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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wNewyorker Jan 20. 2021

대한민국의 대표 기함 제네시스 G90

제네시스의 현대 지우기 아니면 제네시스의 이유가 있는 시작



미국은 전 세계 럭셔리 자동차 시장의 가장 큰 격전지이다. 이제는 단순 판매량으로 중국에게 1위를 넘겨준 지 오래지만, 여전히 북미 시장, 특히 미국 시장은 럭셔리 자동차 메이커들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시장이다. 


지난 2015년, 제네시스의 분사를 두고, 많은 자동차 메이커들이 상당히 도전적인 결정이라는 반응이었다. 당시 엄청난 자금을 동원해 럭셔리 메이커를 구매할 수 있었던 현대는 본인들만의 아이덴티티 구축을 위해 돈을 사용하겠다는 결정을 하면서 신흥국 자동차 시장 메이커로서는 상당히 과감한 도전을 시작했다. 

30년 전 일본 자동차들이 감행해 여전히 세미 럭셔리 지형을 유지한 채 더 이상 성장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의 도전이 자칫 엄청난 출혈만 남길 수 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여섯 살이 된 현대차의 제네시스는 2021년 본격적인 풀 라인업을 구축하고 모델 전체가 독자 모델로 구성되는 원년이다. 즉 기존의 현대차 색을 빼고, 제네시스만의 브랜드를 본격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해라는 점이다. 


그 가운데 가장 오래된 모델이면서, 제네시스의 정체성을 처음으로 완성했던  G90는 대내외적으로 제네시스를 알리는 가장 중요한 모델이었다.  


디자인의 변화보다 더 거대한 G90의 등장 


2018년, 하반기, 현대자동차는 갑작스러운 발표를 하게 된다. 에쿠스, 또는 EQ900라는 이름으로 출시되던 기함을 제네시스의 이름을 바꾸고, 디자인을 바꾸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을 때만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리프레시 수준의 변화를 기대했다. 

그러나 지붕만 빼고 모두 바꿨다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현대차의 기함이었던  EQ900와 제네시스 G90는 너무 큰 차이를 보였다. 


크레스트 그릴과 지메트릭스로 명명된 패턴은, 당시만 하더라도 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제 막, 럭셔리 시장에 들어선 신생아가, 가장 오래된 듯한 올드함과, 아이텐디티로 명명한 디자인은 기존 럭셔리 시장 지배자들에게는 비웃음 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제네시스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현대차 명명을 빼겠다) 센슈어스 스포트니스라는 다소 난해한 디자인 언어로 제네시스의 디자인을 설명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을 벤틀리와 롤스로이스의 올드함이 묻어나는 아시아의 중후함(좋을 말로 중후함이지 당시만 하더라도 이전 세대의 디자인이라는 시각이 더 팽배했다)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대형 럭셔리 세단으로써는 너무나도 과감한 디자인은 자칫 미국차의 영광을 표현하는 것 같기도 했다. 이전의 무난함을 한껏 벗어던지고, 대형 크레스트 그릴은 제네시스 가문의 문양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디자인 일체감을 위해 도입한 눈에 보이는 거의 모든 곳에 표현한 지메트릭스 패턴은 조금 과하다는 느낌이 없지 않다. 

볼보의 토르 해머를 조금 연상시키는 중앙 분리 형태의 해드램프 디자인은 기존의 디자인에 비해 작아졌으면에도 더욱 커 보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 그리고 전면부, 측면부 후면부를 아우르는 LED라인은 이차가 비싼 차라는 것을 한껏 자랑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엄철 난 크기의 제네시스 레터링은 조금 과함을 넘어서 약간은 오버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아직 현대의 갬성(?)은 남아 있다. 


대대적인 변화를 거친 외부를 두고 내부로 들어서면 이건 마치 시간 여행을 한 기분이다. 우선 전체적인 레이아웃은 EQ900의 때를 벗지 못했다. 좋게 말해, 현대차의 물을 다 빼지 못한 리프레시라는 이 차의 성격을 다분히 보여주는 영역이다. 럭셔리한 자재를 사용했음에도 그다지 미래적이지 못한 모습은 다소 아쉬운 측면이다. 

