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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마스 Dec 23. 2016

학교 선택

2014년 4월 초, 내가 공식적으로 받은 어드미션은 5개였다. 합격한 학교들의 이름은 편의상 합격한 순서대로 A, B, C, D, E라고 부르도록 하자.


보통 미국은 서부(west), 남부(south), 중서부(midwest), 북동부(northeast) - 이렇게 4개의 지역으로 나누는데, A와 B학교는 남부, C학교는 서부, D학교는 중서부, E학교는 북동부, 이렇게 골고루 분포되었다.


각 학교들의 특징을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먼저 A학교는 1월에 스카이프 인터뷰를 통해 가장 먼저 어드미션을 준 곳이다. 면접관이자 학과장인 교수님이 정말 친절하셨는데, 합격 발표 이후에도 내게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셨다. 예를 들면, 한국인 재학생 1명과 조교수 1명을 내게 따로 멘토처럼 붙여주면서 학교에 대해 궁금한 사항이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편하게 연락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B학교는 2월 초에 합격한 학교인데, 아는 형이 재학 중이라 학교 전반에 대해 궁금한 사항은 그 형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두루두루 물어볼 수 있었다. 다만, 그 형은 나랑 전공이 달라서 내가 지원한 학과에 대한 정보는 부족했는데, 마침 최근에 내가 지원한 전공으로 학위를 받으신 분이 내가 근무하는 곳의 이웃 직장에 계신다는 정보를 입수하였다.


하지만 그분의 이름은 고사하고 연락처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평소 같으면 그냥 포기했겠지만, 워낙 중요한 결정을 앞둔 시점이라 실례를 무릅쓰고 그분이 근무하고 계신 직장의 인사과로 무작정 전화를 했다. 간단히 내 소개와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나서, "혹시 최근에 B학교에서 학위 받으시고 그곳에 입사하신 분의 성함과 연락처를 좀 알 수 있을까요?"라고 공손히 물어봤다. 다행히도 인사과 직원분으로부터 그 분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었고, 그 연락처로 용기를 내어 연락을 드렸다. 갑작스럽게 연락을 드려 혹시 결례를 범하는 건 아닐까 많이 걱정했지만, 그 졸업생분이 흔쾌히 도움을 주겠다고 말씀을 하셨다. 이후 감사하게도 그분의 오피스를 직접 방문해서 1시간 정도 여러 가지 궁금한 점들을 물어볼 수 있었는데, 내가 가지고 있었던 B학교에 대한 모든 궁금증들을 속 시원히 해결할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


