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이후 옷 한 번 사 입지 않고 궁상맞게 지내다 친정에서 난민 같다는 소리까지 들었는데.
감히 헬스장?!
다음날 남자를 따라가 똑같은 조건으로 바로 등록했다.
6개월분을 한 번에 할인가로. 사실 남자 지갑 사정이 뻔하니 그동안 모아둔 비상금을 쓸 생각이었는데 의외로 선뜻 결제해줘서 고마웠다. 그러나 훈훈함도 잠시
"이 기구 어떻게 하는 거야?" 물으러 남자가 운동하는 곳으로 갔다가 그만
브라탑에 레깅스 입고 드러누워있는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내 남자 코앞에서 온몸을 뻗어 스트레칭하고 있었다.
태연한 척했지만 당혹스러웠다. 그런데 그때 남자를 보니 뭔가 켕기는 눈치다. 나더러 알아서 운동하라면서 쌩하고 사라진 이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도와주겠다고 나선다.
그 여자를 보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음란마귀. 안목의 정욕. 우우우우 움.... 분노의 화염이 단전부터 끓어 올라왔다.
도움을 거절하고 가장 만만한 러닝 머신 공간으로 이동했다. 천천히 뛰고 있는데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다 안경 안쪽으로 뚝뚝 떨어졌다. 난 여기 급하게 온다고 집에 있는 낡은 레깅스에 남자 입는 츄리닝 티셔츠 걸치고 있었는데.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브라탑 차림 여자가 미웠다.
그런데 둘러보니 그 여자만 문제가 아니다. 알록달록 형형색색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요사스러운 옷을 입은 여자들이 곳곳에 포진해있다. 그 여자들에게도 적개심 비슷한 감정이 든다. 남자는 말할 것도 없다. 그 여자와 한 공간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상한 낌새를 보였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아웃이다. 어느새 불안감이 엄습한다. 남자의 동선마다 지키고 서야할 것만 같은 조바심이 든다. 그러나 곧. 그런 내 모습이 한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