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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마스 Dec 22. 2016

합격, 불합격, 그리고 웨이팅

그렇게 당초 예상보다 빨리, 1월 말에 첫 번째 어드미션(admission) 메일을 받았다. 덕분에 생각보다 일찍 올 리젝(all reject)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고, 어찌 되었건 유학을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게, 나의 관심은 이제 합격한 학교보다는 아직 아무런 결정도 나지 않은 나머지 24곳의 학교들로 자연스레 옮겨가게 되었다.


어드미션 결과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는 2월과 3월에는, 유학 지원생들의 생활 패턴이 대략 비슷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메일 확인, 아침밥 먹으면서도 메일 확인, 지하철 타면서도 메일 확인. 그렇게 하루 일과 가운데 잠시라도 틈이 생기면, 메일을 확인하거나 어드미션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트인 urch.com을 들락날락거리게 된다.


2월이 되자 실제로 각 학교들의 결과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Admission"이나 "Decision"이라는 제목의 메일만 봐도 가슴이 철렁거렸다. 메일로 바로 결과를 가르쳐주는 학교는 그나마 양반이고, 상당수의 학교들의 메일을 열어보면 '결과가 나왔으니 원서접수 웹페이지에 로그인해서 결과를 확인하라'라는 메시지만 달랑 들어있다. 해당 학교 웹페이지에 들어가서 아이디랑 비밀번호를 넣을 때는 어찌나 심장이 말랑말랑해지는지... 그렇게 힘들게 접속해서 결과를 확인했는데  "We regret to inform..."이라는 말이 보이면 또 어찌나 마음이 허탈해지는지... (참고로, 대부분의 불합격 메일은 저렇게 '유감스럽게도...'로 시작하기 때문에, 첫 문장만 봐도 합격인지 불합격인지 알 수 있다.)


그러던 중 다행히도 2월 초에 또 다른 학교 한 군데로부터 두 번째 어드미션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다음부터는 한동안 계속 불합격, 불합격, 불합격, 불합격, 불합격... 중간에 또 어떤 학교 한 곳과 전화로 인터뷰를 봤는데, 거기도 결국 불합격.


그리고 2월 말의 어느 날, 별 기대 없이 원서를 넣었던 탑 10에 들어있는 아이비리그 학교 가운데 한 곳에서 메일이 왔다.


"Attached is the xxxx's note advising you that you have been placed high on our wait list for admission"


대략 "너 아직 합격한 건 아니고, 다만 웨이팅 리스트 상위권에 있으니까 좀 더 기다려봐"라는 내용이었는데, 이때부터 나는 한동안 희망고문에 시달리게 된다.


참고로, 랭킹이 높은 학교들은 오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어드미션 오퍼를 주기 전에 웨이팅 리스트까지 같이 만들어놓고, 첫 번째 라운드에서 어드미션을 받은 학생들이 만약 오퍼를 거절하게 되면  웨이팅 리스트의 상위 순번에서 한 명씩 한 명씩 정원을 채워나가게 된다.


세상만사가 그렇듯, 대학원 입시도 보통 '승자독식(winner takes it all)' 현상이 벌어지게 되는데, 세계 각 나라의 '국가대표급' 스펙을 가진 아이들이 상위권 대학의 어드미션을 다 휩쓰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오퍼를 많이 받더라도, 결국 갈 수 있는 학교는 오직 한 군데뿐이기 때문에 나머지 학교들에는 자신이 받은 오퍼에 대한 거절(decline) 의사를 최대한 빨리 알려줘야 한다. 그런 식으로 빈자리가 생기면 웨이팅 리스트에서 눈이 빠지게 대기하고 있던 다음 타자에게 오퍼가 나가게 되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처음부터 랭킹이 너무 높은 학교들은 별 기대를 안 했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웨이팅 리스트에 있다는 메일을 받으니 한편으로는 탑스쿨에서 바로 리젝을 안 받았다는 사실이 기뻤고, 다른 한편으로는 '혹시나...' 하는 기대가 자연스럽게 생겼다.


그 이후, 3월 초에 다른 학교 한 군데로부터 합격 메일을 받았고, 이것이 내가 받은 세 번째 어드미션이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4월 초에 추가로 두 곳의 학교에도 합격해서, 총 다섯 개의 어드미션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운명의 장난인지, 또 꽤 랭킹이 높은 몇 군데의 학교들로부터도 웨이팅 리스트에 올라가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미국 대학원 입시는 4월 중순에 공식적으로 끝나게 되는데, 미리 정해놓은 데드라인까지 자기가 가고자 하는 학교에 오퍼 수락 의사를 보내야 하며, 한번 오퍼 수락을 하게 되면 번복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데드라인이 가까워질수록 학교별로 오퍼 수락에 변화가 생기고, 그 결과 학교 간 합격자들의 연쇄이동이 벌어져서 나중에는 정말 하루하루 피를 말리게 된다.


나도 이미 다섯 군데 학교에서 오퍼를 받은 상황인지라, 그 가운데에서 어떤 학교를 갈지를 결정해서 오퍼 수락 혹은 거절 의사를 각 학교들에 알려줘야 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데드라인까지는 웨이팅이 걸려있는 학교들로부터 '혹시나'하는 기대를 완전히 떨쳐버릴 수도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이를테면, 기적적으로 데드라인 전날에 오퍼를 받는다던지...).


그렇게 4월 중순의 데드라인은 조금씩 가까워오기 시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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