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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마스 Mar 04. 2017

입학 동기들

토마스 씨의 전공은, 각 학교들마다 박사과정 학생들만을 전담으로 관리하는 코디네이터(Coordinator)가 있다. 코디네이터는 어드미션이 결정되는 순간부터 졸업하는 순간까지, 박사과정 학생들의 행정적인 일들 전반을 관리해주고 때로는 교수님과 학생들 사이의 연결 다리가 되어 주기도 한다. 우리 학교의 코디네이터는 패트리샤라는 이름의 인자하게 생기신 중년 여성분이신데, 입학을 몇 개월 앞둔 5월 말에 패트리샤가 보낸 이메일 하나가 도착했다.


메일 제목은 "Starting PhD Class -- 2014 -- Meet your Cohort!"였다. (참고로, 우리가 흔히 쓰는 '입학 동기'를 영어로는 cohort라고 부른다)


메일 내용 가운데 일부를 옮겨보면,

The incoming PhD class for 2014 is a bit larger than average but not TOO large. I thought you might be interested to know who your classmates will be. We encourage you to begin to get to know each other. For that reason, I’ve included email addresses, along with other information for your cohort. (올해 입학하는 박사과정 학생들의 숫자는 예년보다 조금 늘어났어. 앞으로 함께 공부하게 될 너희 동기들이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니? 아래에 너희 입학 동기들의 이메일 주소랑 간단한 신상 정보를 표로 만들었으니까,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서로에 대해 알아두렴)


메일 끝에 첨부된 표에는 앞으로 나와 같이 공부하게 될 아이들의 이름과 이메일 주소, 성별, 국적 등이 정리되어 있었다. 동기들의 숫자는 나를 포함해 16명이었고, 그 가운데 3명이 여성이었다. 미국 국적이 아닌 학생은 나를 포함해 2명밖에 없었는데, 다른 한 명의 국적은 중국이었다. 표에 기재되어 있는 낯선 이름의 아이들과 앞으로 같은 공간에서 공부한다는 생각을 하니, 왠지 기분이 묘했다.


며칠 후, "Introduction and a question (소개 및 질문)"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이 도착했다.


Hi, all. (안녕, 얘들아)
My name is A and I'm going to be attending OOO's PhD program with you all in the fall. I recognize a few names from the visit but just thought I'd say hello again and invite you guys to tell us all a little about yourselves. (내 이름은 A이고, 이번 가을 학기부터 너희와 함께 공부하게 됐어. 지난번에 학교 방문했을 때 이미 봤던 애들도 있지만, 이번 기회에 서로 간단히 자기소개를 해보면 어떨까 싶어)
Where specifically are you all hailing from? What are your interests like? What would you like to do with your Ph. D.? Likes? Dislikes? (어디 출신인지? 관심사는 무엇인지? 박사과정 끝나고 뭘 하고 싶은지? 그리고 좋아하는 거나 싫어하는 거, 이야기해보는 거 어떨까?)


그렇다. 입학 동기 가운데 여학생 한 명이 먼저 '총대'를 메고 전체 메일을 통해 서로 자기소개를 해보자고 제안을 한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녀의 자기소개.


I live in Illinois currently but I have moved every two to three years since I was born so I'm not really "from" here. I hope to study OOOO and am specifically very interested in OOO. (나는 지금 일리노이에 살고 있는데, 태어났을 때부터 거의 2-3년마다 이사를 해서, 특별히 "어디 출신"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이 없어. 전공과 관련해서는 OOOO를 공부해보고 싶고, 특별히 그 가운데에서도 OOO에 관심이 있어.)
I would like to go into academia but I'm trying not to tie myself to it. A few interests of mine not related to OOO: hiking, running, yoga, board games, craft beer, graphic novels, literature, etc. (졸업 후에는 학계에 남고 싶은 생각이 있는데, 그렇다고 딱히 학계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냐. 전공 외에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들은: 하이킹, 요가, 보드게임, 크래프트 맥주, 만화, 문학 등이야)


(여담이지만, 이 친구가 어린 시절부터 이사를 많이 다닌 이유는... 아버지가 군인이셨기 때문이라고..)

아무튼, 이렇게 첫 번째 자기소개가 시작되었고, 다음 날 새로운 메일이 하나 또 도착했다.


Thanks for getting the ball rolling, A! (A야, 총대 매 줘서 고마워)
My name is B. I've been living in Los Angeles for the past year, but grew up in northern California and south India. I'm interested in OOO, specifically OOO. I'm not set on a particular career path, but I would like to come back to LA after OOO. (내 이름은 B야. 나는 지금 LA에 살고 있는데, 북캘리포니아와 인도에서 자랐어. 전공 관련해서는 OOO에 관심이 있어. 현재 특별히 커리어에 대한 계획은 세우지 않고 있는데, 졸업 후에는 다시 LA로 돌아올 생각이야.)
Non-OOO: I like surfing, starcraft, food, graphic novels, D&D, and multiplayer games in general. Anyone a Catan fan? (전공 외에 내가 관심이 있는 것들: 서핑, 스타크래프트(!), 음식, 만화, D&D (던전 앤 드래건이라는 게임)를 비롯한 멀티플레이 게임들. 그나저나 '카탄' 좋아하는 애들 있니?)


아... 언제적 카탄이란 말이더냐!


