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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마스 Dec 21. 2016

스카이프 인터뷰

인터뷰 날짜는 5일 뒤, 한국 시간 밤 11시로 정해졌다.


당시 나는 보통 11시쯤 자서 6시에 일어나는 수면 패턴을 갖고 있었는데, 미국 시간에 맞추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인터뷰 시간이 밤 11시로 정해져 버린 것.


인터뷰 당일은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해서 일을 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니 피곤이 슬금슬금 밀려오기 시작한다. 잠도 깰 겸, 샤워를 하고 아침에 출근할 때랑 똑같이 거울을 보며 단장을 하고 옷도 깔끔한 정장으로 갈아입었다.


약속한 11시가 조금씩 가까워짐에 따라, 나의 긴장감도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긴장을 느끼는 가운데서도 졸음이 밀려왔다. 급기야 10시 30분쯤에는 머리가 멍해지기 시작하는데, 어쩔 수 없이 창문을 활짝 열고 밖에서 불어오는 1월의 겨울바람에 얼굴을 한동안 맡겼다.


바람은 정말 차가웠지만, 투명하고 건조한 공기 속에서 쨍하게 빛나고 있는 고요한 밤 풍경은 나름 운치가 있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창문을 활짝 열고 밤 풍경을 보고 있노라니, '만약에 내가 미국에 가서 공부를 하게 된다면, 긴장감 속에 인터뷰를 기다리고 있는 이 순간도 나중에는 추억으로 기억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잠시 감상에 젖게 됐다.


당시 창밖으로 보이던 실제 밤풍경


그렇게 찬바람을 쐬며 졸음을 어느 정도 몰아낸 뒤, 예상 질문 및 답변을 정리한 포스트잇을 보면서 입근육을 조금씩 풀며 본격 영어모드로 들어갈 준비를 한다.


드디어 약속한 11시 정각이 되었고, 나에게 메일을 보낸 교수님의 스카이프 계정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그렇게 인터뷰가 시작되었는데, 질문은 대략 내가 예상한 것들 위주로 진행되었다.


"왜 우리 학교에 지원했냐? 구체적인 관심분야가 뭐냐? 여기서 공부하고 나서 뭐 할 거냐?" 등등. 중간중간 버벅거리긴 했지만, 그래도 미리 준비해둔 예상 답변들 덕분에 무난히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이제 슬슬 인터뷰가 마무리되어 가는 타이밍. 면접관 교수님이 "우리 프로그램에 대해 뭐 궁금한 거 없어?"라고 물어보셨다.


미리 찾아본 정보에 따르면, 인터뷰에서는 이런 Q&A 시간이 나름 중요하다고 했다. 만약 "궁금한 거 없는대요"라고 답하면, '음... 이 녀석은 우리 학교에 오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는가 보군'이라는 자칫 부정적 인상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질문을 빙자한 '애정 공세'는 어느 정도 플러스가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서 내가 준비한 질문은 '졸업생들의 진로' 및 '학교의 교육 여건' - 이렇게 두 가지였다. 두 질문 모두 면접관 입장에서는 당연히 긍정적인 면을 부각해서 대답을 할 수밖에 없고, 그럼 나는 '아. 그렇구나. 예상은 했지만, 너희 프로그램 정말 좋구나. 나 거기 정말 가고 싶어'라는 조금은 틀에 박힌 리액션을 하는 시나리오를 미리 짜 놓고 있었고, 실제로도 그렇게 했다. (연기력은 좀 부족했지만...)


아무튼, 그렇게 무사히 생애 첫 화상 인터뷰를 끝마칠 수 있었고,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바로 면접관 교수님께 간단하게나마 다음과 같이 감사 메일을 보냈다.


"오늘 인터뷰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개인적으로 최근 최근 졸업생들의 잡마켓 퍼포먼스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답니다. 인터뷰를 위해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좋은 소식이 곧 제게 들려오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30분 뒤, 면접관 교수님께 아래와 같은 답장이 왔다.


"Thank you, 토마스. I enjoyed the chance to talk with you and look forward to meeting you in person." (고마워, 토마스. 나도 너랑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고 나중에 실제로 만나게 되길 기대해)


몸은 굉장히 피곤했지만, 웬일인지 그날은 잠자리에 누워서도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출근길, 환승역 플랫폼에서 평소처럼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전날 밤에 인터뷰를 본 학교로부터 메일이 한통 도착했다.


제목은 "Admission Decision".

마음을 진정시키고, 조심스레 열어본 메일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있었다.



"Dear Mr. 토마스,
Congratulations on your admission to the Ph.D. program in the XXXXX! Please see the attached letter for details."  


합격 메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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