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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마스 Jan 07. 2017

환송회

6월 초부터 7월 초까지 약 5주 동안, 주말을 제외한 평일 점심과 저녁은 항상 약속으로 채워졌다. 덕분에 토마스 씨의 탁상달력은 각 숫자들마다 약속시간과 장소, 만나는 사람 이름들이 빼곡하게 들어차게 되었다.


직장 선/후배/동료들, 고등학교/대학교/대학원/성당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친구들, 형, 누나, 동생들이 한동안 멀리 떠나는 토마스 씨를 위해 일부러 그들의 소중한 시간을 기꺼이 할애해서 나를 위한 환송 자리를 마련해 준 것이다. 나중에는 더 이상 가용한 시간이 없어서 부득이하게 잠깐 차만 마신다던지, 아니면 하루에 저녁을 두 번 먹는 일도 생기게 되더라.


그리고, 매일매일 이어진 그 시간들 속에서 아무것도 아닌, 정말 보잘것없는 존재인 내가 그들 덕분에 '소중한 존재'로 탈바꿈하는 신비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어떤 모임에서는 나도 모르게 엉엉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고, 또 어떤 모임에서는 나를 위해 눈물을 흘리는 후배들 때문에 덩달아 나도 울컥하기도 했고, 또 어떤 모임에서는 밤늦게까지 지금까지 못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미처 그들의 그런 고민들을 알아채지 못하고 챙겨주지 못한 나의 무심함을 자책하기도 했다.


생각지도 못한 과분한 선물들 때문에 죄송하기도, 감사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들 한 명, 한 명과 그 공간에서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내겐 정말 큰 축복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그 시간들 안에서 내가 느낀 감정들은

"내가 지금까지 헛되게 살아오진 않았구나, 이 험한 세상에 적어도 혼자는 아니구나, 보잘것없는 나의 '존재'가 이 사람들 덕분에 증명될 수 있구나, 그리고 내가 받은 것처럼 나도 그들 한 명 한 명의 가치를 환하게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구나."

(비록 완벽하진 않아도) 대략 이렇게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고마워요. 모두들. 당신들과 함께 한 그 소중한 시간들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제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있답니다.


그 마음들, 잊지 않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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