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cure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이러다 끓어 넘치겠어. 아직 다 익지는 않았을 텐데. 초조한 마음에 남자는 냄비 뚜껑을 열어보고야 말았다. 살짝 보이는 틈으로 까맣게 익어버린 눈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둥그런 눈알이 데굴데굴 구르다 점점이 박혔다. 불투명하게 침잠한 눈에는 아무것도 비치지 않았다. 국자를 들고 휘휘 젓자 이들은 이내 붉게 녹아내렸다. 고춧가루를 잔뜩 넣었는데도 비린내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 오히려 맵고 알싸한 향과 섞인 냄새는 처음보다 더 진해진 것 같았다. 소금을 많이 넣은 게 문제였을까. 파랗게 태어나 검게 죽어가는 것들이 품었던 향을 더한 게 실수였을지도 모른다. 역한 비린내가 코 점막과 피부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살아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지 않았나. 어쩔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한참을 더 끓이고 나서 냄비를 통째로 옮겼다. 푹 고아낸 결과물이 식탁에 그득했다. 그릇에 조금 덜어내었더니 다리가 비죽 튀어나왔다. 다리 한쪽은 쉽게 뜯어졌다. 뻣뻣하게 굳은 관절 사이를 딱딱한 껍데기가 감싸고 있었다. 벌겋게 익은 몸통에서 떨어져 나간 다리 한 짝이 이질적이었다. 그토록 오래 끓였는데도 그대로라니.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기어 다니면 어떡하지. 아니지, 다리가 없으면 움직일 수가 없잖아. 뜯어낼 다리는 많았다. 이윽고 뭉툭한 형체만 남은 순간 그는 또다시 축 쳐진 까만 눈알과 마주쳤다. 얘들은 왜 눈꺼풀도 없을까. 눈이라도 좀 감고 있으면 나을 텐데. 몸통을 뒤집고서 배와 등의 경계 지점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먹을 때마다 번거롭긴 하지만 해체하는 맛이 있었다. 그는 입맛을 다시며 뜯어낸 다리를 질겅질겅 씹어대다가 손에 힘을 주었다. 투두둑. 이윽고 몸통이 아래위로 쩍 벌어졌다. 꽉 찬 살은 퉁퉁 불어 결대로 허옇게 부풀어 있었다. 녹아버린 내장은 뭉개져 덩어리째로 흐르며 쏟아져 내렸다. 떨어져 나간 껍데기는 힘없이 구석에 나동그라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식탁 위에는 조각난 다리와 벗겨진 껍데기가 한데 뭉쳐져 널브러져 있었다. 살 부스러기와 국물이 여기저기 떨어져 지저분했고 손바닥에 묻은 살과 내장은 끈적였다. 형광등이 깜빡일 때마다 몸통을 들고 있는 손은 반지르르하게 윤기가 흐르다가도 축축하게 젖어 번들거렸다.
뭐, 나중에 치우면 되겠지. 이미 더러워진 걸 어쩌겠어. 그는 손을 옷에 대충 문지르며 가벼운 걸음걸이로 숟가락을 새로 가져왔다. 잔해를 차곡차곡 쌓아두고선 식탁 구석으로 치워버렸다. 오목하게 움푹 들어간 그릇을 그 앞에 두었더니 시야가 거슬리지 않아 한결 마음이 편했다. 이제 남은 일에 집중해야지. 숟가락으로 껍데기 안쪽을 박박 긁어보았다. 내장과 살이 조화롭게 뒤섞여 회색이 되었다. 검은색에 흰색을 섞으면 회색인데, 저 눈들과 살 부스러기를 으깨보면 그 결과물도 같지 않을까? 그는 원형을 알아볼 수 없는 색이 좋았다. 선명한 윤곽은 먹을 때도 신경이 쓰였다. 아무리 조각내고 분해해도 남은 형체는 딱딱한 그 모습 그대로 도통 사라지질 않았다. 부글부글 끓어오른 끝에 녹아버린 속살만 부드럽게 사라졌다. 그는 한창 살을 발라먹다가 무언가 떠오른 듯 벌떡 일어났다. 부엌에 들어가더니 따끈따끈한 밥 한 공기를 담아왔다. 껍데기 안쪽을 쓱쓱 비벼내 한 숟갈 크게 떠 입에 집어넣었다. 극상의 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