그 이후, 동기들의 자기소개 메일이 릴레이로 계속 이어졌다.


C: I enjoy biking, tennis, swimming. I'm really psyched for the OOO outdoors and all it has to offer (나는 자전거, 테니스, 수영을 좋아하고. 앞으로 우리가 지내게 될 도시에서 아웃도어 액티비티들을 즐길 생각을 하니 굉장히 흥분돼)
D: I really enjoy beer and food. I also like hiking, backpacking, canoeing, and basketball. (나는 맥주랑 음식을 정말 좋아해. 그리고 하이킹이랑 백패킹, 카누, 농구도 좋아하고)
E: I bike, hike, and do photography for fun. (나는 자전거, 하이킹, 사진 찍는 거 좋아해)
F: I enjoy bicycling, board games, card games, strategy games, pretty much any games that don't involve a computer -- and my guilty pleasure would be graphic novels (Alan Moore, Warren Ellis, Frank Miller, Neil Gaiman, and I've recently discovered a weakness for Grant Morrison...) (나는 자전거랑 보드게임, 카드게임처럼 컴퓨터로 하지 않는 모든 게임들을 좋아해. 그리고 만화 보는 것도 좋아해 - 그러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작가 이름을 덧붙였음)
G: we are looking forward to living in OOO where we can ski and climb the best mountains in North America. In addition to the mountain sports, I have learned to love soccer while in Chile. (내 아내랑 나는 앞으로 OOO에서 스키랑 등산하는 것을 굉장히 기대하고 있어. 마운틴 스포츠 외에는, 칠레에 있는 동안 배우게 된 축구를 좋아해)  
H: hiking/biking, board games, beer ( I have even brewed a little of my own), soccer, and painting. (등산이랑 자전거, 보드 게임, 맥주 - 본인이 직접 만들기도 함, 축구, 그리고 미술)
I: I like the outdoors and love playing all sorts of games. I hope that we can play ultimate or volleyball in our future. (나는 아웃도어와 모든 종류의 게임들을 다 좋아해. 앞으로 우리 프리스비나 배구 같이 하자)
J: I like IT related technologies and movies a lot. I am also a soccer fan but was advised by my doctor to stop playing soccer after a surgery on one of my knees. (IT와 관련된 것들이랑 영화 좋아해. 축구 팬이기도 한데, 무릎을 다친 이후로 의사가 축구는 더 이상 하지 말래)
K: My hobbies include running and working out, and playing video games to unwind. I love hiking and skiing. I am a big college basketball fan. (나는 달리기, 피트니스, 비디오 게임, 하이킹이랑 스키 좋아해. 그리고 대학 농구 보는 거 진짜 좋아해)
L: I like basketball, running, biking, skiing, hammocks, ultimate frisbee, people, places, and things. (나는 농구랑 달리기, 자전거, 스키, 해먹, 프리스비를 좋아하고 사람들, 그리고 다양한 장소와 물건들에 관심이 있어)
M: I like Jazz, contemporary short novels, hand-drip coffee, craft beer. (나는 재즈, 단편소설, 핸드 드립 커피랑 크래프트 맥주를 좋아해)


(참고로, M이 토마스 씨입니다...)


미국 전역(동부, 서부, 중부, 남부)의 여러 다양한 도시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이 써 내려간 소개 메일 속에는 한국과는 조금은 다른 그들만의 문화적 특징 같은 것들이 숨어 있었다. 이를테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말할 때는 항상 체육 활동(phisical activity)과 관련된 것들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아무래도 미국은 생활 체육이 보편화되어 있고 어린 시절부터 학교에서 체육 활동을 워낙에 강조하다 보니, 성인이 되어서도 밖에서 몸을 움직이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자연스레 좋아하게 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우리 동기들의 경우 자전거, 하이킹, 스키, 달리기는 거의 공통적인 취미인 것 같았고, 서핑이나 카누, 얼티밋 프리스비, 해먹(!)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힘든 액티비티를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낯선 '얼티밋 프리스비'라는 스포츠 (사진 출처: http://www.beachfieldhouse.com/)


보드 게임이나 카드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는 것도 꽤 신선했다. 예를 들면, 수학 캠프가 시작되기 며칠 전에 동기 가운데 한 명이 메일을 보내서 "Cards Against Humanity (인간성을 저버린 카드)"라는 카드 게임을 같이 하자고 제안을 했다.


Reply if you're down to be terrible people together (같이 '끔찍한' 사람이 되고 싶은 애들은 답장 줘 - 'terrible'이라는 말은 이 카드의 타이틀이기도 한 'against humanity'의 중의적인 의미인 듯)


호기심에 한번 가볼까, 라는 생각도 잠깐 했었지만 인터넷으로 이 카드게임을 검색해보니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나는 게임이라 가볍게 포기했다. 조금은 서글픈 이야기지만, 처음 보는 동기들 앞에서 괜히 내 부족한 영어로 게임 분위기를 망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영어에 대한 부담감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미국 친구들과 하기에는 진입장벽이 너무 높은 Cards Against Humanity 라는 카드 게임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우리 동기들 16명은 수학 캠프를 기점으로 '박사과정'이라는 배에 같이 탑승하게 되었다 - 동기들과 경험한 크고 작은 일들은 앞으로 하나씩 이야기해 보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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