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은 '그래도 크리스마스인데...' 라면
한국은 '그래도 추석인데...' 인 듯
편의점 야외 식탁에 앉은 부녀(젊은 아빠와 딸로 보이는 아이)를 보니 당혹스러웠다.
추석은 가족과 함께 풍성한 음식 차려놓고 소화불량과 다이어트 걱정하며 지내는 명절 아닌가.
시야에 들어와서 보인 거고 일부러 뭐하는지 뭘 먹는지 바라보지 않았다.
조촐한 장바구니나마 들고 돌아다니는 게 미안해서 빠르게 지나쳤다.
추석 당일에도 영업하는 마트에 들어가니 분위기가 역시 기이했다.
슬리퍼 끌고 느릿느릿 돈 쓰러 나온 손님들과, 총총걸음으로 물건이며 전표 들고 이동하는 점원들 모습이 대조적이다.
점원들은 오늘 일하고 싶어 나왔을까.
아마도 일부는.
집에서 전 부치고 상 차리느니 혹은 잔소리 듣느니 차라리 바깥일 하겠다 자원해서 나온 분도 있겠다.
모두가 집에서 뒹굴거리고 먹고 놀 수 있는 건 아니니
그래, 각자의 상황과 환경은 다를 테지.
아까 그 부녀도, 엄마 혹은 다른 가족 쉬게 해 주려고
편의점 와서 간단한 음료와 간식을 즐긴 걸 수도 있지.
몇 해 전 명절에 일하는 경비님께 인사 건넨답시고, 그때도 잔뜩 당황해서는
'추석에 댁에서 쉬지 못해 어떡해요?' 했다가 겸연쩍게 웃으시는 모습 대하고 아차 싶었다.
그냥 아무것도 묻지 않는 게 나았다. 꼭 챙기고 싶었다면 음료만 드렸어도 좋았다.
그다음 해부터는 누구에게도 묻지 않는다.
'추석에 일하세요?'같은 인사의 탈을 쓴 질문은 금기다.
평범한 질문이라도 어떤 이에게는 아프게 닿기도 한다는 걸. 타인의 상처를 건드린 대가로 깨닫고 말았다.
묻지 않는 그리고 너무 제멋대로 판단하지도 않는
무난한 추석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