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만 」 임희진
매일 맑으면 사막이 된다.
사막은 죽은 땅이다. 오늘도, 내일도 계속 맑은 날씨는 물이 필요한 식물들이 살 수 없게 된다. 어디 식물뿐이겠나. 생명의 필수 조건 중 하나인 물이 없다는 건 생명이 없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 내 마음은 맑을까 흐릴까?
감정은 종종 날씨에 비유되기도 한다. 시도 때도 없이 변하는 날씨처럼 인간의 감정도 수시로 변한다. 하지만 날씨의 변화를 알아차리는 것만큼, 우린 자신의 감정도 그렇게 대하고 있을까? 감정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단 높아졌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표현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임희진 동시 「맑은 날만」엔 '항상 웃는' 아이가 등장한다. 이 아이는 사막에 산다. 아이의 감정은 항상 '맑음'. 아이는 웃는다. 슬퍼도, 아파도, 힘들어도. 물 위를 걸어 다니기만 할 뿐 물속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소금쟁이처럼, 아이는 “제 마음으로 한 걸음도 들어가지 못”한다. 대신에 오늘도, 내일도 웃을 뿐. 슬픔에도 슬픔을, 아픔에도 아픔을 웃음 뒤에 숨긴다.
웃음으로 모든 것이 괜찮아질 수 있을까?
아이는 “웃음 뒤에 가려진 목마름”을 느낀다. 웃음으로도 채워지지 않은 내면의 상태. 이렇게 감정이 메말라버린 상태라면 아이는 무엇을 노래하고 무엇을 희망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도 이미 사막화된 마음으로 이 세상을 살며, 엉뚱한 곳에서 갈증을 채우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의 삶엔 슬픔과 눈물이 존재하고 그런 시간이 우리를 성장하게도 하고 단단하게도 만든다”는 시인의 말을 생각해 본다. 자신에게 가장 먼저 솔직해지기. 슬프면 슬프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표현하는 것도 누군가에겐 연습이 필요하다. 나에게도 맑은 날도 있고 흐린 날도 있다고 인정해 보는 건 어떨까. 앞으로 내가 느낄 수많은 감정이 무엇인지 짐작해보는 감정 예보 같은 건 너무 어려우니까, 지금 내 감정을 느끼고 상대방에게 나의 감정을 정확하게 통보하는 것부터.
그런 의미에서, 현재 나의 감정날씨는 여우비가 내리는 중이다.
실린 동시를 볼 수 있는 곳
https://www.sfac.or.kr/literature/epi/B0000/epiView.do?epiSeq=1326
시인의 동시집 『삼각뿔 속의 잠 』- 제12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 수상작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37125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