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울민트 Apr 27. 2022

레깅스 입은 요사시런 여자들

헬스장 탐구 소설


남자가 들어와서는 대뜸 운동하려고 헬스장 등록했단다. 화난다.  


가뜩이나 없는 살림에 빠듯하게 지내고 있었는데


'뭐 운동?! 고난의 행군을 해야 할 판에... 흑흑 흑흑'


서러웠다. 억울했다.


헬스장은 몸매 가꾸러 다니는 곳 아닌가.


"나는 점점 늙고 못생겨지는데 저 혼자 아름다워지겠다고. 흑흑흑흑."

더더욱 분통이 터졌다.


"내가 운동할 줄 몰라서 안 하는 줄 알아?"

"나도 예쁘고 싶고, 나도 날 돌보고 싶어!"

결혼 이후 옷 한 번 사 입지 않고 궁상맞게 지내다 친정에서 난민 같다는 소리까지 들었는데.


감히 헬스장?!  


다음날 남자를 따라가 똑같은 조건으로 바로 등록했다.

6개월분을 한 번에 할인가로. 사실 남자 지갑 사정이 뻔하니 그동안 모아둔 비상금을 쓸 생각이었는데 의외로 선뜻 결제해줘서 고마웠다. 그러나 훈훈함도 잠시  




"이 기구 어떻게 하는 거야?" 물으러 남자가 운동하는 곳으로 갔다가 그만


브라탑에 레깅스 입고 드러누워있는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내 남자 코앞에서 온몸을 뻗어 스트레칭하고 있었다.


태연한 척했지만 당혹스러웠다. 그런데 그때 남자를 보니 뭔가 켕기는 눈치다. 나더러 알아서 운동하라면서 쌩하고 사라진 이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도와주겠다고 나선다.


그 여자를 보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음란마귀. 안목의 정욕. 우우우우 움.... 분노의 화염이 단전부터 끓어 올라왔다.


도움을 거절하고 가장 만만한 러닝 머신 공간으로 이동했다. 천천히 뛰고 있는데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다 안경 안쪽으로 뚝뚝 떨어졌다. 난 여기 급하게 온다고 집에 있는 낡은 레깅스에 남자 입는 츄리닝 티셔츠 걸치고 있었는데.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브라탑 차림 여자가 미웠다.


그런데 둘러보니 그 여자만 문제가 아니다.  알록달록 형형색색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요사스러운 옷을 입은 여자들이 곳곳에 포진해있다. 그 여자들에게도 적개심 비슷한 감정이 다. 남자는 말할 것도 없다. 그 여자와 한 공간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상한 낌새를 보였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아웃이다. 어느새 불안감이 엄습한다. 남자의 동선마다 지키고 서야할 것만 같은 조바심이 든다. 그러나 곧. 그런 내 모습이 한심했다.




저 여자들은 잘못이 없다.

나 자신이 못났다고 느끼니 괜히 저들이 못마땅한 게 아닌가.


내가 나 자신에게 만족하고

멋진 모습이면 누구인들 신경 쓰일까.


저들을 개의치 말고

멋진 내가 되는데 집중하자 싶었다.


남자도 큰 잘못은 없다.

당연히 눈길이 갈 수 있다.

 

'내가 쟤네보다 멋지면 되잖아!'


저런 애 열명이 드러누운들 무슨 상관인가. 내가 가장 멋지다면.


남자를 단속하려 들지 말고

남자가 단속하고 싶은 여자가 되자고 생각했다.


*다음화에 이어집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