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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민트 Oct 25. 2023

좋은 사람이라고

화기엄금


너무 화가 나서

그간의 모든 설움과 화를

토악질하듯 다 쏟아버리겠다

나도 모르게 이런 속삭임이 구조화되고 있었다

무섭도록 냉담한 표면의 속내는 그렇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분을 굴리며 걷고 있는데

저만치 지팡이를 짚고 걸어오는 옆집 아주머니가 보인다


"어머 이사 간다며!

남편이 얘기해서 몇 번을 만나려고 했는데

어긋났어.. 그동안 좋은 사람들 만나 우리가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애아빠도 얼마나 사람이 착해..."


돌아서는데

'좋은 사람'이라는 말이 마음에 머문다.


좋은 사람. 괜찮은 사람 되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


그런 악인에게는

한 번쯤 바닥을 드러내며 짖어대도 좋다고

안 그래도 참고 버티고 견디느라 지칠 대로 지쳤는데

마침내 미칠만한 명분이 생겼구나 하고

내심 벼르고 있었는데.


예기치 않게 들어온 '좋은 사람'이란 말이

제법 단단해진 불덩이를 멈춰 세운다

부드럽게 타이르는 말

이토록 다정한 격려와 위로라니


화기를 내려놓고

다시 똑바로 걷자고

어느새 눈가가 축축하다

밤새 타오르던 불이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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