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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민트 Jul 04. 2022

도 닦는 다이어터

헬스장 탐구 소설


김치다. 단연 김치.

세상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음식을 꼽는다면

 김치라고 하겠다.


우리 식탁에 가장 흔히 오르는 김치는

단지 짜고 맵기만 하지 않다. 짜지만 달고, 맵지만 감칠맛이 난다. 여기에 익어갈수록 모든 맛이 오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풍부한 맛이 난다. 사치의 끝판왕이 아닐 수 없다.




일주일 내내 절식하다

주말에 벨트 풀고 가장 먼저 김치를 찾는다.

지난주에 먹었는데 또 먹고 싶어

주말이면 의례 김치파티를 벌인다


단맛, 짠맛, 신맛, 감칠맛 그리고 매운맛(통각)까지.

단출한 식단으로 수수하게 지내던 미각이 번쩍 뜨인다.  말초 신경으로 퍼지는 이 짜릿한 맛. 위장은  바쁘게 움직이며 꿀렁꿀렁 기쁨을 표현한다.

한 주간 열심히 살았으니 누릴 자격 있다고. 죄책감은 슬그머니 주머니에 넣는다.




그다음은 떡볶이다.

다이어터에게 치명적인 음식으로 꼽히는 떡볶이.

체중 감량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탄수화물과 당분이 많아... 정말 맛있다.


떡볶이도 김치처럼

달고 짜고 매우며 감칠맛 난다.

인공조미료 혹은 천연재료 육수에

고추장 풀고

떡과 어묵 넣어 끓이면,

몰랑거리면서도 쫄깃한 식감과

꼬릿한 냄새 그득 밴 매콤 달콤 걸쭉한 소스가

미각을 홀린다. 이렇게 황홀할 수가!


내 아무리 굶지 않고 적당히 먹는다지만-

공복에 그 고생하며 운동하는데 이런 사치라니.

아무래도 양심의 가책이 든다.


그래서 떡볶이 역시

아껴뒀다 주말에만 즐기는 호사다.


기름기 하나 없는 퍽퍽 살과 야채만 있는 수도원

화려한 탄수화물과 당분 넘실대는 클럽 나오는 기분이다. 주말에는.



 

그렇다면 검소한 음식은? 냉면. 특히 슴슴하다는 평양냉면.

기운 없어서 뭘 먹어야겠는데 사치한다는 죄책감에 망설여지면 조용히 냉면을 고른다.


여기서 조금 탐욕을 부린다면 식초와 겨자를 재빠르게 한 바퀴 둘러준다. 순간 힘줘서 용기를 쭉 짜야 조금이라도 더 많이 나온다. 시큼하고 알싸한 향에 식욕이 깨어난다. 이토록 자극적인 세속의 맛이 또 있을까.


새콤달콤 양념장이 올라가는 비빔냉면은 말할 것도 없이 사치 메뉴로 주중 취식 금지이다.  




단순한 식단은

사람을 청초하게 한다


점점 자극적인 맛을 멀리하고

가공을 최소화한 양념하지 않은 음식을 가까이하면서

왠지 성품도 유순해졌다


무조건 굶지 않고

조리법과 부위를 달리하여 

일정한 시각에 적정량만 취하니

사람이 성실해지고 삶이 단순해진다.

식탐 부리지 않고, 집착하지 않으니

탐욕도 사라진다.

 



생존에 필요한 음식양은 그렇게 많지 않고

의외로 꽤 적은 양으로도 건강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세상에는 먹을 것 외에도 신경 쓸 게 많다.


먹는 게 큰 즐거움이긴 하지만

적게 먹으면 위장이 소화하느라 큰 에너지를 쓰지 않으니

졸리지 않고 피곤하지 않다.

정신이 맑으니 하나를 해도 또릿하다.  


적은 양에서 맛을 크게 느끼니 미각이 발달하고

점점 더 양념보다는 본질에 집중한다.


그래서 먹는 것과 도 닦는 일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걸 알겠다.

절제된 식생활은 진리 탐구 과정이나 다름없다.


간혹 극단적으로 초식만 하는 다이어터가 있는데

정말 그는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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