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식 에그타르트가 궁금한 당신에게 전혀 도움되지 않을 수다
몇 년 전만해도 에그타르트는 나에게 굉장히 생소한 음식 중 하나였다. 아마도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의 동그란 페스트리 안에 노란 커스터드크림이 채워진 에그타르트를 처음 본 건 코스트코인 듯하다.
지금의 코스트코는 여러 대형마트 중 하나지만, 막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만해도 그곳은 전국에 몇 안되는 매우 특별한 장소였다. 거기서만 존재하는 미국산 공산품에 대한 동경 같은 것이 있을 정도로 그곳은 시대를 앞서가는 트랜디한 공간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엔 상상도 못한 회원제 시스템이 더 그 공간을 누구에게나 허락되지 않는, 선택된 자들만이 갈 수 있다는 환상성을 더 부여한 것 같기도 하다.
20년대 후반, 대구에 자취하던 나를 불러 코스트코로 끌고 간 고향 친구들. 미국식 치즈 피자-내 입맛엔 정말 짰지만-와 베이크라는 생소한 이름의 음식을 먹고, 혼자 사는 살림에는 절대 살 시도조차 할 수 없는 무지막지한 양의 미국산 소고기를 쳐다보며 그때 우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여기서 무조건 사아한다는 친구 말에 구입한 베이글이 자취방 작은 냉동고 속 꽝꽝 얼려져 버려질 줄 알기나 했을까.
결혼 후 신도시에 집을 구했는데, 워낙 신혼부부들이 집중적으로 몰려있다보니 이마트, 빅마켓, 홈플러스 같은 대형마트는 주말이면 사람들로 미어터졌다. 몇 년 후 돈 냄새를 맡은 코스트코도 자리를 잡았다. 아들을 카트에 태우고 들어간 입구엔 피자와 베이크를 구울 때 나오는 치즈향이, 신상품들이, 유행상품들이 여전히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베이커리 코너는 여전히 베이글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볐는데 바로 그곳에 에그타르트가 있었다. (이제야 에그타르트 이야기를 하다니.) 거기서 에그타르트를 처음으로 먹은 아들은 피자빵 다음으로 제일 맛있는 빵이 되었다.
하지만 나에겐 에그타르트는 손이 영가지 않는 음식이다. 다른 빵들에 비해 크기도 작은데 가격은 비싼, 한 입 베어 물면 빵가루가 후르륵 떨어지는 먹기 불편한 빵. (순전히 내 입장에서)
https://www.youtube.com/watch?v=BSgOWxsPeJM
포르투갈이 에그타르트의 원조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톡파원25시 포르투갈 편에서 타일러가 한국의 에그타르트와는 차원이 다른 맛이라는 설명에 조금 호기심이 생긴 건 사실. 신랑이랑 "정말일까?"하며 의구심을 가졌다.
포르투갈 여행을 결정하고 에그타르트의 원조를 먹어본다는 기대감을 표현한 아들은 에그타르트 뿐만 아니라 여행에서 남는 것은 먹는 것이라는 생각하는 남편과 음식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서로 참 많이 닮았다. 반면 나는 여행지에서 새로운 음식을 찾아 맛보는 것보다 보는 것을 좋아하기에, 원조 에그타르트를 먹으러 온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차 있을 원조 가게를 가보는 것이 더 중요한 사람이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셋의 취향과 입맛이 모두 다르듯, 포르투갈 여행에서 우리 셋은 에그타르트를 두고도 각자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때론 그 방식이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익숙해진 여행 패턴에서 색다른 시야를 열어주기도 했다.
(2탄은 세 사람의 에그타르트 이야기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