디지털 클러스터가 이제 거의 모든 자동차 메이커들의 공통된 대세임에도, 여전히 이차는 부분 디지털 클러스터를 가지고 있다. 물론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터치 스크린은 이차의 장점을 한껏 강조하고 있지만,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다. 



실내 조작부 곳곳에서 현대의 갬성을 찾아볼 수 있었다. 우선 버튼의 형상은 제네시스의 것이 아닌 현대의 것이었다. 물론 고그 자재로 마감했다는 것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지만 그 부분은 아쉽다. 

또한 게이지와, 디지털이 접목된 곳곳에서 현대의 모습을 여전히 볼 수 있었다. 올 어라운드 뷰 카메라가 도입되어 있지만, 카메라의 품질을 그리 뛰어나지 못하다. 그저 사물을 확인할 수 있는 정도이지, 확연하게 물체를 확인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역시 페이스 리프트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불만을 갖기는 어렵다. 다만 끊임없이 찾게 되는 현대의 갬성을 결국 이차의 포지션을 어떻게 두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는 영역이다. 


구동 계통 역시 기존의 제네시스와 동일하다. 기본 엔진으로는 V6 3.8리터 람다 엔진을 시작으로 3.3 터보 최상위 라인업으로는 V8 타우 엔진이 있다. 이중 토크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3.3T 모델이 주력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역시 일종의 하극상을 보이고 있다. 

3.8 람다 엔진이 40.5 Kg.m토크를 발휘한다면 그보다 낮은 배기량인 3.3T는 5리터 엔진인 타우 엔진에 버금가는 52 Kg.m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연비 역시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3.3T를 구매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후륜 구동 베이스이고 AWD는 옵션이다. 물론 제네시스는 Htrac이라는 현대차 브랜딩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변속기는 어떤 엔진 옵션을 고르던지 현대차의 8단 자동 변속기가 물린다.  


간단 시승기 


시승한 차는 5.0 타우 엔진이 들어간 모델로 최상위 라인업이었다. 리무진을 제외한 가장 비싼 모델로 제네시스 G90의 모든 영역을 고루 판단할 수 있는 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의 독일차들이 연비와 환경 규제를 피하기 위해 자연 흡기에서 터보, 그리고 슈퍼차져로 돌아서면서 자동차의 내구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1리터의 연료로 자그마치 10킬로 미터를 달릴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자연이 준 연료의 효율을 가장 극대화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를 내려도 무방 하리라. 물론 G90는 거대 기함으로 10킬로미터도 달리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이 차가 기름 먹는 하마는 아니다. 덩치에 비해 작게 먹고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구동 체계를 가지고 있다. 



럭셔리 메이커들이 또 한 번 효율을 짜 내기 위해 48V 전기 구동체계를 더하거나 하이브리드, 전기차 모델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과는 달리 제네시스는 기함은 그 기함으로서의 가치를 해야 한다는 신념이라도 보여주는 듯 자연 흡기 엔진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제네시스의 모습은 똥꼬 집으로 보였다. 대부분의 럭셔리 메이커들이 연비를 좋게 하기 위해 보여준 모습과는 반대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2년 전 전 세계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던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와,  BMW의 주행 중 화재사고, 벤츠의 디젤 연비 뻥튀기, 일본차의 하이브리드 전지 문제 등을 볼 때 제네시스는 그저 자리를 지켰을 뿐인데 눈부신 성과를 내고 있다. 


여기에 더불어 제네시스가 보여주고 있는 g80, 70, GV80, 70의 모습은 이들이 2년 전 장담했던 제네시스 라인업이 보여주는 풀파워를 이미 g90부터 완성하고 있었구나 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풀체인지를 얼마 놔두지 않고 있는 현시점에서 G90는 다시 한번 제네시스의 다음 세대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중요한 임무를 가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현대와 제네시스라는 두 엄마의 모습에 갈등하는 1세대 모델임에는 분명하지만, 우리가 앞으로 꿈꿀 제네시스라는 아이덴티티를 보여주고, 현실화했으며, 그리고 그 뒤 다양한 후속작을 통해 길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충분히 가치가 있는 차라고 생각한다. 아마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제네시스의 시작을 만들어낸 차로 재평가받길 바라본다. 



*여기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현대 자동차 홈페이지에서 참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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