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따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포르투갈식 에그타르트의 정확한 이름은 파스텔 드 나따(Pastel de nata). 빵(pastel)+의(de)+크림(nata)의 합성어로 직역하면 크림이 들어간 빵이라는 뜻이다. 동그랗고 얇은 페이스트리에 계란노른자와 생크림을 섞은 커스터드 크림을 담아 구운 이 빵을 포르투갈에선 '나따'라 줄여 부른다. 나따는 포르투갈의 수도원에서 수도원들이 입는 옷은 깃을 빳빳하게 하기 위해 사용된 흰자를 쓰고 남은 노른자를 활용해 만들면서 탄생된 빵이기도 하다. (나따의 유래는 방송을 통해 많이 알려진 터라....)
실제 포르투갈 여행 중 지나치는 수많은 제과점(Patelaria)에 들르면 나따를 쉽게 맛볼 수 있고 맛도 괜찮다. 꼭 유명한 나따전문점이 아니더라도, 골목에 자리 잡은 작은 카페나 빵집 어디에서도 나따가 다른 빵들과 함께 나란히 진열되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나따 자체가 포르투갈 사람들이 즐겨 먹는 간식이다 보니 그만큼 포르투갈의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다는 말. 원조의 레시피는 여전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 맛을 기억한 사람들을 통해 '홍콩식 에그타르트', 마카오식 에그타르트'처럼 조금씩 다른 질감과 맛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건 대중적으로 호불호가 없는 맛있는 간식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내가 처음 먹은 코스트코의 에그타르트도 원조의 맛과 분명 다르지만 그래도 맛은 있었으니까. 그리고 따져보면 똑같은 레시피로 만들어도 만드는 사람이 누구냐에 달라지는 게 음식의 맛 아니겠는가.
리스본의 둘째 날 아침, 일출을 보고 들어오는 길에 처음 먹어본 나따는 Fabrica da nata(파브리카 다 나따)의 나따이다.
리스본의 구시가지인 호시오 광장 근처 메인 스트릿에는 여러 개의 나따전문점이 있는데 마침 이곳이 8시가 오픈이라 빵이 막 구워져 나오고 있었고, 현지인으로 보이는 몇 사람이 주문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에 홀려서 들어가게 된 곳이다. 1층에 있는 두세 개의 스텐딩테이블이 꽤 운치 있으니 혼자 여행을 즐기는 분은 꼭 이른 시간에 방문해서 유러피언 감성을 즐겨보시길. 우린 이곳에서 각자 취향을 담아 오렌지 주스, 에스프레소, 카푸치노와 함께 첫 나따를 먹었다.
나의 카푸치노가 반 이상 남았음에도 금세 한 상자를 다 먹은 아들과 남편은(나타는 한 개씩 판매하지만 6개 묶음으로 상자에 넣어 팔기도 한다) 바로 옆집 Casa brasileira에서 나따를 더 사 왔다. 음, 그런데 둘의 평가는 "파브리카보다 맛있다". 그 말인즉슨 나따의 맛은 정말 취향 차라는 뜻이다. "1일 3나따"라는 말처럼 각 가게마다 달기도 조금씩 다르고 계피향의 정도도 차이가 있다. 페이스트리 식감 또한 다르지만 이건 언제 먹고 어떻게 보관하느냐에 따라 동일한 가게의 나따라도 달라질 수 있는 문제다.
나따의 맛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나 같은 사람에게도 꼭 맛보아야 할 나따가 포르투갈에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포인트다. 그리고 이 나따의 레시피가 탄생한 곳이 바로 그 유명한 제로니무스 수도원이고, 그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원조 나따 전문점이 있다. 벨렝 지구에 위치한 수도원에서 탄생된 빵의 레시피를 얻어내 차린 제과점인 "Pasteis de Belem"이다. 레시피가 얼마에 팔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도 빵 반죽과 커스터드 크림의 비법은 사장, 공장장을 포함한 단 세 명만 안다는데. 예전 "고추장 비밀은 며느리도 몰라~ 아무도 몰라~"하던 마복림 할머니의 떡볶이나, 여전히 미스터리 한 코카콜라의 제조법처럼, 뭔가 엄청난 비밀을 품고 있을 것만 같은 이곳만의 나따를 먹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여기를 찾아온다. 그렇기에 포르투갈 여행을 가게 되면 꼭 이곳을 가야 하는지 고민할 수밖에.
우리가 방문한 날은 날씨가 맑은 주말이라 꽤 줄이 길었는데도 생각만큼 오래 기다릴 필요 없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내부로 들어가면 꽤 넓은 공간에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분위기인데 안쪽엔 야외 테라스도 꾸며져 있었다. 특히 좁은 통로 곳곳에 가게의 역사를 느낄 수도 인테리어가 나름 보는 재미도 준다. 특히 빵을 굽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매장에서 먹는 것이 필수.
여기를 방문한 이후부터 우리는 나따를 일부러 찾아 먹기보다는 보이면 먹었다. 숙소에서도, 카페에서도 "한 번 먹어볼까?"의 마음으로. 나따는 포르투갈이고, 포르투갈은 나따라니까. 얼마나 맛이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여기 왔으니 각자 방식대로 즐기면 되는 것이다.
시간이 꽤 흘러도 노릇하게 구워진 나따가 생생하게 떠오르는 건, 온전히 그 맛을 즐기게 해 준 여유가 남겨준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신없는 여행 중에도 잠시 테이블에 앉아 달달한 맛을 느끼면서 커피를 호로록 마시면서 보낸 쉼의 순간. 그 시간 덕분에 셋이 다 다른 방식으로 나따를, 포르투갈식 에그타르트를 즐겼던 시간을 함께 기억할 수 있다는 것도.
번외) 우리 세 식구의 경험치를 모두 모아서 간단한 테스트를 만들어보았다. 만약 포르투갈에 간다면 나따를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 한 번 확인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