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울민트 Jun 22. 2022

아티스트는 예민하다

근데 나는 왜

'예술하네'

예술을 업으로 하지 않거나

예술이 업이지만 밥벌이 시원찮은 이가

본인의 미적 감각을 만족하기 위해

본인이 설정한 예술적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몰두할 때

주위에서 비아냥대며 하는 말.


벌써 이십 년이 다 돼간다.

보조출연 아르바이트한다고 새벽부터 일어나 택시 타고 방송국에 도착해서 드라마명 팻말 달린 관광버스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때.


인기 드라마 아닌 단편 찍는 감독이

특정 장면에 집착하며 여러 번 찍고 다시 찍기를 거듭하면 여지없이

잔뼈 도톰한 거친 언니들이 뱉었다 '예술하네'




 쓸 때

난 예술하고 있다


문예 하는 것도 아니면서 혼자

엄청 예민하


날파리 하나 얼씬하지 못할

살벌한 고요 속에 

잡았다 놨다 단어 몇 개를 수없이 굴리며

엎치고 뒤치는 내적 싸움에 홀로 사로잡혀 있다


글이 안 풀릴 땐 더더욱 촉수가 곤두서

먼지 한점 손등에 앉는 것도 견디지 못한다.

긴장 임계점을 넘으면 이내 붉은 두드러기가 온몸 토독토독 번진다.


행여나 눈 뜨고 있다고

함부로 말 걸어서는 안된다

영문 모를 불벼락에 속눈썹 탈라

 



영감 씨는 길 어귀에서 올 듯 말 듯 살랑이다

다가가면 스스륵 어디론가 몸을 숨긴다 


잠깐 눈앞에 아른거려

옷소매라도 잡아볼까 손을 뻗으면


정적을 깨부수는 소리-

'예술하고 있네'




집중할 땐 예민할 수밖에 없는데

영감 씨를 놓치면 안 되는 건데


사방에서 훼방 놓고 꼬투리 잡고 당최 가만 두지 않는다


이래서 모든 아름다운 것은 산속에 있는 건가


이해를 구하지 않는다

비아냥대도 할 수  없다

그냥 방해 하지 말라고


나 예술할 때. 

매거진의 이전글 맑은 인천 하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