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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민트 Jul 04. 2023

장미 향수를 피해서

헬스장 탐구 소설


기억을 부르는

묘한 향.

흰 빨래에서 날 법한 세제 냄새와
갈치쯤 되는 생선구이 냄새가
솔솔 섞여 들어온다

생뚱맞게도 헬스장 창문에서.




장미 향수 피한다고

새벽바람맞으며 나왔는데

이 무슨 봉변인지. 그래도 낡은 양옥집 옥상에서 날 법한 이 냄새가 훨씬 낫다.

장미 향수 냄새.

아침 8시~9시 사이에 나오면

어김없이. 내 루틴마다 기구마다 썩은(?) 장미 향수 냄새질펀하다.


 휘저을 때마다,

다리 들어 올릴 때마다

냄새도 덩달아 퍼올려져 콧구멍을 쿡 찌른다

출처 모를 독한 향이 폐부로 파고들면 곧 위장이 울렁인다



'설마 여기서 를 빻았나?'


살면서

인스턴트커피와 담배 조합이

세계 최강 역대급 썩은 낸 줄 알았는데

그건 헬스장 장미 빻은 내를 모를 때 얘기였다


'저 아줌마인가?'

얼마 전부터 하얀 크롭티 입고 나타나 꼭 내 루틴 몇 발자국 앞에서 알짱대는

텀블러와 수건을 기막히게 배치하여 한 번에 기구 세 개씩 점유하고 쓰는

얼굴은 모르지만 몸을 움직일 때마다. 드러나는 해쓱한 뱃살로 기억하는 .


아니면...

삼두근으로 표상되는 민소매 근육맨?

운동할 때 눈을 맞추거나 얼굴에 대고 인사할 일이 없기에, 그저 시야 한 켠 맺히는 상으로 머물다 사라지는 몇몇 운동인ㅡ 시간대 겹치는 몇 명을 용의 선상에 올려두고 이리저리 미 빻은 내의 근원을 추적해 봤다.




냄새가 활성화한 것으로 봐서

내가 당도하기 10초 전까지 머문 게 분명한데..


어찌 반경 서너 기구는 반드시 오염되어 있는지

대체 무슨 향수를 어떻게 쓰는 건지

바르는 건지 두르는 건지 붓는 건지

모르겠고.

그냥 내 코 점막이 마비되길 기다리는 게 합리적이겠.




근육반 호흡반..

운동하면서 비로소 꼼꼼하게 숨 쉬는

나 같은 사람에게 냄새 테러는 정말 끔찍하다


더군다나 후각은  얼마나 예민한지.

이건 분명 선천적인 거다. 

하지만 운동 신경은?

글쎄. 이건 이제 막 개발된  같다.




어깨 접고, 견갑 붙이고.. 광.. 배 어디에 힘을 주라고..?

지시 사항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깨를 접어 본 적이 있어야 접지

견갑은 대체 어디 붙어있는 건데?!


1년 6개월을 넘긴 지금

강도와 속도, 너비와 높이를 조정해 가며

등과 가슴을 골고루 자극하고 있다

물론 승모에 힘들어가지 않게 주의하면서.


명칭을 알고 부위를 인지하고

감각을 익히면서

반복하다 보니

없던 신경이 생긴 .


그러면 혹시나

'배려'라는 내적 성질도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생길까? 어쩌면 공감이라는 감정 작용

연습하다 보면 근육 붙듯 붙을 수 있을까.


광배근과

견갑근을 몰랐던 것처럼

그러나 지금은 훈련할 때 부위마다 뻐근하거나 개운한 감지각하것처럼


꾸준히 반복하다 보면

끈질기게 연습하다 보면

없던 신경이 생기고 연결되어

전에 모르던 것을 감각할 수 있을지 모른다.


 출처 미상. 다만 이미지상 Leticia Peris가 연구자 혹은 사진촬영자 아닌가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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