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ewNewyorker Nov 19. 2021

뉴요커의 시카고 여행 (2)

결계를 입은 듯한 경계들.


결계를 입은 듯한 경계들.




시카고를 즐기면서 알게 모르게 경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최근 아시안 혐오가 더 심해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처음 시카고 여행을 하면서 스스로 안전에 대한 두려움을 걱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차이나 타운이 있을 만큼 아시안이 많은 도시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인종간의 경계가 분명한 도시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시카고의 다운타운이라고 할 수 있는 루프 지역을 중심으로 북쪽은 인종 면에서도 백인이 많은 부분을 차지 한다면, 루프 아래쪽으로 갈 수록 흑인 비중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에 지하철 역 주변에는 유색인종이나, 흑인 또는 상대적으로 SES(Socio-econonic Status) 가 낮은 시민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면, 도시에 다니는 차량은 다른 분위기 였다.




각 명소의 구간마다 달라지는 모습이 너무 확연한 도시였다. 물론 뉴욕역시 5번가나, 메디슨 에비뉴, 할렘 등과 같은 지역이 인종 특성을 보이는 곳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들 지역도, 더이상 한곳으로 치우쳤다고 말할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는 뉴욕이라면, 시카고는 너무나 확연한 차이가 나타내는 분위기에 압도당하는 상황이 자주 연출 되었다.




도시의 형상도 지역에 따라 너무 달랐다.


시내의 휘황찬란한 대도시의 분위기는 여느도시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면, 조금만 벗어난 지역에서는 여전히 다양한 그래피티와 약에 취한듯 누워있는 노숙자들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제법 추워진 시카고의 날씨 덕분일까? 이제는 도시안에서 노숙자를 찾아볼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었지만, 이들이 남기고간 흔적과도 같은 진한 냄새와 여기 저기 있는 흔적들은 이곳이 대도시라는 점을 다시한번 상기 시켜 주었다. 







여름의 끝자락을 아쉬워 하던 도시의 젊은 분위기가 무색할만큼, 가을과 겨울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곳의 날씨는 변화 무쌍하다. 최근 많은 시카고 사람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날씨 인데, 예전에는 비보다는 춥고 바람이 많은 날씨가 주가 되었다면, 이제는 축축하리만큼 눅눅한 비가 내리는 시카고의 하늘이 원망스럽기 까지 하단다. 여기에 평소보다는 약간 덜 추운 날씨 덕분일 수 있겠지만, 영국을 느끼게하는 습한 날씨는 참으로 낯설음이었다. 




도시의 결계의 완성은 아마도, 도시 내부를 관통하고 있는 루프의 영향은 아닐까? 고담 시티라는 별칭이 붙을 수 밖에 없었던 루프의 지하철은 시카고 사람들과 외부인을 철저하게 가르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나와 같은 여행객은 하늘로 솟아 있는 도심 마천루 내부의 지하철이 지나갈 때마다 연신 고개를 하늘로 처든다면, 시카고 사람들은 너무나 무심하게도 땅을 보며 지나친다. 그래, 그들에게는 일상인 이러한 풍경들이 전혀 새로운 것이 없을 테니 말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도심이라고 부를 수 있는 루프를 조금만 벗어나도 남겨진 폐허같은 도시의 잔해가 보인다는 점이다. 남부로 가면 갈수록 인종의 변화와 함께 주거 형태의 변화가 더욱 눈에 띈다면, 북쪽으로 가면 3층 정도의 단층 건물과 잘 정돈된 미국의 신도시를 보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여기에 공항 근처로 이동할 수 있는 블루라인을 타고가면 도시의 변화하는 스카이라인과, 북부 지역에 밀집해 있는 수많은 도심 외곽 거주자들의 삶이 보이기 시작한다. 엄청난 규모의 트래픽은 새벽시간을 가리지 않고 존재하며, 이들을 실어 나르는 교통은 지하철과 철도, 버스 등 다양하지만, 여전히 자신만의 차량을 선호하는 모습은 역시 시카고가 대도시이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한다. 




Nyandnj.com에 오시면 더욱 많은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뉴욕앤 뉴저지의 저물어 가는 가을을 만나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