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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민트 Jun 07. 2022

맑은 인천 하늘

말도 안 되는 일이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결혼하면서 외국에 나갔다가

서른 중반 넘겨 한국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경기에 있었고

그다음 옮긴 곳이 인천이다. 바다를 건너야만 오갈 수 있는 아이 키우기 좋다는 섬 도시. 


섬은 꽤 쾌적하고 널찍해서 사실 인천과는 괴리감이 있다.  

워낙 타지에서 온 이들이 많다. 또 다리를 건너야만 닿을 수 있기에 나 스스로 인천 사람이라 여기지 않았다.   




내가 아는 인천이란-


중국인이 많고

공기가 나쁘고

온갖 산업시설이 몰려있는 굴뚝의 도시

거친 화물차가 질주하고 무법 택시가 변칙적으로 끼어드는 무시무시한 도로가 있는 곳 


지난 2년간 이사오고부터 내내 코로나 팬데믹으로 밖에 잘 나오지 못했다.  


어쩌다 다른 먼 곳은 가도, 서울 부모님 집은 방문해도 인천시내는 꼭 필요한 일 아니면 가지 않았다.  


운전하기도 수월하지 않고 가뜩이나 미세먼지로 온 세상이 뿌연데 굴뚝마다 뿜어대는 연기를 직관하는 것도 유쾌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인천 살면서도 인천에 대해 무지했다.   


다만, 사투리를 쓰지 않더라도

이 작은 나라안에서도 지역마다 조금씩 지역색이 있으니

인천은 어떨까 궁금했었다.



비가 온다고 했는데

정오가 지나자 하늘이 열리고 빛이 쏟아졌다.


이 주 전인가 인천 시장에 유명한 화덕피자집이 있다기에 방문했다가 허탕 쳤던 기억이 났다.

온 가족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 번 더 찾아가기로 했다. 오로지 맛있는 피자를 만나기 위해.


신포국제시장은 우리나라 근현대 역사와 함께 하는 매우 오래된 시장이다.

충격이었다

시장에서 가늠하는 지역색은 이렇다. 몇 해전 방문한 강원도(속초.양양) 인상은 무뚝뚝하고 퉁명했다. 서울(망원동 성산동) 인상은 차고 사무적이다. 인천은 친절하고 상냥하다.

인천 하늘.

하늘이 파랗다.


인천이 한 번이라도 이렇게 눈부셨던 일이 있던가.  

날이 맑으면 미세먼지 때문에 숨 턱턱 막히고 눈 따가워  

나들이하거나 산책할 생각은 꿈도 꾸지 못했는데.  

나왔다가도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하기 바빴는데.


두 시간 넘는 대기 시간을 견디고 오랜만에 맛있는 피자를 즐겼다.

그리고 걸었다. 배도 부르고 하늘도 맑고 기분도 좋았다.  



맑은 하늘 아래

처음으로 인천의 얼굴을 봤다  


그 맨얼굴을 보고

반가웠다 그리고 가슴이 저렸다. 이 아름다운 곳이 긴긴 세월 미세먼지보다 더한 오명에 덮여 앓고 있었다는 게. 인천의 아름다움을 몰랐다는 게. 



인천을 흔히 개항지라 한다. 

근대 문화유산 도시로서, 개화기 일본인과 중국인이 살았던 흔적이 남아있다. 미. 영. 프. 독. 러의 조계지가 있었고, 당시 외국인의 사교클럽인 구락부도 있었다.

중구 차이나타운 일대 일부는 그 시절 건물과 거리 풍경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듣기만 하고 처음 와봤는데



상당히 이국적이다. 걷다 보면 비현실적인 시공간에 와 있는 것 같다.



기능과 역할 측면에서 중국의 상하이와 유사하고, 외관은 일본 요코하마 야마테 마을과 사하다고 느꼈다.  


이 지역 건축사를 더 살펴보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이 지역의 역사적 가치 문화적 의미가 미세먼지 속에 너무 깊이 묻혀있었던 건 아닌가.


저 멀리 밀려나 있던 먹구름이 다시 하늘을 덮었다.  

구름 사이 주먹만 한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잠깐 만났지만 인천의 얼굴 이토록 청아했다는 걸

결코 잊지 않을 거다.


어제 알던 인천과 오늘 아는 인천은 완전히 다르다. 내일은 더 오래오래 맑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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