사람~" 이렇게. '사랑'은 "앙~"하고 입이 벌어진 채 그 본 발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반면 '사람'은 "-암"하고 입술이 닫히는 순간 소리가 끝난다. 물론 계속 소리는 나지만 'ㅁ' 소리 자체는 입술이 닫힘으로써 종결된다. 코를 막으면 그 소리마저도 막힌다. 그러니까 'ㅁ'은 소리가 무엇(입술)에 부딪혀 종결될 때 나는 소리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나온 통찰 하나.


 "사람은 사랑이 쏘아졌을 때(발음됐을 때) 부딪히는 '대상'이란 뜻이 아닐까?" '잠'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잠'은 사람이 '자다'라는 의미에 부딪혔을 때 밖으로 드러나는 '현상'이 아닐까?

물론 추상명사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명사는 우리 눈에 보이는 것들에게 붙여진 이름(名)들의 집합이다. 이름이라 함은 결국 의미들이 사물에 부딪혔을 때 창조되는 것 아닐까? 빛이 사물에 부딪혀 형형색색의 빛깔로 드러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ㅁ'에 그런 비밀이 숨어있다면 '사람'이란 말은 곧 "사랑의 대상"이란 뜻이 숨어있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 얼마나 엄청난 비밀인가!

더욱 놀라운 사실은, 'ㅁ'으로 소리가 끝날 경우 아까 말한 것처럼 코를 막지 않는 이상은 소리가 계속 입과 코 안에서 울려 퍼진다. 'ㅂ'처럼 입술이 닫히는 순간 소리까지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랑이 사람에 부딪치면 그것이 부딪침과 동시에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 안으로 들어가 그 안에서 계속 울려 퍼진다." 


점점 자신감이 생긴다. 사람의 본질은 욕망이 아니라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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