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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소울민트
Aug 25. 2022
몸살이 지나가고
아프니까 보이는 것들
새벽 운동을 다녀왔다
컨디션이 괜찮아서 독한(?) '미제' 비타민을 굳이 챙겨 먹지 않아도 될 것 같아 과감히 생략했다.
그리고 사달이 났다.
평소 한 번 일을 시작하면
결코 엉덩이 붙이고 앉는 일없는 내가
한 켠에 형식상 배치해둔
의자만 보면
일하다가도 몇 번을
앉고 싶었다
허리 아프고 등 쑤시고 급기야 살갗이 예민해져서 살짝 스치기도 전에 아팠다.
일 마치고 집에 가는데
킥보드를 타고 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력이 쪽 빠졌다
그리고 누웠는데
이러면 잠이 솔솔 들어야 하는데
추웠다.
이불 덮으면 더워서 발을 내놓고도
목 끝까지 이불로 꽁꽁 싸매고 있었다
깨어보니
새벽 두 시.
속은 더부룩하고
더웠다 추웠다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위로 뿜을 것 같은
기분과 함께
아래로 세 번 쏟았다
추운 몸을 따뜻하게 하려고
온수
샤워도 세 번이나 했다
아랫배
가
불편해져서
눕지도 못하고 앉지도 못하고 방안을 서성였다
타이레놀
을 다시 꺼내 먹었다.
날 밝고
한
알 더 먹었더니 겨우 출근할 몸 상태가 되었다
코로나19
.
냉방병
.
식중독
.
등을 의심했다
코로나 자가진단키트 검사 결과는 음성
이게 과연 뭘까
몸살이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특이점이 있다면
우울증을 동반했다는 것.
주말 쉬고 광복절까지 내리 사흘 쉬었다
휴가 마치고 몸살이라니 다들
어디 많이 돌아다녔나 싶겠지만
난 그저 푹 쉬었을 뿐이다
어제 아침
운동 마치고
컨디션 좋았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자꾸 처지는 몸만큼이나
바닥으로 바닥으로 가라앉는 듯한 마음을 지탱하기도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하루 아파도
이렇게 힘든데.
아픈 몸을 오래 견뎌온 부친
자주 체하고 앓아누웠던 모친
그리고 약에 취해 먹고 자는 단순한 생활 패턴을 유지하고 있는 아우. 그들은 날마다 자기 몸을 짊어지고 있었구나. 얼마나 고달팠을까.
아파보니 알겠다.
휴가 때 '엄빠 찬스' 쓸 수 없다고 서운해했지만
몸이 아프면 눕고 싶지 어디 가고 싶지 않다.
난 하루 아프고 알았는데 대체 그들은 얼마나 이렇게 지낸 걸까. 내 간곡한 요청을 거절하면서 '앓는 모습 보이고 싶지 않다'던
말을 흘려듣고 내내 섭섭해하기만 했다.
평범에 섞여있어 몰랐지만, 평범한 일상으로 출근하기 위해
그들은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자꾸만 누우려는 몸을 일으켜 겨우 서 있었다.
일상 속에서 평범하게 보였던 것은 자신만의 위대하고도 고독한 투쟁의 결과였다.
날마다 그 자리에 서있는 것은 이미 기적 같은 일인데
그들이 아프다는 걸 망각하고,
진짜 평범한 줄 알고, 그 이상을 바랐다.
이제야 깨닫는다.
낭군이
머리 아프다고 했을 때
그냥
'
약 먹어
'
가 아니라
잠시라도 머리에 손 얹어 지그시 눌러주고
배탈 났다고 하면
약도 약이지만
먼저 다가가 배를
어루만져
주는 것
만
으로
도
큰 위안이 됐을 것을.
물이 맞지 않아서인지
한국
들어오고
수년간
낭군은
뭐 한 번 먹으면
그렇게 화장실을 들락날락했다
.
이게 이렇게 고통스러운 거였다. '그
는 노상 그러니까
'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 나는 얼마나 무심했던가
.
생강과 매실로 음료를 만들어 먹었더니
속이 좀 편안해졌다.
그간 소원했던 아픈 이들에게,
안부 묻고 싶다
이는 어떤지
소화는 잘 되는지.
아니, 묻지 않는 편이 낫겠다.
지난번 휴가 건으로 마음 상해서 한동안 그들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부모 자식 간은 '만사 제쳐두고 올 수 있는 관계'라는데, 나를 우선순위의 최상위로 두지 않는
그들에게
얼마나 서운했는지 모른
다.
어쩌면
받으려고 하니 섭섭한 거다.
주려고 하면 계속 옆에 머물 수 있다.
젊은 날 아마도
최선을 다해 모든 걸 쏟았을
부모에게
이제 더 드릴
것만 생각하자.
그러면 떠나거나 멀리하거나 피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뭘 줄 수 있을까만 생각하면.
한 번 앓고 나니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인다.
아픔이 고통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리라.
누가 아프다고 하면
물이라도 떠다 주면서 약 먹으라고 해야지.
다시 날이 밝았다.
운동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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