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시작, 글을 쓰는 이유
범람하는 역할 가운데 서 있다.
해를 넘길 때면 마치 새해 선물인 양 새롭게 해내야 하는 역할이 배송된다.
태초에 우리가 부여받는 역할은 그저 성장하는 것이다. 잘 먹고, 잘 자고, 매일 건강하게 자라면 그만이다.
어쩌다 무거운 머리를 반대 방향으로 가누는 순간에 박수 갈채를 받던 시절이 있었다.
이렇게 후한 칭찬도 잠시, 시간이 지날 수록 우리 손에 쥐어지는 명찰도 늘어난다.
명찰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시간과 장소에 따라 자연히 우리의 언어와 행동을 바꾼다.
뭇 사람들은 이 보이지 않는 명찰을, '페르소나'라고 한다.
인생이란 아주 작은 알맹이와 같은 자아 위 덧입혀진 페르소나들의 집합체가 아닌가 생각한다.
페르소나의 어원은 '가면'이고 보통 가면이라 하면 진짜가 아닌 어떤 것을 의미하지만,
결국 우리가 쓰고 살아가는 가면들도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페르소나를 떼어 두고 누군가를 정의하긴 어렵다.
브런치를 통해 나를 둘러싼 페르소나들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회사원, 개발자, 가족, 학생, 그 외 수십년을 지나온 삶에 함께했던 페르소나들,
어떤 이에게는 공감되는 이야기일 것이고, 또 다른 이에게는 전혀 새로운 이야기일 수 있다.
주어졌던 역할이 어떤 것인지, 역할이 수반하는 의무는 또 어떠했는지,
나에게는 특별하지만 당신에게는 평범할 수 있는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공유하며,
어느 누군가 "나도 그러했지" 라고 느낀다면 그 자체로 의미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로, 글을 쓴다.
나를 둘러싼 페르소나, 과거에서 현재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