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이 떨어졌다1

벌 받은 거 같아

by 소울민트

가만가만 옆으로 돌아 누워.. 조심스레 팔 짚고.. 다리만 세우면.. 될까.. 했는데 실패.

얼마만의 요통인지. 일어서려 할 때마다 허리에 번쩍. 섬광과 함께 번개가 떨어졌다.


악. 악. 몇 번 하다

결국 아담을 불렀다. 오전 6시 30분.

전화했더니 채 잠이 깨지 않은 목소리다.

도로 잠들었나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들어왔다.

처음에는 장난스럽게 몸을 툭툭 건들더니 내가 자력으로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란 걸 알고는 어깨를 내어줬다. 겨우 일어서 한 발 떼려는데 아뿔싸. 허리뼈 다섯 개가 후드득 무너져내리는 것만 같다. 요추에 중력을 고스란히 느꼈고 저항하려 했지만 허리 근육에 도무지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하루아침에 거동이 불편해졌다. 지체가 부자유해졌다.



거실에 앉아 진통제를 받아먹으려고 보니 물병을 들 수가 없다. 손으로 잡는 건데 허리가 찌릿. 예민하게 반응했다. 조금만 더 움직이면 쌍 번개 칠 기세. 푸우 도움으로 어렵게 진통제를 넘겼다.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별 효험이 없자, 아담이 다른 종류의 소염진통제를 추가로 줬다. 그제야 허리가 조금 부드러워져서 병원에 갔다.


대기석에 한 시간쯤 앉아있었을까. 나보다 늦게 온 사람들이 속속 진료실로 들어간다. 예약을 하지 않아 뒤로 밀렸나. 순서가 오지 않아 답답했다. 일어서려는데 컥. 아프다. '한 자세로 오래 앉아 있어도 아프구나.'


간신히 진료받고 물리치료실로 이동했다. 의자에 앉는 게 걱정되어 서서 대기했다.


'디스크'란다.

디스크가 있다, 디스크가 나왔다, 디스크가 터졌다.. 의 그 '디스크'

오늘 처음 만난 이 의사는 짧게 '디스크예요.'라고 했다.


평소 조금씩 증상이 있었을 거라고 하는데 그러고 보니 통증을 무시했었다.

항상 그런 게 아니라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니까.


그렇다고 어느 날 불현듯 날벼락 치듯 하면

'혼자 사는 사람들은 어떡하나' 갑자기 걱정되었다.


아침에 이렇게 갑자기 아프면

어떻게 혼자 일어나 병원에 갈까.


물병조차 들 수 없어

푸우에게 물시중까지 받았던 걸 떠올리면

비상 호출벨, 비상 연락 시스템은 필수겠다.

노인뿐 아니라 젊은 사람도.




약이 네 알인데 위장약이 두 알이다.

어지간히 독한 약인가 보다.


과연 얼마나 차도가 있을까 싶었는데

대기줄이 괜히 긴 게 아니었다. 세 봉째부터 허리에 쨍. 볕이 들어왔다. 튿날 저녁부터는 몸이 내 의지대로 움직였다. 비로소 디스크가 아니라 내가, 몸의 움직임을 주도하는 수준까지 회복했다. 그렇다. 허리가 아프면 허리만 움직일 수 없는 게 아니라 온 몸의 움직임에 문제를 겪는다.


처방약 세 봉만에 한껏 앓던 허리가 언제 그랬냐는 듯 말짱하게 돌아온 건 기적 같았다. 고통을 기억하는 내 머리만이 '아직은 주의해야 하지 않을까' 곧장 일상 운동 루틴으로 달려가려는 나를 단속하고 있었다.




아파보니 그곳에 신경이 있다는 걸 알겠다.

허리가 내 몸을 어마어마하게 지탱하고 있었다는 것도.

서는 것조차 힘들어보니 알겠다.


그동안 건강하다

떠벌이고 다니느라 몸 아프고 힘든 게 어떤 건지

잊고 지냈다.

피곤하다 그러면 '운동해'하는 게

그럴 형편이 되지 않는 이들에게 얼마나 무례했던 가.

사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알게 모르게 상처 준 건 아닌가. 돌아본다.


사실

벼락같은 요통을 인지하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벌 받는 건가?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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