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그곳 조리사가 그만뒀기 때문이다. 조리사가 아파서 떠난다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여기 일이 다 그랬다.
면접 보는 곳마다 하나같이 조리사가 ‘허리를 다쳐서’‘손목이 돌아오지 않아서’ 그만둔다고 했다. 그러나 저러나 난 이제 소꿉놀이하듯 했던 작은 주방을 벗어나 드디어 업장 냄새나는, 좀 더 널찍한 곳에서 일한다는 게 설렜다.
하루 여섯 시간 근무, 출근 시간은 아홉 시였다. 작은 어린이집도 간식 준비하려면 최소 20분 전에는 출근해야 했는데 이 정도 규모 시설에서 아홉 시 출근이라니 좀 의아했다.
전임 조리사의 출퇴근 기록부를 보니 30분 일찍 출근하여 30분 늦게 퇴근한 것으로 적혀있었다.
여덟 시 삼십 분부터 네 시까지. 본래 근무시간은 아홉 시부터 세 시반까지였으니 앞뒤로 30분씩 더 일했다.
아니나 다를까. 실제로 식수 60인 이상 주방 업무를 소화하려면 정해진 업무 시작 시간보다 최소 30~40분 전에는 미리 와있어야 했다.
아홉 시에 출근하여 간식 및 점심 준비로 쉼 없이 이어지는 오전 업무를 소화하는 건 애초 불가능했다.
이상한 점은 또 있었다. 통상 여섯 시간 근무하면 휴게시간이 30분 주어지는데 한 시간이나 휴게시간으로 잡혀있었다. 왜 일까.
조심스레 물으니
원장은 성화에서 방금 나온 듯 고아한 미소를 띠고 특유의 온화한 음성으로 말했다.
‘한 시간은 쉬셔야지요. 아니면... 급여가 깎여요.’ 이 말 한마디에 더 묻지 못했다.
그러나 원래 법정 휴게시간은 무급이므로 그 말은 거짓이었다.
그리고 조리사 혼자 60인분 간식과 식사를 책임지는 상황에서 휴게 시간은커녕 화장실 갈 짬도 없는 게 실제 형편이었다.
그러니까 원장은 여섯 시간치 급여만 지급하고, 근무 시간 전후 30분씩 한 시간과 휴게시간 한 시간. 총 두 시간을 공짜로 부린 것이다.
알아보니 일부 양심 있는 원장은 이런 현실을 감안하여, 조리사가 퇴근 후 휴게시간을 갖는 것으로 처리한다. 즉 휴게 시간 없이 쭉 일하고 퇴근하도록 한다.
어차피 통상 휴게시간을 갖지 못했어도 가졌다고 서류 작성하니까. 근무 시간 중 적당한 시간대를 휴게 시간으로 잡아서 쉬었다고 표기하고 그만큼 일찍 퇴근하도록 하는 거다.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하는 자들이 좋아하는- ‘관례’를 선용한 흔치 않은 예이다.
그런데 이 성녀의 외모를 한 원장은 조리사가 쉴 틈이 없다는 걸 알고도, 과감히 휴게시간을 한 시간이나 잡아 적극적으로 노동력을 착취했다. 그 시간에 출근해서는 오전 업무를 절대 시간 안에 해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천연덕스럽게 근무 시간을 아홉 시로 정하고, 여덟 시 반부터 삼십 분간 무급 노동을 활용했다. 퇴근 시간 이후 삼십 분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어려움을 토로할 때마다 ‘일찍 일 마치고 시간이 남아 자리 깔고 누워 잠까지 잤다’는 신원미상 전설적 조리사 모델을 내세우며,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조리사 개인 능력 문제로 치부하곤 했다.
물론 그 전설의 조리사가 실존 인물인지 아니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주지 않기 위해 지어낸 가상의 인물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역시 허리나 손목이 망가져 일찍이 그만뒀으리라는 건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