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울민트 Sep 10. 2024

자기소개가 불편하다

나만 그래요?


내가 딱히 내세울 게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나라 사회 분위기에서 '어느 학교 나와 뭐 하고 있다'는 얘기 자체가 자연스러운 위계를 형성하기에

어느 모임에서건 체면 세워준다고 지나치게 띄워주는 것도, 비교우위에 서기 위해 깎아내리는 반응 대하는 것도 불편하다.

그리고, 학교 졸업장과 회사 출입증으로 날 규정하는 게 좀 촌스럽다. 그거 빼고 얘기할 게 없는 빈곤한 삶인가 싶고.


그런데 막상 짧은 시간 안에 사람들이 나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가 무엇이 있을까 골라내다 보면, 결국 남들이 알만한 타이틀을 댈 수밖에 없더라. 창피하게도.

날 아는 사람들로 하여금 '이 사람과 사귈 가치 있다'는 만족감 주고 싶은 욕심에, 일반적으로 가치 있다고 여기는 메달이나 트로피를 보여줄 수밖에 없는 면이 있으니.


그러나 난 과거 어느 회사를 위해 일했고, 누구에게서 배웠고 이런 얘기할 때마다 내가 작아지는 느낌이다. 그런 이름 없는 난 누구냐고, 내가 나에게 계속 묻고 있다.

사실 그 한 줄에 적히지 않은 수많은 부딪힘, 깨짐, 버려짐, 서러움, 눈물, 싸움이 지금 내 모습을 더 많이 설명할 수 있기에, 그 모든 이야기를 삭제하고 남들 보기에

그럴싸한 몇 줄 읊기가 초라하고 거부감이 든다.
오늘, 자기소개해보라는 말에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당황했는데 항상 그렇다. 난 자기소개가 불편하다.


자존감 낮아서가 아니라, 그 한 두줄로 날 설명할 수 없는데, 사람들에게 가치 있는 지인으로 수용되기 위해 또다시 내키지 않은 몇 줄로 날 소개하기 거북하다.

난 아직 내 삶의 정점에 서지 않았다. 왕년에 뭘 했고 누굴 만났고 지나간 얘기 하면서 와 소리 듣기 싫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사람들이 오해해서

또 날 만나는 사람들이 나에 대해 궁금하고 알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러운 거니까, 귀찮지만 가장 나답고도 촌스럽지 않은 자기소개를 몇 줄 준비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새치가 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