C학교로부터는 3월 초에 어드미션을 받았는데, 지원 전에 미리 컨택했던 한국인 재학생이 너무도 친절해서, 덩달아 학교 이미지도 좋게 기억되고 있는 곳이었다. 이곳은 무엇보다도 자연환경이 가장 뛰어난 곳이었는데, 이곳으로부터 합격 메일을 받자마자 아내가 제일 먼저 했던 말이 "거기 우리 엄마가 정말 좋아하는 곳이야"였다. 아내가 어린 시절에 가족들과 자동차로 미국 여행을 하면서 C학교가 있는 주를 지나간 적이 있었는데, 당시 자연환경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이곳에 정말 반하셨다고 한다. 당시 장모님께서 '나중에 커서 여기서 공부하면 엄마랑 아빠가 놀러 올게'라는 말씀을 하셨다는데, 듣고 보니 사위가 그 역할을 대신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D학교는 3월 중순에 합격했는데, 여기도 친한 형이 다른 전공으로 재학 중인 곳이었다. 오랜만에 보이스톡으로 그 형과 통화를 하면서 이것저것 학교 전반에 대해 물어볼 수 있었다. 형의 말에 따르면, D학교가 있는 곳은 한적한 중서부 시골에 위치해 있어서, 다른 곳들보다 물가가 저렴하고 아주 조용한 곳이라고 했다. 다만 너무 시골이라 좀 재미가 없는 게 단점이라고 했다. 그래도 한국인 재학생도 많은 편이고, 무엇보다도 이곳에 가면 초반에 정착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여러모로 친한 형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좀 놓이는 것 같았다. 학과 내부 사정에 대한 정보는, 마침 재학생 중에 토마스 씨와 같은 학부를 나온 선배가 있어서 그분에게 메일로 연락을 드려 학과 사정에 대한 유용한 정보들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E학교는 3월 말에 어드미션을 준 곳인데, 학교 인지도가 다섯 곳의 학교 가운데에서 가장 높고, 무엇보다도 위치가 끝내주는 곳이었다. 주변에 수많은 국제기구들이 있어서 방학 때 인턴이나 RA 포지션을 구하기가 용이한 것이 강점인 학교였고, 실제로 졸업생들의 국제기구 진출 비율이 높았다. 다만 대도시다 보니 물가 수준이 다른 곳들보다 높은 편이고, 전공이 원래 내가 가고자 했던 전공이 아니라 플랜 B로 지원했던 유사 전공이라는 점이 좀 마음에 걸렸다. E학교도 이메일로 컨택한 한국인 재학생이 친절하게 내게 여러 가지 도움을 줬었는데, 그분께 특히 내가 고민하고 있는 1순위 전공과 2순위 전공 사이에서의 선택 문제에 대해 조언을 구했었다. 감사하게도 그분께서 주변의 다른 재학생들에게까지 직접 물어보면서까지, 내가 궁금했던 것들에 대한 유용한 정보들을 제공해주셔서 최종 결정을 내리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지금 다시 그때를 돌아보면, 만약 각 학교의 한국인 재학생들, 지인들, 추천서를 써주신 분들로부터 도움을 받지 않았다면, 데드라인이 하루하루 가까워올수록 많이 불안하고 초조했을 것 같다. (무언가에 대한 정보가 없으면, 괜스레 걱정되고 무서운 법이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시 내게 도움을 주셨던 많은 분들께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아무튼 그렇게 4월의 데드라인이 코 앞까지 다가왔다. 이미 합격한 학교들과는 별도로, 나를 매일 밤 잠 못 들게 만들었던 웨이팅 리스트에 걸려 있던 학교들로부터의 연락도 여전히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어드미션 상황이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urch.com의 게시판에는 "혹시 안 가기로 했으면 빨리 거절 메일을 보내주세요"라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는 상황.


그리고 마치 영화처럼, 데드라인을 딱 하루 남겨두고 그토록 기다리던 아이비리그의 학교로부터 메일이 도착했다.


가슴이 두근두근... 조심스레 메일을 열어보니,


"Dear 토마스,
Unfortunately, we do not have good news at this point. We are sorry to tell you that it now appears that our initial acceptances will be higher than anticipated and we will not be able to admit you to our program. We wish you the best in your graduate studies elsewhere."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역시 불합격이었다.


인터넷에 올라온 글들을 보니, 이 학교의 직전 연도 잡마켓 아웃풋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이번에 어드미션을 받은 학생들이 대부분 오퍼를 수락했다고 한다.


사실 그 순간에는 아쉬운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 한 것만 해도 충분히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혹시라도 운 좋게 내 실력보다 과분하게 이곳에 합격을 했다고 하더라도 들어가고 나서 여러모로 많이 힘들어했을게 불을 보듯 뻔해서 오히려 나에게 어드미션을 준 다른 학교들에 더욱더 감사하게 되었다.


드디어 D-day 다가왔고, 지금까지 모아  정보들과 주변분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최종 결정을 내려야  순간이 되었다. 돌쟁이 아기를  아빠로서 내가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요소는 역시 재정적 지원이었다.  식구가 앞으로 미국에서 살아가야 하는만큼, 학교로부터 어느 정도의 장학금을 받을  있는지가 가장 중요했다.


나는 어드미션을 받은 학교들 가운데서, 나에게 가장 좋은 조건의 재정 지원을 제안한 학교로 가는 것으로 결정하고, C학교에 메일을 보냈다.


"I am very pleased to accept your offer..."


길고 길었던 어드미션 프로세스는 이렇게 끝이 났다.



가게 될 학교가 공식적으로 결정되고 나니, 이제 출국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3개월 남짓. 이제 부지런히 남은 시간 동안 출국 준비 및 서울 생활 정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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