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사가 아파서 2

몸이 망가지는 건 과학

by 소울민트


원장은 조리사가 바쁘다는 걸 인정하지 않았다.

전일제 근로자가 할 일을 시간제 근로자에게 잔뜩 몰아주고는 나 몰라라 했다. 이후 발생하는 시간 외 근무에 대한 급여라든지, 정상적인 휴게시간 운용에 대한 논의는 있을 수 없었다.


이쯤 되니 왜 숱한 조리사들이 아파서 그만뒀는지 알 것같았다. 물리적으로 안 되는 걸 자기 몸을 던져서 해결하려 하니까. 몸이 망가지는 건 과학이었다.


원장이 그랬다. 오래 일을 해야 대우하는 법이라고. 그러나 역설적으로 좋은 대우를 받아야 오래 일할 수 있는 것도 맞지 않은가.


선의로 일을 더 해줄 순 있다.

그러나 할 수 없는 것 이상을 하려 해서는 안된다. 또한 그것을 요구해서도 안된다.


선을 넘지만 않는다면야 누군들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하지 않을까.




국내 최대 조리사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가장 흔한 조언을 모아 정리해보면,

조리직을 구할 때 반드시 알아봐야 할 것이 있다.


- 식판을 직접 닦는지, 식기세척기가 있는지 (신체 혹사 X)

- 김치 담그는지, 수제 음식은 얼마나 만드는지 (초과 근무 X)

- 휴식시간 쉴 수 있는지 (무급 근로 X)

- 조리실외 업무 있는지 등(교실 정리 X, 화장실 청소 X)


모든 항목이 조리실 업무가 얼마나 빡빡한지 함의하고 있다.




식세기없이 손으로 설거지하며 두 번의 간식과 한 번의 점심을 차렸다.


돌아서면 설거지 더미가 쌓여있고 돌아서면 또 설거지 더미가 수북했다. 그릇이 그냥 작은 종지가 아니라 대량 급식을 위한 바트(음식 용기)와 큰 솥이 다수였다.


씻어야 할 그릇과 씻어 나온 그릇, 그리고 수시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가 자리다툼하는 주방은 하루 종일 비좁았다.


그 틈바구니에서 식재료를 다듬고 썰고 무치며 국을 끓이면서도 위생을 챙기느라 온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채소와 생선, 과일과 육류는 결코 함께 다루면 안 된다. 달걀은 잠시 놓였던 자리도 깨끗이 소독해야 한다. 음식 다루는 손은 항상 무균 상태 가깝게 유지하느라 물마를 새가 없다.


칼날은 무뎠고 국자, 뒤집개 등 기본적인 조리도구는 갖춰져 있지 않았다. 키친 타올없이 행주 두 장을 하루 종일 빨아가며 썼다.




주방 청소를 마치고 교실에서 나오는 쓰레기까지 처리하면 예상대로 정시 퇴근은 불가했다.

어쩌다 몸을 굽히면 허리가 끊어질 것같이 아팠다. 손가락 마디 하나하나 성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조리사 아프다는 얘기가 누군가에게는, 여름이면 으레 들리는 연못가 개구리 노랫소리 정도로 들릴는지 모르겠지만. 애초 우대할 생각이 없기에 오래 일할 여건을 제공하지도 않는 거다.


몸이 상하면 버리고 다시 적당한 사람 뽑으면 된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원장은 알고 있었다. 시간제 근무자를 전일제 근로자처럼 부리는 마법을.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비결은 바로 조리사의 희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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